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알리아

              정지용

가을 볕 째앵하게
‘내려쪼이는/내리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여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젓가슴과 붓그럼성이
‘익을∨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순하여 다오.
‘암사심∨처럼/암사심처럼’ 뛰여 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 다니는
힌 못물 같은 하눌 밑에,

함빡 피여 나온 ‘따알리아/달리아’.
피다 못해 터져 나오는 따알리아.
[출처: 《신민》19호, 1926. 11.]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공원의 꽃밭에서 참새들이 가을 볕을 만끽하며 먹이를 구하고 있다. / 사진출처=뉴시스.

‘내려쪼이는/내리쪼이는’의 ‘내리쬐다’는 ‘볕 따위가 세차게 아래로 비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 바람만 없는 곳에는 벌써 볕이 꽤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다.≪김동인, 운현궁의 봄≫’ 등이 있다.

‘익을 대로’의 ‘대로’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같은 용언이 반복되어, ‘-을 대로’ 구성으로 쓰여, ‘어떤 상태가 매우 심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익었구나’의 ‘-구나’는 ‘이다’의 어간, 형용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나 혼잣말에 쓰여, 화자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주목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다. 흔히 감탄의 뜻이 수반된다.

한글 맞춤법 제4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그러므로 ‘암사심처럼’으로 붙여 써야 한다. ‘처럼’은 체언 뒤에 붙어,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다. 예를 들면, ‘꽃이, 꽃마저, 꽃밖에’ 등이 있다.

‘이’는 받침 있는 체언 뒤에 붙어, ‘어떤 상태를 보이는 대상이나 일정한 상태나 상황을 겪는 경험주 또는 일정한 동작의 주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다. ‘마저’는 체언 뒤에 붙어,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변천 과정은 ‘마저<석상>’이다. ‘밖에’는 주로 체언이나 명사형 어미 뒤에 붙어,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며, 반드시 뒤에 부정을 나타내는 말이 따른다.

‘조사(助詞)’는 체언이나 부사,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이며, 격 조사, 접속 조사, 보조사로 나눈다. 그리고 ‘걸림씨, 관계사, 관계어, 토, 토씨’라고도 한다. ‘격 조사(格助詞)’는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앞말이 다른 말에 대하여 갖는 일정한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이며, ‘주격 조사, 서술격 조사, 목적격 조사, 보격 조사, 관형격 조사, 부사격 조사, 호격 조사’ 따위가 있으며, ‘격토, 자리토씨’라고도 한다.

‘접속 조사(接續助詞)’는 둘 이상의 단어나 구 따위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 주는 구실을 하는 조사이며, ‘와, 과, 하고, (이)나, (이)랑’ 따위가 있으며, ‘이음토씨’라고도 한다. ‘보조사(補助詞)’는 체언, 부사, 활용 어미 따위에 붙어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는 조사이며, ‘은, 는, 도, 만, 까지, 마저, 조차, 부터’ 따위가 있으며, ‘도움토, 도움토씨, 보조 조사, 특수 조사’라고도 한다.

‘달리아(dahlia)’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0.4∼2미터이며, 잎은 우상 복엽이고 고구마처럼 생긴 뿌리로 번식한다. 7월부터 늦가을까지 원줄기와 가지 끝에 꽃이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로 10월에 익는다. 관상용이고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양국(洋菊)ㆍ천축모란’이라고도 한다.

‘터져’의 ‘터지다’는 ‘꽃망울이 벌어지기 시작하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터지다<디다<월석>←-+-어+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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