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개원

―국민은 ‘좋은 정치’에
목말라 있습니다.
악명을 남길 것인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역사에 남길 것인가―

2020년 5월 30일, 역사적인 21대 국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 4월 15일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선출된 253명, 비례대표 47명 등 도합 300명의 의원들이 2024년 5월 29일까지 4년 임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1948년 제헌국회가 출범한 이래 72년 만의 경사이니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016년 5월30일 시작해서 2020년 5월 29일까지 4년 임기를 마친 20대 국회는 의정 사상 가장 부실한 오명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는 2만 4141건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그 중 처리된 것은 9139건으로 전체의 37.9%에 불과합니다. 법안 처리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역대 국회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처리되지 못한 법률안이 1만5002건이라면 20대 국회의 성적은 다른 것을 굳이 논할 필요조차 없다고 할 만큼 낙제점입니다. 그러기에 20대 국회를 ‘사상 최악’이니 ‘동물국회’라 한들 변명조차 할 수없는 형편입니다.

20대 국회는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통해 구성됐으며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출범했습니다.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스캔들이 불거졌고 그해 1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며 파면됐고,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킨 국회로 기록됐습니다.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행정부가 교체된 뒤 여야는 반목과 대결을 거듭하면서 극대 극으로 치달았습니다.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이나 선거법 개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는 여야 간에 난투극마저 벌였습니다.

지난해 9~10월에는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 싼 의견 대립이 이어져 여야가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광장 정치’를 펼치며 의회 정치가 실종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임기 말에는 비례 위성정당이 출몰하는 등 여야 대립은 끝날 줄 몰랐습니다. 다행히 마지막 본 회의에서는 형제복지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도록 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 7년 만에 최종 처리됐습니다.

다만 제주4·3사건 특별법 개정안, 종부세법 개정안,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 공수처 관련 후속법안과 부양의무를 하지 않는 부모나 자식의 재산 상속을 막는 일명 ‘구하라법’등은 21대 국회로 넘겨졌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21대 국회 의석 현황은 재적 300석 가운데 더불어 민주당 177석, 미래통합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 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6석입니다.

자, 이제 21대 국회호는 출발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요, 정치권입니다. 2020년 우리 국회는 다시 기대를 안고 문을 열었습니다. 20대 때에 극렬하게 싸우던 이들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국민의 심판으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입니다. 고성으로 한 몫 하던 이들의 얼굴이 안보이니 “정치가 좀 나아지겠지…”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이번 선거는 보여 줬습니다. 국민들 가운데는 “보기 싫은 얼굴 보지 않아서 좋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민심이란 그렇게 냉혹한 것입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본관 외벽에 제21대 국회 개원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 NEWSPIM

정치는 대화와 타협으로 끌고 가는 것입니다. 주고받는 것이 정치입니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고 둘을 주고 하나를 받기도 합니다. 하나를 주고 둘, 셋을 받기도 하는 것이 협상의 묘수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하나도 주지 않고 받으려고만 합니다. 여야가 모두 줄 생각은 하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는데서 문제가 생깁니다. 내가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상대를 흠집 내서 점수를 따려고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예외 없이“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복은 있다”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야당이 스스로 표를 깎아 먹는 일을 해서 여당이 득을 본다는 의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야당의 전략은 강경 일변도로 나아간 것이 사실입니다. 툭하면 광화문으로 나아가고 삭발하고, 단식하고, 오로지 투쟁 일변도로 정치를 하려했던 것이 그동안 야당의 전략이었습니다. 왜, 대궐 같은 의사당을 두고 거리로 나가 고함정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이번 선거에서 모두 보았습니다. 정치는 없고 투쟁만 있는 것이 그동안 우리 야당의 행태였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21대 국회는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평가 받는 국회가 돼야 하겠습니다. 20대 국회처럼 사사건건 싸움을 일삼는 추악한 모습은 다시 보여서는 안 됩니다.

지금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싸움을 일삼는 모습만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사건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 공격을 위한 공격만이 선명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번 21대 국회 의장단은 공교롭게도 3명이 모두 충남 출신이라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박병석(68)의장은 6선 의원으로 대전시 서구 갑 출신이고 여당 몫인 김상희(66)부의장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서 내리4선에 성공한 여성·환경운동가로 원래 공주 태생입니다. 야당 몫인 정진석(60)부의장은 과거 내무장관, 충남지사에 6선의원을 역임한 정석모씨의 차남입니다. 국회의장단 3인에 한 지역 출신이 한꺼번에 선출된 것은 의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서 우연이지만 화제가 될 만 합니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에 목말라 있습니다. 정치판에 정치는 없고 아귀다툼하는 비명 소리만 있습니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통해서 민심의 소재를 파악했을 것입니다. 여론의 동향을 아전인수로 해석하지 말고 보다 냉철하게 분석해서 좋은 정치를 펴 나가야합니다. 그 옛날 손자병법에 일승일패(一勝一敗)는 병가상사(兵家常事)라 하였습니다. 민주당이 정권을 계속 유지하느냐, 통합당이 정권을 빼앗느냐는 오로지 그들 자신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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