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페스트

―모두가 즐겁고
뒤탈이 없는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그 것은 축제가 아닙니다―

해마다 9, 10월이 되면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주 주도인 뮌헨(MÜnchen)에서는 유서 깊은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October Fest)가 열립니다. 독일인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600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이 행사는 독일의 국력에 버금 갈 정도의 맥주대국임을 내외에 과시합니다.

독일은 명실 공히 맥주의 나라입니다. 독일에는 전국에 약 1,300개의 맥주양조장이 있으며 5,000개 이상의 맥주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평소 맥주는 곧 음료수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다 법적인 음주연령이 낮아 그 소비가 대단합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1인당 술 소비량에 따르면 독일에서 성인 1명이 매년 마시는 알코올의 양은 순수 알코올 기준 11.8리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구 소련연방인 동구권을 제외하면 술 소비량은 세계 상위권 수준입니다. 독일의 법적인 음주 가능 연령은 공식적으로 16세부터입니다. 도수가 낮은 맥주와 와인은 16세부터, 우리 소주와 같은 증류주 슈납스(Schnapps)는 18세부터 구매와 음주가 허용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나이는 14세부터라고 해도 됩니다. 이 나이면 법적보호자 입회하에 구매와 음주를 허용해주기 때문입니다. 중3정도 된 아이에게 “야, 너도 마셔봐!”하는 식으로 긍정적인 조기 음주교육이 시행되는 것입니다.

매년 9월이 되면 전국 곳곳에 옥토버페스트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 걸리고 벽에는 포스타가 나붙습니다. 축제에 많이, 많이 참가해 달라는 광고입니다.

옥토버페스트는 ‘10월(Octover)+축제(Fest)’라는 단어가 합쳐져 10월축제가 됐고 그것이 맥주축제로 변형돼 오늘날 에는 아주 독일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10월 축제를 왜 9월에 시작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10월이면 개최지인 뮌헨의 날씨가 너무 추워 모두가 즐기기에는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옥토버페스트는 명성에 걸 맞는 역사와 내력이 있습니다. 1810년 10월 12일 바바리아 왕국(현 바이에른주)의 황태자 루드비히 1세와 작센 힐드부르크 공국의 테레사 공주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유래합니다. 특별한 결혼식 방법을 궁리하던 궁정에서는 귀족과 시민들이 모두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경마경기를 제안했고, 성공적인 행사에 힘입어 그 이듬해부터 좀 더 규모를 키워 진행한 것이 바로 옥토버페스트로 발전돼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옥토버페스트는 올해로 212년의 기나긴 역사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옥토버페스트는 1872년부터 매년 9월 15일 이후 시작해 10월 첫째 일요일에 끝나는 일정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2000년부터는 10월 1일 또는 2일이 일요일인 경우, 독일 통일 기념일인 10월 3일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변경된것입니다. 따라서 축제는 16일에서 최장 18일간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2020,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되었고 올해 3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된 것입니다. 세계의 유수한 통신, 신문, 방송들이 올림픽 개막을 알리듯 부산하게 전 세계에 축제의 시작을 보도할 정도이니 그 비중을 알만합니다.

옥토버페스트는 규모만도 엄청납니다. 32만 제곱미터, 그러니까 10만평이나 되는 드넓은 부지에 수백 개의 대・소형 텐트가 설치되고 화장실만도 1400개를 만들 정도입니다.

독일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서 남녀 시민들이 맥주잔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NEWSIS
독일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서 남녀 시민들이 맥주잔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NEWSIS

옥토버페스트는 200여년 역사 동안 전쟁, 전염병 등으로 총 24번 취소되었습니다. 1813년 나폴레옹전쟁, 1866년 오스트리아-프러시아전쟁, 1870년 프랑스-프러시아전쟁, 1873년 콜레라, 1914~1917 제1차 세계대전, 1923~1924 하이퍼인플레이션 1939~1948년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개막식은 맥주 통을 가득 실은 마차가 행사장에 들어오면 축포가 터지는 신호와 함께 뮌헨시의 시장이 통에 달린 잠긴 수도꼭지를 망치로 내려치면서 축제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수만 명의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며 한해를 기다려 온 들뜬 기분을 다함께 만끽합니다. 20022년 올해는 9월 17일부터 10월 3일까지 18일 동안 열려, 600만 명이 몰려 700만 리터의 맥주를 마시며 즐겼다고 합니다. 맥주가격은 일반맥주보다 약간 비싼 편으로 최소 서비스 단위인 1리터 한잔에 10.7유로로 우리 돈으로 15000원 정도입니다.

옥토버페스트는 맥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관람차,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등 각종 놀이기구도 모두 갖추어져 있어 남녀노소, 가족들, 내・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대・소형 텐트에는 맥주 외에도 와인, 도넛, 칵테일 등 다양한 술과 음식이 쌓여 판매고를 올려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독일인들의 상혼을 엿보게 합니다.

그런데 축제 참여관중의 70%는 바이에른 주 주민들이지만, 15%는 그 외 독일인들이고 나머지 15%는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 전 세계 67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라고 합니다. 일부러 찾아온 외국인들만 100만 명이나 되는 셈입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124마리의 소, 48마리의 송아지, 51만 마리의 닭이 안주로 사라졌고 그 외 20만개이상의 소시지, 햄 등 다른 식품들도 엄청나게 소비되었다고 전합니다.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독일인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합창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들은 술기운이 돌면 모두가 함께 독일 민요등 국민적 노래를 함께 부르며 게르만 민족의 자부심을 아낌없이 과시합니다. 물론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성 인식이 개방된 그들은 평소처럼 여기저기서 남녀 간의 애정행위가 벌어지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가하면 술에 취해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도 흔하게 보여주곤 합니다. 그러나 폭력은 철저하게 단속을 함으로 불안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아무튼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는 남미 브라질의 리우 삼바축제, 일본 삿포로의 눈 축제와 함께 세계 3대축제에 꼽힐 정도로 명성이 높습니다.

핼로윈 대회를 맞아 서울 이태원에서 압사사고로 단말마(斷末魔)의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찢던 그 시간, 지구 저 넘어 독일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며 행복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신나게 축제를 즐긴다는 사실에 마음이 어두워짐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다르다면 그 다른 것은 왜? 인가, 오늘 그것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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