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S의 정치

―국민이 깨어나야 합니다.
이성으로 현실을 봐야합니다.
그러지 않고 거짓말에 놀아나면
우민정책이 판을 칩니다.
옥석을 구분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사회학에 우민정책(愚民政策)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지배계급이 권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비판력을 무력화 시키려는 정책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운동경기나 연예, 오락, 유흥 등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멀리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현대의 대표적인 우민정책으로는 3S정책, 다시 말해 스포츠(Sports), 성(Sex), 스크린(Screen)등의 활용을 들 수 있습니다.

우민정책의 유래는 그 역사가 깊어 멀리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 전 로마에서는 ‘빵과 서커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는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당시 과소비와 사치, 향락으로 물들어 부패한 로마사회의 세태를 풍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편에서 사용한 말입니다. 권력자가 무상으로 주는 빵(음식)과 서커스(오락 유흥)에 의해 로마시민이 ‘정치적 장님’이 되었다고 개탄한데서 나온 말입니다. 당시 로마에서는 저녁마다 곳곳에서 호화로운 파티가 열려 시민들을 취하게 했고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는 목숨을 건 결투가 열려 시민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 중심에는 포악한 군주 네로황제가 있었습니다. 그처럼 우민정책은 독재정권이나 부패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썼고 그로부터 ‘빵과 서커스’라는 두 단어는 후세 우민정책의 대명사로 자주 인용돼 왔습니다.

근현대의 우민정책으로는 1930년대 포르투갈의 독재자 안토니우 살라자르의 3F정책이 유명합니다. 교수출신의 독재자였던 살라자르는 축구(Futbal), 파티마(Fatima·성모발현 성지), 파두(Fado·포르투갈 민속음악)를 앞세워 민심을 장악했고 그를 통해 1932년부터 1968년까지 무려 36년간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장기집권을 누렸습니다.

1936년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심혈을 기울인 초호화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과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던 것 역시 우민정책의 하나였습니다.

아시아에서의 3S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이 1945년 일본에 진주해 실의에 빠진 패전국 국민들을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크게 장려한 것이 최초입니다. 천황제하의 군국주의에 길이 든 일본국민에게 자유가 맘껏 보장되는 미국식 민주주의, 거기다 경기장에서 함성을 지르고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리며 맘껏 유흥을 즐기게 되니 환호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바로 1980년대 대한민국입니다. 광주민주항쟁으로 수 백 명의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 신군부는 민심이 흉흉해지자 3S정책을 시도합니다. 1981년 6·25전쟁 뒤 30년 동안 이어져 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해 온 야간통행 금지 해제에 이어 ’88서울올림픽, ’86아시안게임 유치로 국민들을 환호하게 했고 1982년 프로야구를 필두로 프로축구, 민속씨름, 농구대잔치, 프로배구를 출범시킴으로써 스포츠시대의 막을 올렸습니다. 경기장 밖에는 TV, 냉장고 등 경품을 집 더미처럼 쌓아놓아 가난한 시민들을 모여들게 했습니다.

그동안 수출에만 의존했던 컬러TV 방송을 시작해 탤런트들의 세상을 만들어 사회의 우상(偶像)이 되게 했고 ‘애마부인’같은 진한 영화들이 마구 제작돼 국민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또한 전국의 도시 외곽에는 모텔이라는 이름의 숙박업소들이 마구 생겨나 선남선녀들의 놀이터가 되어 얽매였던 성(性)의 해방구가 되었습니다. 권력자들의 ‘암수’에 국민들은 그저 좋아라, 즐겁게 휩쓸릴 뿐이었습니다.

포근한 봄날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 한 논두렁에서 아이들이 봄나물을 캐고 있다. / NEWSIS = 함양군청 김용만 주무관 제공

물론 3S정책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사회에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경기가 활성화 된 측면도 있었습니다. 오늘 날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이 된 것도 그 결과일 것이고 전 세계를 휘젓는 K팝, ‘오빤 강남스타일의’ 싸이, 방탄소년단도 그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결과임은 자명합니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모텔들이 어떤 발전을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3S정책의 폐해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버닝선 사건을 보면 세칭 인기인이라는 젊은 연예인들이 성관계 동영상이니, 마약이니, 듣기도 거북한 사건들을 예사로 일으켜 온통 사회를 뒤흔들어 솔직히 아이들 보기 낯이 뜨거워짐을 금치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숨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물릴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다만 3S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래 속고, 저래 속고 독재자들의 사탕발림에 속아 지내온 것이 우리 현대사입니다. 저 지난해 교육부의 고위직인 나향욱씨가 “대중의 99%는 개,돼지나 마찬가지이니 배불리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망언을 한 것도 사실은 어리석은 국민들이 통치자들의 농간에 쉽게 놀아나기 때문에 개, 돼지로 얕잡아 보였던 것입니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속지 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우민(愚民)이 무엇입니까. 백성은 바보라는 말입니다.

봄이 되면서 경기장마다 스포츠 열기로 가득합니다. 전국의 야구장은 이미 입추의 여지가 없는 가운데 열전에 들어갔고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5만여 명의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다시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있습니다.

3S정책 덕분에 떼 부자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스포츠, 연예계 할 것 없이 억, 억 소리가 넘쳐납니다. 스타가 되어 부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서민들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최근 몇몇 연예인들에 의한 성관계 동영상 뉴스가 아침저녁 TV화면을 뒤덮고 아무개 차관의 난잡한 성스캔들 소식을 듣노라면 “어허, 참”하고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시대의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때문에 일부 학자들 가운데는 ‘신3S’라는 새로운 이론을 말하는 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신3S’란 즉, 안보(Security), 안전(Safety), 안정(Stability)을 이르는 것으로 이는 전쟁 없는 평화와 자연 재해에 대비한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유지해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를 제대로 해 국민들이 행복을 누릴 때의 이야기이지, 허구한 날 악담과 정쟁으로 날이 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저 허황된 공론에 다름 아닙니다.

김 아무개 전법무차관의 성 스캔들 재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세 번째 조사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것은 왜, 같은 사건을 국가기관이 세 번씩이나 거듭 조사를 해야 하느냐 입니다.

폐일언(蔽一言). 바라건대 늦긴 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결과를 내놓으십시오. 또 다시 시나리오를 짜 맞춰 ‘오리 발’을 내 놔서는 안 됩니다. 있었던 일, 그대로를 밝혀내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죄 값을 치르게 하는 그런 수사결과 말입니다. 그리고 사건을 조작해 무혐의로 발표했던 조사관들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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