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군사부일체 라던
스승의 깊은 은혜
옛 풍조 찾아볼 수 없네. 
윤대통령 취임 1주년
앞으로 남은임기 4년―

"저를 기억하세요?” 어느 젊은이가 한 노인에게 여쭈었습니다. 노인이 “아니…”라고 말하자 젊은이는 “제가 옛날에 공부를 배운 제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인은 “그래,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자 젊은이는 “저도 교사가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노인이 “아하 멋진데, 나처럼…”하자 젊은이가 “예, 그런데 사실 제가 교사가 된 것은 선생님 때문입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거든요”라고 말합니다. 노인이 궁금해 하며 “언제 선생이 되기로 결심했는가?” 묻습니다.

젊은이는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루는 제 친구가 멋진 시계를 가지고 학교에 왔는데 그 시계가 너무나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의 호주머니에서 시계를 훔쳤어요. 한참 뒤 시계가 없어진 것을 안 친구가 시계를 잃어 버렸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린 겁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시계를 잃어버린 학생이 있는데 훔친 사람은 부디 돌려주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돌려주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교실 문을 닫으시고 모두에게 “일어서서 동그랗게 서라”고 하셨습니다. “시계를 찾을 때 까지 눈을 감고 있어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선생님 지시대로 눈을 감고 서서 있었고 선생님은 차례차례 주머니를 뒤져 보시다가 제 주머니에 들어 있는 시계를 꺼내시고는, 그래도 계속 나머지 학생들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이었어요. 모든 학생의 주머니를 확인하신 선생님은 “시계를 찾았으니 이제 눈을 떠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누가 시계를 훔쳤는지 말씀하지 않으셨고 제게도 아무 말 하지 않으셨어요. 그날 선생님은 저의 명예를 영원히 살려 주셨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웠던 날이 그 날이었어요. 그때 저는 절대로 남의 것을 훔치거나 하는 나쁜 짓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선생님은 그 뒤 시계 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고, 제게도 아무런 꾸중도 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선생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분명히 깨달았어요.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저는 그로부터 교육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어요.

“선생님. 제가 말씀드린 사건 기억하시나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시계사건? 기억하고말고. 내가 모든 학생들 주머니를 뒤진 것도 다 기억해. 하지만 자네 생각은 안 난다네. 나도 눈을 감고 주머니를 뒤졌거든…” 순간 젊은이는 뒤통수를 맞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가르침의 근본은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이야기는 평생 대학에서 책과 씨름을 하며 살아 온 필자의 죽마고우가 엊그제 보내 온 카톡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NEWSIS

15일은 선생님의 고마움을 기리는 ‘스승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스승의 날이 시작된 것은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해 사은행사를 연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 뒤 이런 저런 부작용이 나타나 1973년 정부의 사회정화 방침에 따라 모든 사은행사는 중단되었고 스승의날도 국민교육현장 선포기념일인 12월 15일로 통합되었습니다. 이후 1982년 교권확립의 해를 맞아 스승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으며 날짜도 5월 15일로 다시 지정되었습니다. 5월 15일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었던 것입니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으로 인식할 정도로 그 존재를 높이 여겼습니다. 임금이 나라의 어버이이듯, 부모가 자식을 낳아 주었듯, 제자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스승이야말로 고귀하기는 마찬가지라 하여 귀한 문장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지금 70대 이상의 노인들은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고 불렀던 ‘스승의 노래’를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과 마찬가지’라는 군사부일체는 ‘소학(小學)’ 제2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선생님과 아버지가 임금과 같다는 것은 권위가 같다는 것이 아니라 은혜가 같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스승의 사명이 곧 임금의 권위에 비견될 정도로 그만큼 높고 깊다는 의미입니다. ‘그림자도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속담 역시 당시 사회의 시대정신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5일이 ‘스승의 날’입니다. 과거 같으면 제자들이 선생님께 꽃과 선물로 평소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언제 부터인가 그런 미풍이 사라져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일부 학부모들과 일부 교직자들의 도를 넘는 지나친 행위가 전체의 분위기를 흐려놓은 결과 일 것입니다. 당연히 교권이 땅에 떨어져 스승의 권위는 과거 같지 않으니 교사들의 사기 또한 저하된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오늘 우리들 학교풍경입니다.

10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9선거에서 당선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1년째 맞는 날입니다. 대통령 본인은 물론 그가 속해있는 국민의힘 당원, 지지자들에게도 매우 뜻깊은 날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을 터이나 좋은 일 보다는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이 부각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KBS가 여론조사 업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8일 사흘간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았더니 ‘잘했다’는 응답이 39.1%요, ‘잘못했다’는 응답이 55.5%였다고 합니다. 정권을 이끌고 있는 여권에서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섭섭하겠으나 보통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럴 만 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듯합니다. 민심은 늘 바뀝니다. 아침에 박수 치던 사람들이 저녁에 등을 돌리는 것이 여론입니다. 민심조석변(民心朝夕變)인 것이지요.

어쨌거나 시간은 빠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 면 긴 5년 임기 중 1년이라면 전체 임기의 20%를 넘긴 셈입니다. 1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듯 앞으로 남은 4년도 그렇게 흘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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