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소망

 

―무술년 '황금 개 띠' 해. 
평창올림픽 잘 치르고
천재지변·사건·사고 없고
부디 전쟁이 없는 한 해.
온 국민의 염원입니다―

 

서기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단군기원 4351년입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가 됐다고 해서 숫자가 바뀐 것 외에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은 없고 하룻밤이 지나갔을 뿐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막연하나마 새해에 무엇인가, 달라 질 것을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동안의 삶이 너무나 고달프고 힘겨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튼 올해는 지난 해 보다 분명히 더 나아질 것이라는 한 가닥 소망을 가져 보는 새 아침입니다.

올해는 12간지(干支)로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 그것도 60년만의 ‘황금 개 해’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가축인 개는 인간의 역사와 거의 궤(軌)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개가 인간에 의해 순치, 사육되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페르시아 베르트 동굴의 것으로 BC 9,500년경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자그마치 1만2,000년이 된 셈입니다.

개의 선조는 유전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는 늑대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학자들은 늑대와 개의 유전자가 99%이상 일치하는 높은 확률로 보아 한 조상의 후손임을 입증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의하면 약 1만5,000년 전 동아시아에서 늑대를 가축으로 기르던 과정에서 개가 태어났으며 그렇게 태어난 개가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개는 냄새를 잘 맡고 귀가 밝은데다 영리하고 순해 사람을 잘 따르는 순종적인 성질이라서 기나긴 세월 인관과의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현재 그 품종은 전 세계적으로 3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개는 한자어로는 견(犬) 이외에 구(狗), 술(戌) 등으로 표기합니다. 기(猉), 교(狡) 등의 표현도 있는데 이는 작은 개를 뜻합니다.

중국 당나라 문헌에 보면 “제주도에서 개를 사육하여 그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기록이 있고 또 신라 지증왕이 개로 인해서 왕비를 구했다는 전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개가 사육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는 한번 주인을 정해 같이 살면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은 인간을 배신해도 개는 절대 인간을 배신하지 않아 동서양에 수많은 미담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가난한 소년 넬로의 이야기를 그린 위다의 소설 ‘플랜더스의 개’가 유명해 청소년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우리나라에서는 술에 취해 산길에 쓰러져 있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냇물을 털에 묻혀와 불을 끄고 죽었다는 충견(忠犬)전설이 후세에 전해옵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개띠 해’에 일어 난 사건들이 그때마다 눈길을 끕니다. 이홍직(李弘稙) 편저 ‘국사대사전’ 에 의하면 역사 속의 ‘개 해’에는 이런 저런 사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서기 758년(신라 경덕왕 17년) 2월 “내외관(內外官)의 휴가일이 60일 이상 되는 자는 해관(解官)케 한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옵니다. 이는 신라의 관리들이 한해 휴가를 2개월이나 쓸 수 있었다는 방증이니 당시 공직사회 분위기가 괜찮았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1238년(고려 고종 25년) 개의 해에는 몽고의 3차 침입으로 경주에 있던 황룡사 9층 목탑이 잿더미가 되었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이는 신라의 ‘삼보(三寶)’로 가히 국보급이었다고 합니다.

붉게 물든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 오르는 2018년 새해 태양. 올해 우리 국민들의 소망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NEWSIS

한글을 창제한 조선의 4대왕 세종이 1418년 무술년에 왕위에 올랐고 1598년(조선 선조 31년)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노량 앞바다에서 장렬히 전사한 애석한 기록도 눈에 띱니다.

1778년 7월 (조선 정조 2년) 공충도(公忠道)를 홍충도(洪忠道)로 바꿨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는 충청감영의 소재지인 공주(公州)가 대역죄인인 심금혁(沈金奕)의 출생지이기 때문에 ‘공’자를 ‘홍’자로 명칭을 바꾼 것입니다. 이로써 충청도의 옛 이름이 한때 공충도, 홍충도 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홍충도는 홍주(지금의 홍성)와 충주의 약자입니다.

1898년(조선 고종 35년) 8, 9월에 제국신문(帝國新聞)과 황성신문(皇城新聞)이 잇달아 창간돼 자주독립사상에 한몫을 하게 됩니다. 이해 ‘종로고개(鍾峴)에 천주교회당 준공’이라는 기록이 있으니 지금의 한국 천주교 총 본산인 명동성당이 이 해 준공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을 36년 동안 짓밟은, 그래서 질곡의 역사일 수밖에 없었던 일제식민지도 1910년 경술년(庚戌年) 개띠해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해 8월 29일, 519년을 이어온 조선왕조는 막을 내립니다. 자유당정부 시절이던 1958년 2월 승객·승무원 34명이 탄 민간항공기 KNA기가 북한으로 공중 납치돼 국민을 놀라게 합니다. 이 해 여름 전국적으로 3,200여명의 뇌염환자가 발생, 635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일어납니다. 60년 전 일입니다.

2018년 올해를 수놓을 두 가지 큰 축제가 있습니다.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평창, 강릉, 정선 일원에서 17일 동안 열리는 ‘눈과 얼음 위의 향연’ 평창 동계 올림픽과 그리고 6월 13일 전국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입니다.

전 세계 95개국에서 15개 종목, 102개 세부종목에 2,500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각축을 벌일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의 국위를 또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한국은 7개 종목 130명이 출전합니다. 금메달 목표는 20개.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선수 외에 각국의 취재진, 관계자 등 5만 명이 몰려 와 성황을 이룰 것입니다. 아무쪼록 안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원만하게 대회가 치러져 성공한 올림픽이 되기를 온 국민이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6월 13일의 지방선거 역시 그 어떤 행사보다 중요합니다.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질 선거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 시·도의회 의원과 시·군 의원을 뽑게 됩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수는 광역 17개, 기초 226개 등 총243개 지역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 될 때 전국이 고루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옥석(玉石)을 가려 ‘좋은 인물’을 선출하는 모범선거가 돼야 하겠습니다.

2018년에 거는 기대와 소망이 어찌 그 뿐이겠습니까. 지진, 홍수, 태풍 같은 천재지변이 없어야 되겠고 잇따르는 대형화재, 대형교통 사고 등 불의의 각종 사건, 사고로 온 사회가 뒤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힘없는 노인들, 가난한 서민들, 소외된 이들이 절망에 빠져 최후를 선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하겠고, 폭력 및 각종 흉악범죄, 사기…등등 민생을 해치는 사건들도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 어깨를 펴고 활보하는 모습도 진정으로 보고 싶은 그림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부디 전쟁이 없어야 합니다. 전쟁은 인류의 공적(公敵)입니다. 어떤 구실로도 전쟁을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평화는 동서고금 시공을 초월한 최상의 가치요, 최고의 선(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패권정책으로 인해 아슬아슬,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제발 아무 탈 없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올해 우리 국민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정치인들이 정쟁을 접고 정치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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