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海峽

정지용

 

해협(海峽)이 물거울 쓰러지듯 휘뚝 하였다.

해협(海峽)은 업지러지지 않었다.

지구(地球) 우로 기여가는 것이

이다지도 호수운 것이냐!

외진곳 지날제 기적(汽笛)은 무서워서 운다.

당나귀처럼 처량(凄涼)하구나.

전남 진도대교 명량해협에서 열린 명량대첩 축제 한 장면/ 뉴시스

‘물거울’은 ‘모양을 비추어 보기 위하여 거울로 삼은 물.’을 일컫는다.

‘쓰러지듯’의 ‘쓰러지다’는 ‘힘이 빠지거나 외부의 힘에 의하여 서 있던 상태에서 바닥에 눕는 상태가 되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쓰러지다<러디다<법화>←-+-어+디-’이다.

한글 맞춤법 제15항 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구별하여 적는다. [붙임 1] 두 개의 용언이 어울려 한 개의 용언이 될 적에, 앞말의 본뜻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고, 그 본뜻에서 멀어진 것은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2) 본뜻에서 멀어진 것으로는 ‘드러나다, 사라지다’ 등이 있다. 그러므로 ‘쓰러지다’로 써야 한다.

‘휘뚝하였다’의 ‘휘뚝하다’는 ‘갑자기 넘어질 듯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흔들리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힘껏 지게문을 잡아당겼더니 고리 걸리지 않은 문이 펄떡 열리며 꺽정이는 자기 힘에 몸이 한편으로 휘뚝하였다.≪홍명희, 임꺽정≫’가 있다.

‘업지러지지’의 ‘엎지르다’는 ‘그릇에 담기어 있는 액체 따위를 뒤집어엎어 쏟아지게 하거나 흔들어 넘쳐 나가게 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아이가 우유를 옷에 엎질렀다. 그만 방석에 커피를 엎질러 버렸다.’ 등이 있다.

‘기여가는’의 ‘기어가다’는 ‘어떤 곳을 기어서 가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어린애가 글 읽는 쪽으로 기어가면 침모는 노끈 맨 발을 당기곤 한다.≪한설야, 황혼≫ 그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마루를 살금살금 기어가고 있었다.’ 등이 있다.

‘이다지’는 부사이며, ‘이러한 정도로. 또는 이렇게까지.’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내 마음을 이다지도 몰라주나? 이놈의 세상, 왜 이다지도 불공평하단 말인가.≪전상국, 하늘 아래 그 자리≫’ 등이 있다.

‘기적(汽笛)’은 ‘기차나 배 따위에서 증기를 내뿜는 힘으로 경적 소리를 내는 장치. 또는 그 소리.’를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기적을 울리며 배가 출발했다. 역 구내 쪽에서 기관차의 긴 기적 소리가 두 번 울렸다.≪김용성, 도둑 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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