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ㅅ기 내기

                  정지용

나-ㄹ 눈 감기고 숨으십쇼.
잣나무 알암나무 안고 돌으시면
나는 샃샃이 찾어 보지요.

숨ㅅ기 내기 해종일 하며는
나는 슬어워 진답니다.

슬어워 지기 전에
파랑새 산양을 가지요.

‘떠나온지/떠나온∨지’ 오랜 시골 다시 찾어
파랑새 산양을 가지요.
[출처: 《조선지광》64호, 1927. 2.]

참새 한 마리가 새끼에게 줄 먹이를 입에 물고 소나무에 앉아 비를 피하고 있다. / 사진출처=뉴시스.

‘감기고’의 ‘감기다’는 ‘감다’의 사동사이다. ‘감다’는 ‘눈꺼풀을 내려 눈동자를 덮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아이가 졸린지 눈을 스르르 감는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감다<다<월석>’이다.

‘잣나무’는 소나뭇과의 상록 교목이다. 높이는 10∼30미터이고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갈색이며 얇은 조각이 떨어진다. 잎은 다섯 개씩 뭉쳐나고 바늘 모양이다. 암수한그루로 5월에 연두색의 단성화가 피고 열매는 긴 타원형으로 10월에 열리며 씨는 ‘잣’이라고 하여 식용한다. 재목은 건축, 가구재 따위에 쓰고 정원수로 재배한다.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며, ‘과송(果松)ㆍ백목(柏木)ㆍ백자목ㆍ송자송ㆍ오렵송ㆍ오립송ㆍ오엽송ㆍ유송(油松)ㆍ해송(海松)’이라고도 한다.

‘알암/아람’의 ‘아람’은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를 일컫는다.

‘돌으시면’의 ‘-으시-’는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 다른 어미 앞에 붙어), ‘어떤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가 화자에게 사회적인 상위자로 인식될 때 그와 관련된 동작이나 상태 기술에 결합하여 그것이 상위자와 관련됨’을 나타내는 어미이다.

‘샃샃이/샅샅이’의 ‘샅샅이’는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또는 빈틈없이 모조리.’를 말한다. 예문으로는 ‘신문을 샅샅이 읽었지만 그런 기사는 없었다. 언제 기회가 있으면 지리산 일대의 동굴을 샅샅이 찾아보았으면 하는 충동이 있었다.≪이병주, 지리산≫’ 등이 있다.

‘슬어워’의 ‘슬퍼하다’는 ‘어떤 일, 사실 따위를 슬프게 여기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슬퍼하다<슬퍼다 <동신>←슳-+-브-+-어+-’이다.

‘파랑새’는 ‘파랑샛과의 하나.’이다. 몸의 길이는 28cm 정도이며 몸빛은 선명한 청록색이고 머리와 꽁지는 검은색,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이며 날개의 가운데에는 푸른 흰색의 큰 무늬가 있다. 여름 철새로 큰 나무의 높은 곳에 집을 짓는데 한국, 동시베리아, 일본, 중국 등지에서 번식하고 열대 지방에서 겨울을 지내며, ‘청조(靑鳥)’라고도 한다.

‘산양/사냥’의 ‘사냥’은 ‘총이나 활 또는 길들인 매나 올가미 따위로 산이나 들의 짐승을 잡는 일.’을 말하며, ‘수렵(狩獵)ㆍ엽취(獵取)ㆍ전렵(田獵).’이라고도 한다. 변천 과정은 ‘사냥<산영<산<훈몽><山行’이다.

‘떠나온지’의 ‘떠나온∨지’는 띄어 써야 한다. 한글 맞춤법 제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그러므로 ‘떠나온∨지’로 써야 한다. ‘지’는 어미 ‘-은’ 뒤에 쓰여,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를 들면, ‘그를 만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집을 떠나온 지 어언 3년이 지났다. 강아지가 집을 나간 지 사흘 만에 돌아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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