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는 해

                 정지용

불 ᄭᅡ막이.
불 ‘ᄭᅡ막이/까마귀’.

‘들녁/들녘’ ‘집웅/지붕’
파 ‘먹어려/먹으려’

‘내려왓다/내려왔다’
ᄶᅩᆺ겨 갓나.

서ᄶᅩᆨ 서산
불야 불야
[출처: 《신소년》, 1926. 11. ]

전남 신안 팔금도 선학산에서 바라본 석양./사진=뉴시스

한글 맞춤법 제19항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서 명사로 된 것과 ‘-이’나 ‘-히’가 붙어서 부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붙임] 어간에 ‘-이’나 ‘음’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다른 품사로 바뀐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1) 명사로 바뀐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까마귀’로 써야 한다. ‘까마귀’는 ‘까마귓과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며, 몸은 대개 검은색이며, 번식기는 3~5월이다. 어미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하여 ‘반포조’ 또는 ‘효조’라고도 한다. 잡식성으로 갈까마귀, 떼까마귀, 잣까마귀 따위가 있으며, ‘오아, 자오, 취세아, 한아(寒鴉), 한조(寒鳥)’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까마귀가 까옥까옥 울다. 발바닥이 까마귀같이 시커멓다. 아침에…까마귀가 머리 위에서 울든지 하면 불길한 걸로 되어 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까마귀<가마괴<용가>←감-+-아괴’이다.

‘들녁/들녘’의 ‘들녘’은 ‘들이 있는 쪽이나 지역.’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들녘에는 누런 벼가 익어 갔다. 기차가 들녘을 가로질러 달린다. 창밖의 들녘 풍경은 어느새 연연한 춘색을 띠고 있었다.’ 등이 있다.

‘집웅/지붕’은 ‘집의 맨 꼭대기 부분을 덮어 씌우는 덮개. 어떤 물체의 위를 덮는 물건.’을 일컫는다. 변천 과정은 ‘지붕<←집+웋’이다.

‘먹어려/먹으려’의 ‘-으려’는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동사 어간 뒤에 붙어,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내려왓다/내려왔다’의 ‘내려오다’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가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내려오다<려오다<석상>←리-+-어+오-’이다.

‘ᄶᅩᆺ겨/쫓겨’의 ‘쫓기다’는 ‘쫓다’의 피동사이다. 예문으로는 ‘그녀는 쫓기듯이 그 자리를 나왔다. 빚에 몰린 김 씨 일가는 거의 쫓기다시피 고향을 떠났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쫓기다<치다<월석>[←-+-이-]/조치다<석상>[←좇-+-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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