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생계가 어려운 신용불량자 등을 꼬드겨 명의를 빌린 뒤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1만여대를 유통시킨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총책 박모(38)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대포폰.

이른바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유통조직의 총책 박모(38)씨에게 신용불량자는 말 몇 마디면 꼬드길 수 있는 손쉬운 돈벌이 대상이었다.

‘선불폰을 가입하면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적힌 명함형 전단을 마구 뿌리고 기다렸다 연락이 오면 ‘바로 현금을 주겠다’고 꼬드기면 그만이었다.

단 한 푼이 아쉬운 신용불량자들에게 당장 현금을 주겠다는 박씨의 말은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었다. 대부분 꼬드김에 넘어가 자신 명의로 선불휴대전화(선불폰)을 개통해 신분증 사본을 주고 현금과 바꿨다.

이렇게 모은 선불폰과 신분증 사본은 또 다른 범행에 쓰였다. 박씨는 신분증 사본으로 적게는 수십대에서 많게는 수백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포폰’으로 유통시켜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겼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생계가 어려운 신용불량자 등을 꼬드겨 명의를 빌린 뒤 대포폰 1만여대를 유통시킨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박씨와 김모(39)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대포폰 개통을 도와준 통신대리점 사업자 등 일당 1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2012년 4월 대구의 한 건물에 사무실을 내고 최근까지 대포폰 1만680대를 불특정 구매자에게 팔아 10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 기간 대포폰 매출 금액만 89억원에 달한다. 박씨는 대포폰 한 대당 11만~15만원씩 받았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대포폰을 보내는 수법을 썼다.

공범 김씨는 ‘선불폰을 가입하면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전단을 뿌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신용불량자나 대학생들 등 명의자를 모집했다.

이들이 선불폰 유심칩을 가져오면 신분증 사본을 받아 5만원을 건냈다. 김씨는 수집한 유심칩과 신분증 사본을 다시 박씨에게 8만원을 받고 전달했다.

박씨는 이런 수법으로 모은 유심칩을 다시 중고 휴대전화에 끼워 대포폰을 만들었다. 1명의 명의로 무려 199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도 했다.

경찰은 박씨가 지금까지 유통한 대포폰이 최대 2만6000여대에 이르고 이것이 불법 도박사이트나 보이스피싱 조직, 불법 대부업체, 조직폭력배 등 광범위하게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1029대를 압수한 경찰은 불법 사용되는 대포폰 4300대의 회선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차단 조치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대포폰을 개통하는 과정에서 별정통신업체들이 묵인하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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