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래요

                정지용

한길로만 오시다
한 고개 ‘넘어/너머’ 우리 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늦인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 이처럼 들레시면
누가 무어래요?
[출처: 《조선지광》64호, 1927. 2.]

꿀벌이 만개한 복사꽃을 오가며 달콤한 꿀을 따고 있다.


‘한길로만’의 ‘한길’은 ‘사람이나 차가 많이 다니는 넓은 길.’을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한길로 나가다. 왕래하는 사람도 드물어 넓은 한길이 그저 한산했다.≪황순원, 카인의 후예≫’ 등이 있다.

한글 맞춤법 제19항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서 명사로 된 것과 ‘-이’나 ‘-히’가 붙어서 부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붙임] 어간에 ‘-이’나 ‘음’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다른 품사로 바뀐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1) 명사로 바뀐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너머’로 써야 한다. ‘너머’는 높이나 경계를 나타내는 명사 다음에 쓰여,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뒤뜰 돌담 너머, 붉은 지붕의 건물이 바로 그가 경영하는 모란 유치원이다. 들창 너머, 파랗다 못해 보라색을 머금은 하늘이 눈에 싱싱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너머<←넘-+-어’이다.

‘새잇길’은 ‘샛길’의 본말이다. 예문으로는 ‘아카시아 사잇길. 두 장정은 갑해 형제를 성큼 앞질러 향교 뒤 대밭 사잇길로 빠져 올라갔다.≪김원일, 불의 제전≫’ 등이 있다.

‘복사꽃/복숭아꽃’은 ‘복사나무의 꽃.’이며, ‘도화(桃花)ㆍ복사꽃.’이라고도 한다. 변천 과정은 ‘복숭아꽃<복쇼화곶<복홧곶<두시-초> [←복+화 [<花 ]+-ㅅ+곶] /복곶<두시-초> [←복+-ㅅ+곶]’이다.

‘들레시면/들르시면’의 ‘들르다’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친구 집에 들르다. 퇴근하는 길에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 등이 있다.

‘무어래요’의 ‘-래요’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라고 해요’가 줄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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