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

―2천 년 전의 고사성어까지
등장하는 작금의 정치계.
‘레임덕’ 대신 ‘취임 덕’이라니…
집권 여당의 내홍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혼돈의 연속’입니다. 3·9대선에서 가까스로 정권 탈환에 성공해 집권 여당이 된 국민의힘 집안 얘기입니다.

당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아 전국을 떠도는 와중에 당이 크게 흔들리면서 중심을 잃고 뒤뚱대고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정상적이라면 지금 한창 잔치기분으로 신바람이 나야할 판국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고 보면 당이 혼돈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당대표를 가리켜 ‘내부총질 운운’하는 은밀한 문자를 권성동 당대표직무대행에게 보내면서 촉발된 파동이 일파만파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초선의원 32명이 집단성명을 내 당의 비상체제 전환을 요구하고,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등 중진의원들이 잇달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안철수, 김기현 등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당의 비상사태를 비판하고, 대통령실의 비정상적 인사 행태가 폭로되는 등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24대 군주인 영공(靈公·?~기원전554)은 궁녀들에게 남장(男裝)을 시켜 걸어 다니게 하고 감상하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그러한 영공의 남다른 취향은 일반에까지 알려지면서 결국 온 나라에 유행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옷차림만으로는 남녀 구별이 안 돼 혼란이 일었고 영공은 궁 안에서만 남장을 허용하고 궁 밖 일반 백성들에게는 계속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유행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거리엔 여전히 남장 여인들이 넘쳐났습니다.

영공은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자 재상인 안자(晏子)를 불러 이유를 물었습니다. 안자는 “왕께서는 궁 안에서는 남장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 백성들은 못 하도록 하십니다. 그것은 대문에 소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만일 궁 안에서도 남장을 금한다면 궁 밖에서도 여인들의 남장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안자의 말을 들은 영공은 “맞소. 그 말이 옳소”하고는 궁 안에서도 남장을 못하도록 다시 명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금세 전국에서 남장하는 여자들이 사라져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후대로 오면서 처음에 ‘소머리를 걸어 놓고 말고기를 판다’는 원문인 현우수매마육(懸牛首賣馬肉)은 양머리, 개고기로 바뀌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이 된 것입니다. ‘안자춘추’에 전해 오는 양두구육의 유래입니다.

제5호 태풍 ‘송다’가 들이 닥친 1일 제주도 해역에 물보라가 치고 있다. / NEWSIS
제5호 태풍 ‘송다’가 들이 닥친 1일 제주도 해역에 물보라가 치고 있다. / NEWSIS

 

여기서 양고기는 우리가 아는 털 깎는 양이 아니라 동일한 한자로 표기되는 염소를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날 양두구육이란 양의 머리를 내 걸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 함이니 흔히 일부 장사꾼들의 속임수를 일컬을 때 쓰곤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는 사람이 바뀌니…”라고 이준석 당 대표를 지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공개되자 6개월 당원 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전국을 떠도는 이 대표가 발끈 하면서 ‘양두구육’이라고 맞받아 쳤습니다.

대통령이 선거를 두 번이나 이겨준 당 대표를 ‘총질하는 사람’이라고 지칭 한 것도 그렇거니와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이라고 표현한 이 대표 역시 선을 넘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말의 대상에는 윤석열 핵심관계자들, 소위 ‘윤핵관’들도 포함되어 있는듯 하기는 했습니다.

취임 3개월도 안 돼 대통령 지지율이 28%요, 부정 여론이 62%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지금 집권여당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임기 말의 절름발이 오리를 가리키는 레임덕(lame duck)현상을 빗대 ‘취임덕을 맞았다’는 비아냥거림 소리도 들립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카오스의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집권여당이 분열되어 내홍(內訌)을 벌이면 국민들이 피곤합니다. 그러잖아도 몇 해째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이 36도를 상회하는 폭염에, 열대야에, 고물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느닷없는 경찰국 신설로 14만 경찰이 벌떼처럼 일어나 비상이 걸려있으니 온 나라가 뒤숭숭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말 할 것 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선거 때 뭐라고 했습니까. “당선시켜 주면 잘 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게 뭡니까. 잘하고 있는 것입니까?

문제는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에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윤대통령에 호의적인 보수신문들도 급기야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정치가 안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안 보인다니, 모욕도 보통 모욕이 아닙니다. 민심은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고 하니 정치를 잘 하면 다시 상승하겠지만 윤대통령은 “여론조사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 할 것이 아니라 민심에 귀 기울여 합니다. “대통령 잘 못 뽑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일부 식자층에서는 윤 대통령은 아직도 검찰총장 같다고도 합니다. 검찰총장 같다? 무슨 얘기인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제5호 태풍 ‘송다’에 이어 6호 태풍 ‘트라세’가 뒤따라 올라옵니다. 기대하노니 제발 큰 피해 없이 얌전히 지나가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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