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가위

―2000년을 연면히 이어온
민족의 큰 명절.
차량이 밀려 홍수가 돼도 
우리는 고향으로 간다.
부모형제 기다리는 고향으로―

만인의 우상이던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8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외신들이 전합니다. 25세에 즉위하여 70년 동안을 왕위에 있었으니 공전절후(空前絶後)의 복인입니다. 후임 왕은 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군주의 자리를 계승했습니다. 왕명은 찰스 3세(Charles Ⅲ)로 올해 나이 74세. 역대 영국 왕 중 가장 늦은 나이로 즉위한 왕이 되었습니다.

찰스 3세는 성명을 통해 “친애하는 나의 어머니. 여왕의 서거는 나와 가족 구성원들에게 가장 슬픈 순간”이라며 “우리는 소중한 군주이자 사랑 받았던 어머니의 서거를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온 나라와 왕국, 영연방 그리고 전 세계인이 여왕을 잃은 상실감에 젖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애도와 변화의 기간에 우리 가족과 나는 여왕에게 향했던 폭 넓은 존경과 깊은 애정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받고 견딜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찰스 3세 국왕은 1948년생으로 3살 나이에 왕세자가 되어 70여년을 왕위 예정자 신분으로 살았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5세에 왕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어머니 보다 49년 늦게 왕위를 물려받은 셈입니다.

찰스 3세는 1981년 다이애나 스펜서와 결혼해 월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등 두 아들을 뒀습니다. 그러나 1996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이혼하고 2005년 카밀라 파커 보울스와 재혼했습니다. 그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융성을 누리던 시절 영연방은 무려 54개국이 영국의 왕이 국가원수로 공인되었었지만 현재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나이지리아, 남아공, 케냐 등 14개국이 영국 왕을 군주로 모시고 있습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았습니다.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2대 명절중의 하나인 추석은 멀리 신라시대로 부터 2000년을 변함없이 이어오는 민족 고유의 큰 명절입니다.

추석은 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이라고도 부르는데 한가위의 ‘한’이란 ‘크다’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데 길쌈을 가배라 부르다가 가위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가위는 8월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보면 신라 3대 유리왕 9년(琉璃王·BC32) 추석 한 달 전, 경주의 여자들을 궁궐에 모아 두 편으로 나눠 왕녀 두 사람이 각각 한편을 맡아 베 짜기 경연을 벌이고 보름 날 승패를 가려 진편이 이긴 편에 음식과 춤으로 보상하는 잔치를 벌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때 진편의 여자가 나서서 “회소! 회소!”하고 춤을 추며 탄식을 하는데 그 소리가 너무도 구슬프고 아름다워 후세 사람들이 노래를 지어 ‘회소곡(會蘇曲)’이라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회소란 오늘 말로 “아서라, 말아라”라는 “마소, 마소”의 뜻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석에 오늘날처럼 일반 백성들이 제사를 지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조상을 받드는 제사 풍습은 오래 뒤인 고려 말 중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농경시대 해마다 이 무렵이면 더위도 물러가고 산과 들에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먹을 것이 풍성해 집니다. 추석이 오면 집집마다 술을 담구고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가족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정겨운 모습은 우리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풍속도였습니다. 그러기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돼 오곤 했습니다.

민족의 대이동. 도로를 뒤덮어 차들이 밀려도 고향으로 간다, 고향으로.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귀성 차량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다. /NEWSIS
민족의 대이동. 도로를 뒤덮어 차들이 밀려도 고향으로 간다, 고향으로.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귀성 차량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다. /NEWSIS

옛날에는 추석날이면 조상의 산소에 성묘를 하고 지방에 따라 강강수월래, 소싸움, 길쌈, 달맞이행사, 씨름, 윷놀이, 제기차기, 풍악놀이 등의 놀이를 즐겼다지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그런 풍습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난 시절 명절이면 가장 좋았던 것은 모두가 늘 배가 고팠기에 고기 같은 맛있는 별식을 배불리 실컷 먹는 것이 즐거움의 첫 번째였습니다.

설과 추석의 제사를 차례(茶禮)라 하는 것은 중국에서 술 한 잔, 차 한 잔에 과일 한 접시로 간소하게 제사상을 차렸지만 우리나라는 신흥 양반과 일반 백성들이 양반 흉내를 내려다보니 오늘 날과 같이 과소비의 복잡한 명절 문화가 성행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전국의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철도, 공항, 항구는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귀성전쟁의 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무서우니 방역 수칙을 지켜라”…등등 정부의 캠페인 소리가 계속되지만 명절을 기다려 온 국민들 입장에선 듣는 등 마는 등 마이동풍(馬耳東風)입니다. 더구나 이번 연휴는 4일이나 계속되는 좋은 기회가 되고 보니 전 국민의 70%가 넘는 총3000여 만 명이 집을 나서서 이동하리라는 예측입니다.

하기야 하찮은 동물들도 해가 지면 둥지나 소굴을 찾아 들고, 죽음에 임하매 제 고향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두고 눈을 감는다 하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명절에 제 고향을 찾는 것이야 굳이 탓할 일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올 추석 성균관에서는 명절에 주부들의 노고가 심한 것을 배려해 힘겨운 전 부치는 걸 생략하고 진설음식도 9가지 이내로 줄여 발표했습니다.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내친 김에 더 축소, 간소화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옛날 공자(孔子)도 가가례(家家禮)라고 했습니다. “관혼상제는 집집마다 다른 것인즉 가례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의례에 관해 시비가 많았던 가 봅니다.

사상 가장 강력했다던 11호 태풍 ‘힌남노’에 이어 12호 태풍 ‘무이파’가 일본 오키나와 쪽에서 한반도를 향해 다시 북상 중이라 합니다. 그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제발 아무런 피해도 주지 말고 얌전히 스쳐 지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즐거운 추석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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