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듥이

              정지용

저 어는 새 떼가 저렇게 날러오나?
저 어는 새 떼가 저렇게 날러오나?

사월ㅅ달 ‘해ㅅ살/해살’이
물 농오리 치덧하네.

하눌바래기 하눌만 치여다보다가
하마 자칫 잊을 번했던
사랑, 사랑이

비듥이 타고 오네요.
비듥이 타고 오네요.
[출처: 《조선지광》64호, 1927. 2.]

경남 남해군 설천면 해안가에서 바라본 바다에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치고 있다. / 사진출처=뉴시스.

‘저렇게’는 ‘저러하게’가 줄어든 말이다. ‘저러하다’는 ‘저렇다’의 본말이다. 변천 과정은 ‘저러하다<뎌러다<용가>←뎌러+-’이다. 예문으로는 ‘저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허락하시지요? 뭘 믿고 저렇게 큰소리를 탕탕 치는 건고?≪염상섭, 두 양주≫’이다.

‘해살’은 ‘햇살’로 써야 한다. 한글 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이다.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은 사이시옷을 첨가한다. ‘햇살’은 해가 내쏘는 광선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따가운 여름 햇살. 창문으로 따사로운 봄 햇살이 비껴 들어왔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줄기 속으로 아버지의 옛 모습이 떠올랐다.’ 등이 있다.

‘하눌바래기’의 ‘하늘바라기’는 ‘빗물에 의하여서만 벼를 심어 재배할 수 있는 논.’을 말하며, ‘봉답(奉畓)ㆍ봉천답ㆍ불안전답ㆍ수리 불안전답ㆍ천봉답ㆍ천수답’이라고도 한다.

‘하마’는 ‘바라건대 또는 행여나 어찌하면.’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동이 노인은 얼른 일어났다. 쪼그려 앉아서도 신작로께가 잘 내다보였건만 하마 놓칠까 해서였다.≪황석영, 종노≫. 뒤 교정의 테니스 코트로부터 끊였다 일었다 들려오는 고무공 맞는 소리의 연한 음향이, 그 한가로움을 한결 도와, 하마 졸음이 올 듯만 하였다.≪채만식, 돼지≫’ 등이 있다.

‘잊을번했던’은 ‘잊을∨뻔했던’으로 써야 한다. ‘뻔’은 어미 ‘-을’ 뒤에 쓰여, ‘어떤 일이 자칫 일어날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아니하였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폭설을 만나 길을 잃어버려 얼어 죽을 뻔도 했고, 길을 질러가려고 저수지 얼음판 위를 걷다가 한가운데서 얼음이 뿌지직뿌지직 갈라지며 내려앉는 바람에 물귀신이 될 뻔도 했다.≪조정래, 태백산맥≫’가 있다.

‘비듥이’의 비둘기’는 비둘기목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멧비둘기, 염주비둘기, 홍비둘기, 흑비둘기 따위의 여러 종류가 있다. 야생종과 집비둘기로 크게 나누는데 야생종은 대부분 텃새이다. 부리가 짧고 다리도 가늘고 짧으며 날개가 큰 편이다. 식도의 큰 모이주머니에 먹이를 저장하고 그 벽에서 암죽을 분비하여 새끼에게 먹인다. 성질이 온순하여 길들이기 쉽고 귀소성을 이용하여 통신에 사용한다. 평화를 상징하는 새이며, ‘발고(勃姑)ㆍ이성조’라고도 한다. 변천 과정은 ‘비둘기<비둘기/비돌기/비들기/비기<비두리<월석>’이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