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잇따르는 대형 참사 
그 원인은 어디에 있나.
생명경시사상 때문인가?
안전 불감증 때문인가?
그것을 찾는 일이 급선무―

 

1949년 미국의 한 공군기지에서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충격완화장치 실험을 하였습니다. 에드워드 머피대위를 팀장으로 한 실험 팀은 전극봉(電極棒)을 이용해 비행기가 정지할 때 조종사들이 받는 중력상태를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번번이 실패로 끝나곤 해 해답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머피대위는 포기하지 않고 실험에 매달려 전극봉의 한 쪽 끝부분 선이 잘못 연결된 것이 원인임을 밝혀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머피대위는 그동안 작은 실수에서 문제가 비롯된 것임을 알지 못하고 애를 태웠던 것입니다.

한숨을 돌린 머피대위는 “어떤 일을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데 누군가 꼭 그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게 돼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반대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된다(Anything that can go wrong will go wrong)”는 교훈을 터득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계속 꼬이기만 할 때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하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바로 거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일, 매일 많은 일을 경험합니다. 평소에는 그런대로 별 탈 없이 잘 돌아가다가 어느 날은 생각지도 않았던 언짢은 일이 연거푸 일어나 짜증나는 경우를 흔히 겪습니다.

예컨대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던 사람이 모처럼 택시를 타고 빨리 가려고 했더니 그날따라 교통 체증에 걸려 지각을 하는 경우도 있고, 평소에 열심히 잘 하다가 깜빡 조는 사이 하필 상사가 나타나 눈 밖에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오랜만에 별러 목욕탕엘 갔더니 그날따라 ‘휴업’ 팻말이 붙어있어 허탕을 치기도 하고 문에 머리를 부딪치고 잇달아 계단에서 발이 걸려 넘어지는 울고 싶은 일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비유처럼 그렇게 불운을 겪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상사입니다.

20여 년 전인 1990년대 3인조 힙합 댄스그룹 ‘DJ DOC’이 불러 히트시킨 ‘머피의 법칙’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왜 나는 미팅만 하면 맘에 안 드는 사람이 걸릴까”라는 가사는 젊은이들의 함성을 자아 낼 만큼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친구들과 미팅을 갔었지/뚱뚱하고 못생긴 애 있길 래/우와, 쟤만 빼고 다른 애는 다 괜찮아/그러면 꼭 걔랑 나랑 짝이 되지/내가 맘에 들어 하는 여자들은/꼭 내 친구, 여자 친구이거나/우리 형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니면 꼭 동성동본/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나는 도대체 되는 일이 하나 없는지/언제쯤 내게도 기가 막힌/그런 눈부신 여자 친구 하나 생길까”―

그러니까 ‘머피의 법칙’은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에게나 다반사로 일어나는 불청객 같은, 흔하디흔한 일 가운데 반갑지 않은 기분 나쁜 일인 것입니다.

아직 선진국이 못 되어서 일까. 유독 우리 사회는 서구사회에 비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잦은 것이 특징의 하나입니다. 큰 사건이 일어나 한바탕 소동을 빚고 잊을 만하면 뒤따라 또 사건이 터지는 게 공식이 되다시피 해 왔으니 말입니다.

1948년 정부 수립이후 70년 동안 국내외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고는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공중에서, 지상에서, 해상에서 잇따른 불의의 대형 사고들은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키고 사회를 암울하게 했습니다.

1949년 10월 5일 인천~강화간 연락선 평해환이 침몰해 120명이 익사하는 해상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사고 원인은 정원45명의 여객선에 무려 3배가 넘는 승객을 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해 8월 중앙선 죽령터널에서 열차가 탈선해 48명이 사망하고 147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39명의 인명이 희생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NEWSIS

▷1953년 1월 9일 여수~부산 여객선침몰, 229명 사망 ▷1963년 1월 18일 전남 목포 허사도 여객선침몰, 140명 사망 ▷1967년 1월 14일 경남 창원 가덕도 부근에서 해군 구축함 ‘충남함’과 여객선 한일호 충돌, 93명 사망.

▷1970년 4월 8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 붕괴, 33명 사망 ▷12월 15일, 여객석 남영호 여수해상에서 침몰, 326명 사망. ▷1971년 12월 25일 서울 퇴계로 대연각호텔에 큰 불이 나 사망 163명, 부상 63명의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정부수립이래 최악의 화재로 세계 화재사에서도 유례없는 대 참사였습니다. 워낙 큰 불이어서 KBS TV에서 생방송으로 중계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1974년 11월 3일, 서울 청량리 대왕코너 화재로 88명 사망 ▷1976년 10월 28일, 동해 어선조난사고, 10여척의 어선침몰, 327명 사망 ▷1977년 11월 22일, 이리 역 화약 운반열차 폭발, 59명 사망 ▷1981년 5월 14일 경북 경산군 경부선 상행선 건널목 서울행 열차 추돌사고, 54명 사망.

▷1983년 9월 1일 캄차카 근해 상공에서 대한항공 보잉747기 소련 전투기 미사일 발사로 탑승객 269명 전원 사망 ▷1984년 8월 31일, 서울 한강 대홍수 범람, 189명 사망, 150명 실종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858편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 국가안전기획부는 북괴공작원 김승일 김현희에 의한 테러사건으로 공식 발표. 승객, 승무원 등 151명 전원사망.

▷1993년 3월 28일, 부산 구포역 열차 전복사고 73명 사망 ▷7월 26일 전남 목포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보잉737기 강풍과 안개로 추락. 68명 사망 ▷10월 10일, 전북 부안에서 격포항으로 가던 여객선 서해페리호 기상악화로 좌초, 292명 사망. ▷1994년 10월 21일 서울 한강 성수대교 붕괴, 32명 사망.

▷1995년 4월 28일 대구지하철 도시가스 폭발, 학생 시민 등 101명 사망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5층짜리 삼풍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은 붕괴사고로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 1950년 6·25전쟁 이래 최대 사망사고였습니다.

▷1997년 8월 6일 대한항공 747기 미국령 괌에 착륙 도중 추락, 228명 사망 ▷1999년 6월 30일, 경기도 화성군 청소년 수련원 씨랜드에서 화재로, 유치원생 등 23명 사망 ▷10월 30일 인천 중구 호프집 화재, 52명 사망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92명 사망, 151명 부상.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서해상에서 세월호 여객선이 침몰해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 일반인 등 304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은 아직 국민들의 기억에 생생합니다.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스포츠클럽 화재참사로 29명이 목숨을 잃은 지 1개월 만에 이번에는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39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가 또 일어난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보여 준 또 하나의 불행한 사고사례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사고가 판박이처럼 잇달아 일어나는지, 우리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통탄할 노릇이요,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매우 궁금할 따름입니다. 69년 전 머피대위가 한 것처럼 문제의 근본을 찾아내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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