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까지...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전망 모색

청주시립미술관은 15일부터 일곱 명의 여성작가들 작품을 통해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전망을 모색하는 <부드러운 권력>전을 개막한다.

전시 참여작가는 김주연, 김희라, 박영숙, 윤지선, 임은수, 정정엽, 조영주 등 40대 초반에서 70대에 이르는 여성작가들로 이 중에는 페미니즘 미술 초기부터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활동했던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페미니즘의 개념 아래 한 번도 묶이지 않았던 작가들도 포함됐다..

지난 1980년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서 1990년대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기 시작했던 여성주의 미술가들은 대체로 민중미술의 부상과 함께했으며, 민중미술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양상들 가운데 하나로 해석되어 왔다.

성차별의 문제와 더불어 계급의 문제 등을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았던 여성주의 미술은 계급과 성차별로 이중적으로 억압받는 여성의 문제들에 대해 직설적인 조형언어를 사용해 저항적 메시지를 담아 미술계와 여성계의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이후 정치적 긴장의 완화 및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의 본격적인 탐색으로 인해 여성주의 미술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기존의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여성들 안의 차이와 각 개별 여성의 중층적 정체성에 주목하는 작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최근 여성 작가들은 여성의 재현이라는 개념 자체를 명확히 한정지으려 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드러낸다. 오히려 여성을 바라보는 기존의 틀을 불안정하게 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며 기존의 방식으로 바라본 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가진 모순점을 열어보이려고 한다.

김주연(설치)의 버려진 옷에 새싹이 피어나게 하는 작품들은 한 인간의 죽음과 삶, 그리고 생명을 살리는 토대가 되게 하는 여성의 육체에 대한 사유를 불러 일으킨다.

김희라(섬유공예)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어수선한 집구석’의 재현에서는 작가이자 주부, 어머니로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자투리로 주어지는 시간들의 부산물로서의 작품들이 가득하며, 지나치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유쾌한 유머로 발화하는 재치를 볼 수 있다.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서양의 팜므파탈(femme fatale)과도 비교될 수 있는 여성상을 보여주면서, 사회적 낙인인 ‘미친년’ 개념이 가진 저변의 힘을 보여주는 새로운 도상을 창출했다.

윤지선의 <누더기얼굴(Rag Face)> 연작은 자신의 얼굴 사진에 미싱으로 박음질을 하고 자신의 초상을 변형시킨 작품들인데, 이 작품들에서는 한 사람의 얼굴이 이중 삼중의 변형을 거쳐 때로는 무시무시하게 때로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고정된 자아의 개념에 도전한다.

임은수는 퍼포먼스와 설치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데, 그의 퍼포먼스에 등장하는 곡물과 설치 작품에 사용되는 작은 빛은 감추어 드러나지 않는 여성적 힘의 상징이다.

정정엽의 작품들은 곡물이 가진 생장의 힘을 여성의 힘으로 비유한 작품들로, 팥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모여서 힘을 이루는 민중적 상상력을 배가시킨다.

<부드러운 권력>전의 개막식 행사는 22일 오후 4시 미술관 로비에서 참여작가들과 국내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다. 오픈 행사에는 참여작가인 임은수 작가의 퍼포먼스 <파종>이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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