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소, 2023년

―불덩이가 불끈 치솟았습니다.
동해바다 수평선 그 너머에서
붉은 해가 떠올랐습니다. 
국민이 평안한 나날
탈 없는 계묘년을 기원합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는 단기 4356년, 불기(佛紀) 2567년, 육십갑자로는 계묘년(癸卯年), 토끼해입니다.

계묘년은 검은색을 의미하는 북방 계(癸)와 토끼 묘(卯)가 결합된 단어이니 ‘검은 토끼의 해’입니다. 토끼는 예로부터 영민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동물입니다. 크지 않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굴속에, 또 다른 굴을 파서 먹이를 감춰 놓는 등 운신을 잘해 천적(天敵)으로부터 지혜롭게 잘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올 계묘년은 지혜롭게 재난을 잘 이겨내고 창의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재능의 해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토끼의 지능 지수는 50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랑이 45, 거북이 20에 비하면 높은 편입니다. 토끼는 설화에서는 호랑이에 잡혀 먹힐 위기에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꾀보로 묘사되며 판소리 ‘수궁가’와 한글 소설 ‘별주부전’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지혜로운 서민의 대변자로 나옵니다. 토끼는 지능뿐만 아니라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 등 여러 상징적 의미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토끼는 다산 동물로 번식력이 유난히 강해 임신기간 30일에 4~12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평균 수명은 5~13년입니다.

지난 역사에서 토끼해인 계묘년에 있었던 사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기원전 18년: 백제를 건국한 온조왕이 한강 유역 위례성에 도읍을 정했으며 ▷643년: 신라 선덕여왕 당항성이 공격받음 ▷943년: 고려 왕건죽고 혜종 즉위 ▷1363년: 고려 문익점 목화씨 전래 ▷1423년: 조선 세종 때 조선통보주조 ▷1543년: 폴란드 코페루니코스의 지동설 주장 ▷1603년: 일본 에도막부(江戶幕府)수립 ▷1723년: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출생 ▷1783년: 미국 독립 ▷1903년: 미국 라이트형제 최초 동력비행성공 ▷1963년: 한국 박정희 대통령 제3공화국 출범 ▷1983년: 대한항공 보잉747여객기, 사할린 서쪽 태평양에서 소련공군기의 공격을 받고 승객 및 승무원 267명 전원이 사망하는 대형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면 2023년 올해에는 어떤 행사들이 있는가. 우선 야구 월드컵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3월 9일부터 21일까지 열립니다. 미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한국, 호주, 캐나다, 중국, 독일, 이탈리아 등 총 20개국이 참가합니다. 한국 팀은 일본, 호주, 중국 등과 B조에 속해 일본 도쿄돔에서 1라운드를 펼칩니다.

20세 이하 ▷U20 FIFA월드컵이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아시안컵(AFC)이 6월 16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간 카타르에서 열립니다. 또 ▷2023 FIFA여자월드컵이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려 작년 월드컵에 이어 다시 축구 팬들을 즐겁게 할 것입니다. 아시아인의 최대 스포츠 축제인 ▷아시안게임이 9월 23일부터 10월 25일까지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43개 종목에 걸쳐 개최됩니다.

국민이 패가 갈려 갈등을 빚는 가운데도 스포츠에서만은 ‘대한민국!’을 한목소리로 열창하는 미풍이 있는지라 스포츠를 통해서 나마 국민통합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백년하청(百年河淸)으로 싸움질을 일삼는 정치에 기대를 걸기엔 나무에서 물고기를 낚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 아니기에 스포츠에서나마 답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어느 해나 마찬가지이지만 올해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이 평안해야합니다. 태평성대는 아닐지라도 국민들의 삶이 불안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강조할 것은 천재지변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진, 태풍, 폭우, 한발, 등 자연 재해는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재앙입니다. 흔히 전쟁, 질병, 기아(飢餓)를 가리켜 인류의 3대 공적(公敵)이라고 합니다. 천재지변은 사람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 해도 전쟁과 기아는 인간의 지혜와 의지로 예방하고 극복할 수가 있습니다.

2023년 새해 온 나라에 서광이 비출까. 사진은 지난해 1월 1일 강원도 고성의 공현진해변 스뭇개바위에 올라서서 바다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시민들. /고성=NEWSIS
2023년 새해 온 나라에 서광이 비출까. 사진은 지난해 1월 1일 강원도 고성의 공현진해변 스뭇개바위에 올라서서 바다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시민들. /고성=NEWSIS

지금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으니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북관계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긴장된 상황이니 제발, 대화를 통해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현명한 지혜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합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지난 5000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해는 고작 230여년이라고 합니다. 한데 그 230년도 다음 전쟁을 준비한 기간이었다고 하니 도대체 인간들은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우리의 불안은 북한 핵과 코로나19가 문제입니다. 북한 핵이야 말로 목전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며칠 전에는 북한의 무인기가 떼로 휴전선을 넘어와 남쪽 영공을 휘젓고 사라진 고약한 소식마저 들리는 형편이니 솔직히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질병 또한 13세기 유럽인구 2500만~5000만 명이 사망한 페스트를 생각하면 오늘의 코로나19 역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조선시대 페스트가 우리나라에 들어 왔을 때 민가에서 어떻게 한 줄 아십니까. 쥐가 병균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지자 시골에서는 집 대문에 커다란 고양이 그림을 붙여 놓고 합장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쥐는 고양이의 먹이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보고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였던 것입니다. 당시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그 정도였습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는 팬데믹 현상으로 전 세계를 휩쓸어 669만4593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3만209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자 여당의 그 누구는 과학방역을 외쳐대더니 증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국정의 당면 과제 중 첫 번째가 코로나19의 퇴치입니다.

그 외 국내적으로 해결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사분오열된 사회의 통합, 빈부격차의 해소,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의 손실, 서민을 상대로 한 각종 사기범죄의 퇴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할 만큼 지금 우리 사회는 국민통합이 시급합니다. 이념 간, 계층 간, 빈부 간, 세대 간 갈등 해소에 국가 사회, 정치지도자들의 분발이 발등의 불이되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탈이 없어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했습니다. 온갖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니까 “안녕하신가? 별 탈 없는가?”가 아침저녁 인사말이 된 것입니다.

맞습니다. 탈(頉)이 없어야 합니다. 국가나, 사회나, 단체나, 개인이나 탈이 없어야 합니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탈이 없어야 합니다. 행운이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행운이 없다 할지라도 탈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행운은 그만두고, 별 탈이 없다면 그것이 행운이다”라고. 오래 산 어른들의 말씀대로 무탈한 한해가 행복한 한해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탈 없는 한해, 평안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멈춰있던 해돋이 행사들도 다시 재개됩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주요지역의 1월 1일 일출시각을 발표했습니다. 2023년 떠오르는 새해 첫해는 오전 7시 26분 독도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7시31분 울산 간절곶과 방어진을 시작으로 부산 7시 32분, 포항 7시 33분, 대구 7시 36분, 대전 7시 42분, 청주 7시 43분, 서울 7시 47분입니다.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화이지만 거북이와 토끼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순발력만 믿고 앞서 가던 토끼가 거북을 깔보고 중간에서 태만하게 잠을 자다가 추월당한 동화 말입니다. 토끼는 자신의 기민함에 자만하지 말고 쉼 없는 끈기가 필요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토끼에게서 오만을 보고 거북에게서 끈기를 배워야 합니다. 모쪼록 탈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만사형통(萬事亨通)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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