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아침

정지용

 

산봉오리-저쪽으로 돌린 푸로우피일-

페랑이꽃 빛으로 볼그레 하다,

씩 씩 뽑아 올라간, 밋밋 하게

깎어 세운 대리석 기둥 인듯,

간ㅅ뎅이 같은 해가 익을거리는

아침 하늘을 일심으로 떠바치고 섰다.

봄ㅅ바람이 허리띄처럼 휘이 감돌아서서

사알랑 사알랑 날러 오노니,

새새끼도 포르르 포르르 불려 왔구나.

 

‘페랑이꽃’의 ‘패랭이꽃’은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30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선 모양 또는 피침 모양이다. 6~8월에 진분홍색 꽃이 가지 끝에 하나씩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를 맺는다. 관상용이고 꽃은 전초와 함께 약용으로 쓰이며, ‘석죽(石竹)ㆍ석죽화(石竹花)ㆍ천국(天菊)’이라고도 한다.

*‘페랑이’의 ‘패랭이’는 ‘댓개비로 엮어 만든 갓’을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역졸, 보부상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상제(喪制)가 썼으며, ‘평량갓ㆍ평량립(平涼笠)ㆍ평량자(平涼子)ㆍ평립(平笠)ㆍ폐양자(蔽陽子).’라고도 한다. 변천 과정은 ‘패랭이<펴랑이<동의>’이다.

‘볼그레’는 ‘엷게 볼그스름한 모양.’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계월향은 볼그레 물든 한산 세모시 적삼 깃을 굽어본다.≪박종화, 임진왜란≫ 볼그레 상기가 되었던 얼굴이, 금시로 해쓱히 질렸다.≪염상섭, 입하의 절≫’ 등이 있다.

‘밋밋하게’의 ‘밋밋하다’는 ‘생김새가 미끈하게 곧고 길다. 생긴 모양 따위가 두드러진 특징이 없이 평범하다.’의 뜻이다. 변천 과정은 ‘밋밋하다<믯믯다(滑)<능엄>[←믯믲-+-]/믯믲다(滑)<구방>’이다.

‘간ㅅ뎅이’의 ‘건덩이’는 ‘간(肝)’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손톱 밑에 가시 박힌 줄은 알아도 간덩이 썩어 가는 줄은 모른다더니, 이놈들이 그 한가지라는 생각이 앞섰다.≪한승원, 해일≫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목돈을 만지게 되자 간덩이들이 부풀었다.≪황석영, 영등포 타령≫’ 등이 있다.

‘익을거리는’의 ‘이글거리다’는 ‘불이 발갛게 피어 불꽃이 어른어른 피어오르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이글거리는 태양. 용광로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고 있다. 벽난로 안에서는 장작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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