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에 맞는 이

                    정지용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 좀 보시오.
이리 좀 돌고 저리 좀 돌아 보시오.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 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 맘에 꼭 ‘맞는∨이/맞는이’.

큰 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 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기(口令)를 부르지요.

“앞으로- 가. 요.”
“뒤로- 가. 요.”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ㅅ소개 ‘같어요/같아요’.
호. 호. 호. 호. 내 맘에 맞는이.
[출처: 《조선지광》64호, 1927. 2.]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하늘에 무지개빛 구름, '채운(彩雲)'이 나타나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 사진출처=뉴시스.

한글 맞춤법 제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그러므로 ‘맞는∨이’로 띄어 써야 한다. ‘맞’은 동사 ‘맞다’와 관형사형 ‘는’으로, ‘이’는 의존 명사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의존 명사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것’은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의존 명사이다. ‘수’는 ‘어떤 일을 할 만한 능력이나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말한다. ‘만큼’은 ‘앞의 내용에 상당하는 수량이나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사람’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바’는 ‘앞에서 말한 내용 그 자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이다.

‘의존 명사(依存名詞)’는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이다. ‘것, 따름, 뿐, 데’ 따위가 있으며, ‘꼴이름씨, 매인이름씨, 불완전 명사, 안옹근이름씨, 형식 명사’라고도 한다.

의존(依存) 명사(名詞)는 다음과 같이 나누기도 한다.

‘보편성 의존 명사’는 관형어와 조사와의 통합에 있어 큰 제약을 받지 않으며 의존적 성격 이외에는 자립 명사와 큰 차이가 없으며, ‘이, 것, 분, 바, 데’ 등이 있다. ‘주어성 의존 명사’는 주어로만 쓰이는 의존 명사이고, ‘지, 수, 리(理), 나위’ 등이 있다. ‘서술성 의존 명사’는 항상 서술격조사 ‘이다’와 결합하며, ‘따름, 뿐, 터, 때문’ 등이 포함된다. ‘부사성 의존 명사’는 부사어로 기능하는 의존 명사이고, ‘줄, 채, 체, 척, 만큼, 대로, 둥, 듯, 양, 족족, 만, 딴’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다음 경우의 의존 명사는 윗말과 굳어 버린 것으로 보아 붙여 쓴다. 예를 들면, ‘이것, 그것, 저것, 아무것, 날것[未熟物], 들것, 별것, 생것, 산것, 탈것’, ‘동쪽, 서쪽’, ‘위쪽, 아래쪽, 앞쪽, 뒤쪽, 반대쪽’, ‘이번, 저번, 요번’, ‘이편, 저편’, ‘그이, 이이, 저이’ 등이 있다.

‘조그만치만/조그만지만’의 ‘지만’은 ‘-지마는’의 준말이다. ‘-지마는’은 ‘이다’,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었-, -겠-’ 뒤에 붙어,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시인하면서 그에 반대되는 내용을 말하거나 조건을 붙여 말할 때’에 쓰는 연결 어미이다.

‘어리석은 척’의 ‘어리석다’는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의 뜻이며, ‘우하다ㆍ토매하다’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그는 언제나 자기가 어리석고 못났다는 열등감에 빠져 있는 듯했다. 우리 모두는 인간적으로 민족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살해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죄를 저질렀네.≪조정래, 태백산맥≫’ 등이 있다. ‘척’은 어미 ‘-은’, ‘-는’ 뒤에 쓰여,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의미한다. 예문으로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다. 나를 보고서도 그는 못 본 척 딴전만 피웠다.’ 등이 있다.

‘예사람처럼’의 ‘처럼’은 체언 뒤에 붙어,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다. 예문으로는 ‘새처럼 날고 싶다. 부끄러움을 못 견디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었다가, 다시 누가 보지나 아니하였나 하고 사면을 돌아보았다.≪나도향, 어머니≫’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처럼<텨로<톄로<소언>←톄(體)+-로’이다.

‘합쇼/하십시오’의 ‘-십시오’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이나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뒤에 붙어, ‘합쇼할 자리에 쓰여,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를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다. 예문으로는 ‘제 말대로 하십시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등이 있다.

‘홍예문(虹霓門)’은 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문이며, ‘아치문ㆍ홍예’라고도 한다.

한글 맞춤법 제16항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에는 어미를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에는 ‘-어’로 적는다. 1. ‘-아’로 적는 경우는 ‘-아’로 적는다. 그러므로 ‘같아’로 써야 한다. ‘같다’는 다른 것과 비교하여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돌다/돌아도/돌아서, 얇다/얇아도/얇아서, 보아/보아도/보아서’ 등이 있다.

‘돌다’는 ‘물체가 일정한 축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다’의 뜻이다. ‘보다’는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알다’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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