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에

―코로나19로 망쳐버린
가정의 달 5월
부디 내년에는 사랑이
넘쳐 나는 즐거운 
가정의 달을 기대해 봅니다―

코로나19 심술 속에 ‘계절의 여왕’인 5월이 가고 있습니다.

화사한 햇볕,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 예년 같으면 꽃들 만발한 들로 산으로 나들이가기 좋은 계절이언 마는 마스크에, 거리두기에, 집합금지라는 방역규칙에 얽매여 활동이 억제된 상태이니 올 5월은 즐거운 가정의 달은커녕 인내와 고통의 계절이 되고 있습니다.

5월은 유난히 기념일이 많이 있습니다. 1일이 근로자의 날인 노동절이요, 5일이 '어린이 날', 8일이 '어버이 날', 15일이 ‘스승의 날,’ 17일(셋째 주 월요일)이 ‘성년의 날,’ 18일이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19일이 ‘석가탄신일'(음4월8일)과 ‘발명의 날,’ 21일이 ‘부부의 날,’ 31일이 ‘금연의 날’입니다.

기념일이 많은 것은 개인이나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날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고 더 더욱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특별한 뜻이 있을 것입니다.

가정의 달은 유엔이 정한 ‘국제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에서 유래했습니다. 유엔은 1993년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해 건강한 가정을 위해 모든 나라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취지로 이날을 제정했는데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기념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국제가정의 날 기념행사를 하기 시작했고 2004년 2월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세계가정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였습니다.

영어에서 가정을 의미하는 패밀리, FAMILY는 원래 하인이나 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famulus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은 family의 어원에 관해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를 합성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글쎄? 사실 여부야 어떻든 사랑한다는 표현에 기분이 좋기는 합니다.

오늘 우리 모두를 있게 해주신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확인하고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지나침이 없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날’이 처음 생긴 것은 1922년입니다. 당시만 해도 어린아이에 대한 기본인식에 인권이란 개념자체가 없었으니 호칭 또한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때는 아이들을 그냥 ‘애’ ‘계집애’ ‘자식 놈’ ‘애 녀석’이라 했고 심지어 ‘애새끼’라고까지 천대해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었습니다. 이를 부끄럽게 여긴 아동문학가 소파(小波) 방정환선생(1899~1931)이 앞장서 나이 어린 소년 소녀를 ‘어린이’라고 이름 짓고 이들을 위한 ‘어린이 날’을 정해 첫 행사를 가졌습니다.

5월 1일, 그날 천도교 소년회원들이 일제총독부의 허가를 얻어 처음 기념행사를 벌였는데 그것이 ‘어린이 날’의 효시(嚆矢)입니다.

이들은 ‘어린이를 위하자’는 색종이 삐라를 뿌리면서 서울거리를 행진했고 ‘10년 뒤의 어린이를 생각하자,’ ‘어린이를 속이지 말자,’ ‘어린이와 항상 가까이 지내자,’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쓰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다음해인 1923년 5월 1일,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지면에 실었습니다. ―5월1일, 어린이날이 왔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에게도 사람의 권리를 주고 대우하자는 어린이날이 돌아왔다. 조선의 어린이여! 그들에게 복이 있으라! 조선의 부형이여! 그들에게 정성이 있으라!―

그 뒤 ‘어린이 날’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해방이 된 다음 해인 1946년 5월 5일로 날짜를 고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어린이 날’은 전 세계적으로 나라마다 기념일로 정하고 있는데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5월5일에, 북한과 중국은 6월 1일로 정해 행사를 개최합니다.

삼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점의 그림 가운데 하나인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1904~1989)의 ‘켄타우로스 가족.’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 작가인 달리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제공

가정은 온 가족 모두의 영혼이 깃든 안식처(安息處)요, 보금자리입니다. 가정은 혈연중심의 공동체로서 사회의 최소단위인 동시에 기본단위입니다.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동일한 주거공간에서 몸을 부딪치며 고락을 함께하는 사랑의 공동체요, 운명공동체라는 특수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온 종일 하늘을 날던 새들이 해가 지면 둥지로 돌아가고 산과 들을 헤매던 짐승들도 제 굴을 찾아들듯 사람 또한 날이 저물면 어김없이 제 집을 향해 돌아갑니다. 그와 같은 귀소본능(歸巢本能)은 인간과 짐승이 다를 게 없습니다.

그곳에는 피를 나눈 혈육,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정은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 주고 쉬게 해줌으로써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묘약’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가정은 말처럼 그렇게 안락하고 행복하지만은 아닌 게 현실입니다. 그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합니다. 우선 구성원이 모두 건강해야하고 불편이 없을 만큼 경제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사회가 평온해야 하고 나라가 불안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가정이 행복을 누릴 만큼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연 우리사회의 가정은 얼마나 안녕한가, 몇 가지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2020년 한해 국내에서 결혼한 숫자가 21만 4,000건이고, 이혼 건수가 10만 7,000건 입니다. 그러니까, 두 부부 중 한 쌍이 이혼을 한 것입니다. 이 숫자는 행정기관에 신고 된 통계청의 자료이니 틀림이 없습니다.

2019년 한 해 자살사망자 수는 1만 3,799명입니다. 전국에서 날마다 38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해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선정, 이혼율 1위, 자살률 1위라는 세계적인 불명예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하등 이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총 가구 수는 2천 34만 9,567가구입니다. 그 중 616만 5,823가구가 1인가구로 전체의 33%입니다. 세 가구 중 한가구가 독신가구입니다. 홀로 사는 집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릴 리 없습니다.

즐거워야 할 가정의 달에 어두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일부나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일깨우고 저 함입니다. 이제 어린이날도 지나갔고 어버이날도 지나갔습니다. 언제고 뒤에 남는 것은 아쉬움과 후회뿐입니다. 코로나19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기원하노니,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척결되어 내년에는 모두가 ‘즐거운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어린이들은 소리 높여 맘껏 노래하며 뛰어 놀고 자식들은 부모님을 찾아가 따뜻한 손을 잡고 함께 웃으며 고마움에 대해 감사하는, 모두의 가정이 사랑으로 넘쳐 나는 그런 ‘가정의 달’을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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