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엣 색씨 들녁 사내

                          정지용

      산엣 새는 산으로,          
     ‘들녁/들녘’ 새는 들로,             아아니다,
     산엣 색씨 잡으러              들녁 사내 잡은 손은
        산에 가세.                    참아 못 놓더라.

      작은 재를 넘어서서,              산엣 색씨,
       큰 봉엘 올라서서,           들녁 쌀을 먹였더니                                  산엣 말을 잊었읍데.

         “호-이”                       들녁 마당에      
         “호-이”                       밤이 들어,

    산엣 색씨 날래기가
        표범 같다.            활활 타오르는 ‘화투불/화톳불’ 넘                                     넘어다보면-

     치달려 다러나는              
        산엣 색씨,                    들녁 사내 선우슴 소리,
     활을 쏘아 잡었읍나?              산엣 색씨                                               얼골 와락 붉었더라

[출처: 《문예시대》1호, 1926. 11.]

경남 남해군 상주면 두모마을 들녘에는 활짝 핀 노란 유채꽃이 하얀 벚꽃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준어 규정 제3항 다음 단어들은 거센소리를 가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그러므로 ‘들녘’으로 써야 한다. ‘들녘’은 ‘들이 있는 쪽이나 지역’을 말한다.

예를 들면, ‘끄나풀/끄나불, 녘/녁(동~, 들~, 새벽~, 동틀~), 살-쾡이/삵-괭이(*삵피-표준어), 칸/간(1. ~막이, 빈~, 방 한~, 2. ‘초가삼간, 윗간’의 경우에는 ‘간’), 털어-먹다/떨어-먹다’ 등이 있다.

‘끄나풀’은 ‘길지 아니한 끈의 나부랭이’를 말한다. ‘살쾡이’는 ‘고양잇과의 포유류’이며, 고양이와 비슷한데 몸의 길이는 55~90cm이며, 갈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다. 꼬리는 길고 사지는 짧으며 발톱은 작고 날카롭다. 밤에 활동하고 꿩, 다람쥐, 물고기, 닭 따위를 잡아먹는다. 5월경 2~4마리의 새끼를 낳고 산림 지대의 계곡과 암석층 가까운 곳에 사는데 한국, 인도,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들고양이, 삵, 야묘(野貓)’라고도 한다. ‘칸[(間)]’은 ‘건물, 기차 안, 책장 따위에서 일정한 규격으로 둘러막아 생긴 공간’을 의미한다. ‘삼간초가(三間草家)’는 ‘세 칸밖에 안 되는 초가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집’을 이르는 말이며, ‘삼간초옥, 초가삼간’이라고도 한다. ‘털어먹다’는 ‘재산이나 돈을 함부로 써서 몽땅 없애다’의 뜻이다.

‘색씨/색시’의 ‘색시’는 ‘새색시’라고도 한다. 변천 과정은 ‘색시<새악시<새각시<박언>←새+각시’이다.

‘날래기가’의 ‘날래다’는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이 나는 듯이 빠르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날래다<내다<라다<나다<석상>’이다.

‘다러나는/달아나는’의 ‘달아나다’는 ‘빨리 내닫다.’의 뜻이다. 변천 과정은 ‘달아나다<라나다<월석>←-+-아+나-’이다.

‘놓더라’의 ‘-더라’는 ‘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에 쓰여, 화자가 과거에 직접 경험하여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그대로 옮겨 와 전달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다. 어미 ‘-더-’와 어미 ‘-라’가 결합한 말이다.

‘잊었읍데’의 ‘잊다’는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미처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의 뜻이다. 변천 과정은 ‘잊다<닞다<용가>’이다.

한글 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이다.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은 사이시옷을 넣는다. 그러므로 ‘화톳불’로 써야 한다. ‘화톳불’은 한데다가 장작 따위를 모으고 질러 놓은 불을 뜻하며, ‘관화(爟火)’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화톳불을 피우다. 타작마당 한옆으로 놓은 화톳불이 대추나무 그림자를 흔들며 넘실거렸다.’ 등이 있다.

‘선우슴/선웃음’의 ‘선웃음’은 ‘우습지도 않은데 꾸며서 웃는 웃음.’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이제는 선웃음까지 지어 가며 부지런히 월남에서 벌어졌던 해괴한 일화들을 되새김질했다.≪안정효, 하얀 전쟁≫’가 있다.

‘붉었더라’의 ‘붉다’는 ‘빛깔이 핏빛 또는 익은 고추의 빛과 같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울음을 참느라고 그녀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꽥 소리를 지르며 들어오는 조 씨는 북받쳐 오르는 분노 때문인지 그의 얼굴빛은 단연코 딸기처럼 붉다.≪김말봉, 찔레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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