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아침

정지용

 

귀에 설은 새소리가 새여 들어와

참한 은시계로 자근자근 얻어맞은듯,

마음이 이일 저일 보살필 일로 갈러저,

수은방울처럼 동글 동글 나동그라저,

춥기는 하고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설은’의 ‘설다’는 ‘익숙하지 못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이라 그런지 뒷산마저 눈에 설게 느껴진다. 내 눈에는 그가 입고 있는 옷이 영 설게만 느껴진다.’ 등이 있다.

‘자근자근’은 ‘조금 성가실 정도로 자꾸 은근히 귀찮게 구는 모양.’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외판원은 자근자근 나를 따라다니며 책을 권했다.’가 있다.

‘얻어맞은’의 ‘얻어맞다’는 ‘비교적 심하게 맞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나는 형한테 호되게 매를 얻어맞았다. 그는 깡패에게 흠씬 얻어맞아 골병이 들었다.’ 등이 있다.

‘보살필’의 ‘보살피다’는 ‘일 따위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거나 맡아서 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못자리를 보살피느라 바쁘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보살피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선산을 보살피며 말년을 보내셨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보살피다<보피다<번노>←보-+피-’이다.

‘갈러저’의 ‘갈라지다’는 ‘쪼개지거나 금이 가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뜨거운 물을 붓자 컵이 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외벽의 갈라진 틈을 시멘트 벽돌로 채운 뒤 그대로 흙을 덮었다. 나는 그때마다 내 살갗도 저 거북 등 같은 논바닥처럼 짝짝 갈라지지나 않을까 겁을 먹고는 했다.≪김용성, 도둑 일기≫’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갈라지다<갈아디다<월곡>←가-+-아+디-’이다.

‘동글동글’은 ‘여럿이 다 또는 매우 동근 모양.’을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잔디 위에 계집애들이 여기저기 동글동글 모여 있다.≪박완서, 도시의 흉년≫ 나는 의혹과 불안에 눈알을 동글동글 굴리면서도 얌전하게 그를 따라서 고양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김승옥, 역사≫’ 등이 있다.

‘나동그라저’의 ‘나동그라지다’는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지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나동그라진 개 밥그릇.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 사무실에는 의자만 여기저기 나동그라져 있었다.’ 등이 있다.

‘싫어라’의 ‘싫다’는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내 하는 일을 돕기 싫거든 간섭이나 하지 마요.≪이병주, 지리산≫ 곤히 잠든 명훈을 귀찮게 하기 싫어 아침상만 차려 놓고 그냥 출근해 버린 모양이었다.≪이문열, 변경≫’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싫다<슳다<원각>/슬다<월석>’이다. ‘-어라’는 끝음절의 모음이 ‘ㅏ, ㅗ’가 아닌 동사 어간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에 쓰여,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다. 예문으로는 ‘천천히 먹어라. 이 가방은 네가 들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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