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암살은 늘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죄악입니다.
미화될 수 없습니다. 
살인이기 때문입니다―

아베 신조(安倍 晉三) 전 일본총리가 참의원 선거 찬조연설을 하던 중 괴한의 총탄에 쓰러져 숨을 거두자 일본 열도가 온통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베는 일본 역사상 최장 임기로 네 차례나 총리대신을 역임했고 집권당인 자유민주당 총재를 지낸 정치 거물이었기에 그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유수의 국가 원수들이 모두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그럴 만 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재임 중 호감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중량급 조문사절단을 파견해 이웃나라의 예를 표한 건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붙잡힌 41세의 범인은 경찰 조사결과 어머니가 종교에 빠져 재산을 탕진해 가세가 기울어 그 후원자인 아베를 죽였다고 합니다. 한데 그 종교가 한국에서 건너 간 것이라고 하니, 어딘가 좀 찝찝합니다.

암살(暗殺)이란 사상이나 이권, 정치 군사적 이유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비합법적으로 살해하는 행위입니다. ‘몰래 한다’는 것은 암살 계획 및 준비 단계에서 들키지 않는다는 의미가 강하며 따라서 실제 살해(미수)는 공개적으로 행했더라도 실행 직전까지 비밀을 유지 했다면 일반적으로 암살로 간주합니다.

암살의 이유로는 자신의 사상이나 의도를 선전하고 여론전을 하거나 암살 타깃의 특정 행보를 저지하거나, 권력공백 상태를 만들어 혼란을 초래 하거나, 암살된 사람의 심복 및 추종자 등에게 본보기를 삼거나, 혁명 및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하여 수행하는 경우 등 이 있습니다.

암살의 주체는 정부가 파견하는 간첩,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은밀히 활동하는 비밀결사, 개인 신념이나 경제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단독범 등 일 수 있습니다.

암살은 인류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언제나 역사의 일부로 존재해 왔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은 투쟁의 필수 항목이 되다시피 빈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암살은 한자로는 어두울 암(暗), 죽일 살(殺), 즉 어두울 암자가 “사람을 모르게~” 즉 몰래 라는 의미가 있는 것(암행어사, 암기 등)에서 유래했습니다. 암살의 효과는 적은 비용, 희생으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명시기 초기의 군주들을 비롯한 지배층이 자기 보위에 신경 쓴 이유도 모두 암살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865년 4월 14일 밤, 포드극장 관객석에 앉아 저격당하는 링컨 대통령. 왼쪽 두 번째가 아내인 메리 토드 링컨. 뒤에 저격범이 링컨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쏘고 있다. / 위키백과
1865년 4월 14일 밤, 포드극장 관객석에 앉아 저격당하는 링컨 대통령. 왼쪽 두 번째가 아내인 메리 토드 링컨. 뒤에 저격범이 링컨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쏘고 있다. / 위키백과

 

일본의 경우 방음이 되도록 미닫이 벽으로 둘러싼 방이나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나는 구조의 방에서 잠을 자는 등, 암살자가 아예 접근을 못하게 하는 건축 구조에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중국의 자금성에서는 나무 위에 범인이 숨어 있을까봐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는 실화도 있습니다.

암살에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음식에 독약을 타거나 칼이나 활을 사용하는 일이 보편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란의 군고위 간부 솔레이마니처럼 드론을 이용한 원격 조정으로 암살하는 새로운 방법까지 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알려진 바로 배후는 이스라엘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역사상 유명한 암살사건으로는 2000여 년 전 로마 황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100~BC44)의 죽음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원로원 의원들은 카이사르의 전례 없는 권력집중이 로마 공화국을 약화 시키고 있다는 구실로 폼페이 극장 계단에서 무자비 한 난도질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이 때 원로원 의원들은 23차례나 잔인하게 칼로 찔렀다고 합니다.

당시 카이사르가 숨을 거두면서 내 뱉었다는 “브루투스, 너 마저도…”는 암살의 명문장이 되어 믿는 자에게 배신을 당할 때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애용돼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우스 시저’에 나오는 것으로 실제로 카이사르가 그러한 단말마(斷末魔)의 유언을 남겼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근·현대에 들어 와 세계의 암살 사건을 돌아 보면 1863년 노예해방선언을 함으로써 인류사에 찬란한 업적을 남긴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5일 뒤인 1865년 4월 14일 극장에서 남부 출신의 배우로 부터 저격을 당해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나이 56세.

존·F·케네디(1917~1963)는 미국의 35대 대통령으로 당시 미국인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는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부인과 함께 카퍼레이드 도중 건너편 옥상에서 오즈월드의 총격에 의해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기대하지 말로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명연설로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인물입니다.

마틴 루터 킹(1929~1968)목사는 흑인해방운동가, 기독교 평화주의자로 미국 내 흑인의 인권 운동을 이끈 사람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다가 1968년 백인우월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인 제임스 얼 레이가 쏜 총에 머리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그는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인도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인도의 민족해방운동가로 1948년 1월 30일, 인도 뉴델리에서 반 이슬람 극우파 청년에 피격 사망했습니다. 그는 “내일 죽을 것이란 각오로 삶을 살고, 영원히 살 것이라는 각오로 배워라“라는 명언을 남긴 인도의 위대한 인물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래 최소 약 20명의 세계 정상이 과격파와 적대세력 등에 의해 암살당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49년 6월 26일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귀국한 김구선생이 서울 서대문구 경교장에서 현역 육군 소위 안두희의 권총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가까이는 1974년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행사에 참석했다가 재일조총련 문세광의 저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고 부군인 박정희 대통령도 1979년 10월 26일 밤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만찬 도중 심복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당한 비극적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암살은 늘 있어왔습니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어디에서든 암살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암살은 어떤 구실, 어떤 명분으로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죄악입니다. 설령 그것이 지상의 선을 위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안 됩니다. 살인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사람을 죽인 죄보다 더 큰 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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