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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코로나 블루
김영회 | 승인 2020.10.12 09:56

코로나 블루

―“이곳도 가지마라, 저곳도 가지마라”
코로나19에서 온 스트레스로
우울감이 사회를 뒤덮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온갖 사건들,
지금 국민들은 피로합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Corona)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정신병은 아니지만 일종의 정신 질환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니 그것을 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크나큰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일상이 크게 바뀌어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 있으니 국민 모두의 삶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만나면 첫 번째 관습인 악수도 못하고 주먹으로 부딪쳐야하는 이상한 문화가 새로 생겼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수업을 대신하고, 직장인들 또한 재택근무로 업무를 보고 일반인들 역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도 자제할 것을 종용받고 있습니다.

호흡마저 곤란한 마스크를 꼭 써야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탈수도 없을 뿐 더러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 뿐인가. 음식점, 커피숍, PC방, 노래방, 유흥주점의 출입도 통제되고 사람과 사람 간에는 간격을 두고 접근하지 말아야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와 꼭 피해야 할 세 가지 원칙, ‘3행 3금’ 방역수칙도 지켜야 합니다. 밀폐(密閉), 밀접(密接), 밀집(密集) 등의 삼밀(三密)이 그것입니다.

결혼식장도 가지 말고, 장례식장도 가지 말고 실내, 실외에서는 정해진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서는 안 됩니다. 오늘 우리 국민들은 일상적인 활동 대부분을 통제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파로 들끓던 번화가는 찬바람이 불고 상인들의 “죽겠다”는 한숨소리가 넘쳐납니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 했던 일들이 습관처럼 굳어지고 모든 분야의 일상이 뒤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감염 불안감이 사회를 뒤덮고 있으니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현상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온 종일 쉴 사이 없이 울려대는 코로나 경고 알림메시지에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 지고 평소와 다름없는 가벼운 재채기에도 “내가 혹시 코로나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걱정을 하게 됩니다. 코로나에 취약한 노인들은 기가 죽다보니 죄인 아닌 죄인이 된 듯 더욱 불안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두가 모두 “불안해서 불안하고, 불안하지 않아서 불안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3천676만3718만 명의 확진자를 냈고 107만1469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 2만447명, 사망 428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11일 현재)

8일은 한로(寒露)였습니다. 24절기 가운데 17번째로 이때 찬이슬이 내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23일,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이 11월 7일이니 절기로는 지금 가을이 한창인 셈입니다.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이 말은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10월을 한해 중 가장 좋은 달 ‘시월상달’이라 하여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천고마비란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계절의 상징이지만 옛날 중국의 한족(漢族)들은 이 무렵 가을은 공포의 계절이었습니다. 이때가 되면 어김없이 기마민족인 북방의 흉노(匈奴)들은 겨울준비를 위해 온 여름 초원에서 맘껏 풀을 뜯어 먹여 살찐 말들을 타고 남쪽으로 몰려 내려와 마을에 불을 지르고 식량과 여자들을 약탈해 가는 것이 연례행사였습니다. 진시황(秦始皇)을 비롯한 역대 제왕들이 노심초사해가며 만리장성을 쌓은 것도 흉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습니다.

영국 로이터통신이 단풍으로 물든 한국의 가을 풍경을 전 세계로 타전했다. 세상은 뒤숭숭해도 자연은 어김없이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Newspim

그 옛날 한로가 되면 농촌에서는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함으로 미처 못 거둔 곡식들을 거둬들이랴, 타작을 하랴, 초가집 지붕을 새 볏집으로 갈아 씌우랴, 겨우내 먹을 김장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어제 오늘 기온이 뚝 떨어져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졌습니다. 설악산에는 이미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에 더해 대청봉의 단풍은 조금씩 남하를 시작해 오대산을 지나 치악산, 북한산, 월악산, 속리산, 계룡산, 내장산, 지리산을 거쳐 한라산으로 내려가면서 만산(萬山)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엊그제 9일은 제574주년 한글날이었습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들이 글을 모르는 것을 안타까이 여긴 세종대왕이 1443년 창제하여 1446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란 이름으로 반포한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첫 번째 문화유산입니다.

그 의의와 가치에 대해서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니 아무리 자랑을 한다 해도 지나침이 없는 위대한 유산입니다. 오늘 날 온 국민이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한글이야 말로 진정한 민족의 자부심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신문 방송들은 뒤질세라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는데 경쟁하듯 열을 올립니다. 그러면 과연 그런 우수한 우리글을 잘 쓰고는 있는 것일까.

도시의 간판들은 영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멋이 없고 기관들의 무분별한 공공언어 남용은 나날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이 남쪽에 와서 처음 겪는 가장 큰 불편은 대화 속에 영문자를 섞어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글 전용으로 순 우리말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그들에게 중간 중간 영어를 섞어 대화를 하는 남쪽 사람들이 도대체 의아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 언어 중에는 영어 단어가 빠지면 이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거리의 수많은 간판들, 상품명, 연예인들의 이름, 심지어 아파트 이름까지 영어로 지어야만 분양이 잘 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기에 선진국의 일부 평자들 중에는 “한국은 이미 미국의 51번째 주(洲)가 됐다”라고 비아냥대기도 합니다. 낯 뜨거운 일입니다. 광화문 광장에 동상이나 세워 놓고 시위나 하고 한글이 세계적인 문자라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글답게 바르게 사용하는 확실한 정신이 필요합니다.

해양수산부의 공무원이 서해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울산의 35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한밤 중 큰 불이 나 강풍 속에 국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양돈장에서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발생해 다시 공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온갖 골치 아픈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졌습니다. 이럴 때 더욱 더 건강에 조심해야 합니다.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라는 옛글이 있습니다. 실건실제(失健失諸), 지당한 말입니다.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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