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발생한 6살 남자 어린이 살인 사건의 피의자 어머니 양모(34)씨는 나흘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여성의 몸으로 경찰의 광범위한 수사망을 피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마련한 자금과 도피계획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25일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에 자수한 피의자 양씨를 청주로 압송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 21일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남편(32)에게 보낸 "아이가 죽었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후 22일 0시45분께 대전 동구 용전동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택시에서 내린 것이 확인됐다. 양씨는 5시간 후 버스터미널 주변의 한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9시 양씨는 다시 택시를 타고 이번엔 서울로 올라갔다. 하루 뒤인 지난 23일 오후 4시께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 잠깐 머문 사실이 확인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어 양씨는 무작정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서 경남 창원시로 이동했다. 여기서 이틀간 모텔 등을 전전한 뒤 25일 오전 2시30분 경찰에 자수했다.

그가 이처럼 경찰 수사망을 피해 전국 각지로 이동할 수 있던 것은 도피자금을 마련하는 등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양씨는 청주에서 남편과 함께 대천해수욕장으로 이동하면서 지인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현금 70만원을 빌렸지만,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남편의 승용차 안에서 지인과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계좌로 300여만원을 더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양씨는 남편에게 아들의 죽음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자취를 감추기 직전 해수욕장 인근 ATM기에서 4차례 걸쳐 현금 300여만원을 인출했다.

이 돈으로 대전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창원으로 택시와 버스를 타고 국토를 종단하면서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도피 과정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옷도 바꿔 입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는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어머니로서의 고통 등에 지쳐 나흘 만에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는 것으로 짧은 도피생활을 마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전하면서 "사건 경위와 도피 과정, 자수배경 등에 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지난 19일 자신이 사는 청주시 사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 A(6)군을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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