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평사리 미호천변에 위치한 그네길을 따라 내려가면 충북학생종합수련원이 나온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물가에 버드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선촌서당이 여유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선촌서당은 예절·효 체험 및 선비문화 학습장이며 김봉곤 훈장의 회초리 교육으로도 유명하다. 회초리 체험 학습을 하며 회초리에 대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 훈장은 “회초리(回初理)는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진리를 담고 있다.”설명한다. 상업화로 물든 빼빼로데이를 회초리데이로 만들어 “우리 교육문화를 지키는 날로 만들자.”고도 주장 한다. 그럼에도 사회에서는 또 하나의 폭력 소재로 사용한다. 잘못하면 회초리로 때려 따끔하게 혼을 내주어야 정신을 차린다는 것이다. ‘학교에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 아니다’라는 오랜 관념이 사랑과 애정이라는 탈을 쓰고 ‘사랑의 회초리’로 태어난다. 회초리는 교사나 학부모에게도 늘 유혹의 대상이다. 사회 또한 약자를 교육하는 수단으로 변질 된다. 선비들은 회초리마저 교탁에 놓아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선반이나 서랍에 넣어 두었다. 너무 불성실 하거나 예를 갖추지 못하면 회초리를 가지러 가는 사이에 반성하라는 의미다. 회초리의 본질은 종아리를 때려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정신적 상징인 것이다.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회초리를 때려 정신을 차리게 된다는 식의 방송도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지극히 위험하다.

미호천에서 바라본 선촌서당.

충북학생종합수련원에 도착했다. 학생종합수련원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청소년육성을 위해 1986년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118번지에 자리를 잡았다. 1986년 부지를 매입해 87년 야영시설 및 본관을 준공하였고 지금은 위기학생들의 교육 시설인 청명원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 청명원은 앞으로 대안교육학교로 변화 할 예정이다. 수련원은 최신식 수련시설 및 26개의 글램핑 공간을 마련해 교육가족을 위해 사용을 하고 있다.

이번 탐사에 동행하기 위해 충청북도 교육청 김병우 교육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학생수련원 앞 미호천의 오염도를 살펴본 김 교육감은 “하천을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고 생활의 한 영역 즉, 뒷 처리 영역인 하수처리영역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천군과 농어촌공사 등과 협의해 수질개선 방법을 찾아보겠다. 수련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학생수련시설 앞의 미호천이 눈에 보이는 절경과 달리 부유물이 많이 떠 있고 오염도 심했다. 평사십리의 기러기떼도 날아가고 하천에서 물장구를 치던 학생들도 사라졌다. 이렇게 훌륭한 강수욕장을 두고도 수련시설에 수영장을 설치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했다.

탐사를 함께한 대원들(죄로부터 박현수 청주충북환경연합운영위원, 김병우 충청북도교육감, 감태재 충북시민재단이사장, 유용 KBS유용의시사투데이 진행자,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사무처장).

1995년 충북산악구조대(대장 연방희)는 충북학생종합수련원 야영장에서 ‘전국산악구조대 합동훈련’을 개최했다. 그 당시만 해도 학생수련원을 둘러싼 400여m의 모래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훈련에 참가한 대원들은 ‘앞으로 이런 좋은 곳에서 훈련을 하기는 어렵겠다.’는 말을 했다. 당시에도 ‘상류의 축사 때문에 물이 더러워 졌다’고 했는데 20년이 지난 현재는 축산 폐수로 보이는 부유 물질 및 오염이 심각해 사람이 들어 갈 수 없는 하천으로 변했다. 은빛모래 또한 흔적만 있고 온통 달뿌리풀과 육상식물이 잠식했다. 레프팅 체험을 한다고 준설해 쌓아놓은 모래가 하천 사이에 하나의 벽이 되었다. 이 더러운 물에서 레프팅을 한다는 것도 넌센스다. 전에는 모래와 물이 같이 어우러져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스며들어 간질이다 빠지곤 했다. 고기 반 반 이었다는 지역민들에 의하면 발가락 사이로 물고기가 간질이고 도망갔다고 한다.

학생수련원 앞에 위치한 바위절벽.

전국구조대 합동훈련은 미호천에 솟아오른 청벽과 모래사장에 줄을 연결해 등반하다 추락한 대원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훈련을 했다. 이곳은 물에서 솟아오른 청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자연 암벽등반 대상지로도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하천을 헤집어 레프팅장을 계속 준설하는 것이 아니라 강모래를 걸으며 자연을 체험하고, 강벽을 이용한 자연암벽등반을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는 공간으로의 시설이 필요하다. 바다가 있는 곳은 바다에서 솟아오른 벽을 이용해 암벽을 즐기기도 하는데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하천의 물에서 솟은 바위벽을 이용해 강벽(江碧)등반을 하는 것은 매우 이채로운 수련활동이 될 것이다.

평사리 선촌서당 앞 미호천 산책길.

평사리와 반여울까지(길게는 농다리까지) 트레킹코스도 제안한다. 그 곳에서 ‘자기고장 바로알기’ 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미호천의 자연과 역사를 체험하고 선조들이 미호천 사랑을 느껴 볼 수 있다. 평사리에 있는 선촌서당을 이용해 전통예절 및 효의 중요성을 배우고 체험 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김 교육감은 환경교육감을 자임하며 호주에서의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원주민들의 생태적인 삶’을 우리에게도 접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자연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살려 낼 수 있게 만드는 것 중요하다 역설한다. 충북에는 학생종합수련원 산하 6개의 수련원이 있는데 “청천은 폐쇄를 검토하고 제천은 산악, 옥천은 강, 영동은 휴양 등 특화된 테마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체험중심의 환경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다. 미호천을 이용한 우리 선조들의 삶과 농촌문화를 통해 삶속에 스며든 역사적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환경교육감이 운영하는 충북학생들의 수련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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