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명예롭게 퇴진할 기회를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던 정상혁(74) 충북 보은군수에게 법원이 27일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벌금 90만원을 선고하면서 검찰의 대법원 상고에 관심이 쏠린다.

대전고등법원 형사항소7부(부장판사 유상재)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정 군수에 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정 군수는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주민 10여 명에게 모두 90만원의 축·부의금을 전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군수직을 유지할 수 없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 군수는 이날 항소심에서 직위 유지의 기준인 100만원보다 10만원이 적은 90만원을 선고받아 일단 기사회생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축·부의금 전달 행위가 인정되고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긴 했지만 먼 친인척 관계이거나 공직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고향을 위해 일하다가 명예롭게 퇴진할 기회를 달라"고 했던 최후 변론 내용을 잊지 말 것을 상기시켰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군수를 옹호하는 주민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환호했다.

한 주민은 "경찰과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정 군수가 그동안 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지만, 이번 판결로 명예를 회복하고 군을 위해 더욱 봉사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 군수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주민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한 주민은 "법에서 정한 축·부의금 규정을 넘은 기부행위가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를 유지하게 한다면 때로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냐"며 "법원이 스스로 법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주민은 "명예롭게 퇴진하도록 해달라는 얘기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군수 출마를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정 군수는 다음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 군수에게 법원이 지나친 관용을 베풀었다"고 말했다.

정 군수에 관한 항소심 판결은 군수 재선거를 겨냥하던 지역 정치권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는 정 군수에 관한 1심 판결 뒤 4~5명의 인물이 재선거에 대비하는 분위기였다. 군수 재선거를 할 경우 현직 의원들의 출마도 예상돼 의원직 보궐선거까지 점쳐졌다.

하지만 정 군수가 일단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판결을 받아 이들은 검찰의 상고 여부와 상고를 할 경우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정 군수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관해서는 직위 유지와 무관한 형이라고 판단한 때문인지 항소를 중도 철회했다.

정 군수는 법정을 나오면서 "공정한 판단을 한 재판부와 성원해준 군민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알고 보은산단 분양 등 현안 해결에 온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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