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하며>

2017년의 과제

 

-1천만 촛불의 힘을 하나로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지도자.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
뒤엉킨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이 2017년의 과제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올해는 ‘닭의 해’입니다. 미명의 첫 새벽 우렁찬 수탉의 울음소리와 함께 동녘 하늘에 눈부신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예전에는 닭을 ‘덕금(德禽)’이라 불렀습니다. 그 옛날부터 닭은 인간과 가까이 살면서 여러 가지로 이로움을 주는 덕 이 있는 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시계가 없던 시절 큰 소리로 새벽이 왔음을 알려줘 일찍 들에 나가게 해주니 고맙고, 매일 알을 낳아줘 영양보충을 할 수 있게 해주니 또 고맙고, 마지막에는 온 몸을 다 내줘 맛있는 음식이 돼주니 인간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동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중국 노(魯)나라 때 전요라는 이가 임금인 애공(哀公)에게 말했다는 닭의 다섯 가지 덕(鷄有五德)은 이러합니다. “머리에 벼슬이 있음은 문(文)의 상징이요,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이고 적을 만나 싸우는 것은 용(勇)이요, 모이를 보면 먹지 않고 서로 부르니 인(仁)이다. 그리고 새벽에 때를 알리는 것은 신(信)이니 닭을 ‘덕금’이라함은 이 문, 무, 용, 인, 신의 오덕을 갖고 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韓詩外傳)

닭의 덕스러움은 ‘이솝우화’에도 나옵니다. 어느 날 족제비가 수탉 한 마리를 잡아 그냥 먹어 치우려다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어 구실을 찾아 트집을 잡습니다. “이놈, 너는 밤마다 시끄럽게 울어 대서 잠을 깨우니 나쁜 놈이다. 그러니 잡아먹겠다.” 그러자 수탉은 “나는 인간을 위해 날마다 그렇게 운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일터로 나가지요”하고 대꾸합니다. 족제비는 다시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너는 왜 아무 암탉이나 이 닭, 저 닭을 마구 건드려 재미를 보느냐. 너는 간통을 일삼는 나쁜 놈이다.” 수탉은 다시 대꾸합니다. “그것도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그래야 달걀을 많이 낳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족제비는 그럴듯한 변명에 할 수없이 수탉을 풀어 주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어쩌니, 저쩌니 해도 수탉의 암컷을 사랑하는 유별난 애정이야 말로 오덕의 으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탉은 암컷을 데리고 모이를 찾아다니다 그것을 발견하면 절대로 제 입에 넣지 않고 꼬꼬댁거리면서 암탉을 부릅니다. 그때 눈치도 없이 다른 놈이 다가오면 온통 위협을 가해 접근을 막고는 암컷에게 혼신의 서비스를 다 하는데 작은 것은 그냥, 큰 것은 두 조각으로 잘라 먹기 좋게 앞에 놔주면서 보기 민망할 정도의 지극정성을 보입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환심을 사려고 애태우는 건 인간이나 짐승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필 닭의 해에 조류독감이 퍼져 수천만 마리나 되는 아까운 생명이 떼죽음을 당하는 재앙을 입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 역사상 정유년에 일어 난 가장 큰 사건은 419년 전인 1597년의 정유재란(丁酉再亂)입니다. 왜구(倭寇)는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에 의해 임진왜란을 일으켜 6년 동안 조선 팔도를 초토화 시피 해 놓고서는 또 다시 바다를 건너 침입해 오니 바로 정유재란입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조선이 입은 피해는 막대합니다. 난리가 나자 선조임금은 백관을 데리고 재빨리 평양으로 도망쳤고 일반백성과 군사 26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국의 농지는 절반이상이 황폐화됐고 7년에 걸친 두 전쟁으로 경복궁을 위시한 건축물과 서적 미술품 등 많은 문화재가 파괴되고 소실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쓴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 보면 “두 번째 왜적이 침범할 때 병사 1명당 조선인의 코 3개씩을 베어 본국에 바치게 했는데 그 때문에 백성들 중에 코 없는 사람이 많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정유재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해 이순신장군이 원균의 모함으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해임돼 한양으로 압송, 하옥된 일입니다. 그때나 이때나 무능한 군주를 싸고도는 간신배들의 악행(惡行)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유년 ‘닭의 해.’ 새벽이 왔음을 알리는 수탉의 포효속에 2017년이 시작됐다. /Newsis

해가 바뀌니 온 누리에 서기(瑞氣)가 가득합니다. 최순실 스캔들로 몇 달째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숫자 말고는 별달리 바뀐 것도 없는데도 그래도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한 가닥 희망이 엿보이는 듯싶습니다. 지난 한해 국민들의 삶이 많이 피폐했기에 새해일 랑은 제발 평안한 한해가 됐으면 하는 소박한 기대 일 것입니다.

올해 우리 국민은 두 가지 ‘큰 일’을 치러야 합니다. 하나는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심의중인 박근혜대통령 탄핵안이요, 또 하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입니다. 어느 것이 더 무겁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두 사안 모두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대사입니다. 

그 첫 번째 박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습니다. 헌정사상 두 번째인 이번 대통령탄핵안은 그 결과가 어떻게 판결나느냐에 따라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마치 태풍전야의 정적 같은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대통령은 현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말이 좋아 탄핵이지 대통령이 파면을 당해 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니 당사자는 물론이요, 국가적으로도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부결이 되어 현직을 유지한다 해도 그동안 촛불로 보여준 성난 민심이 다시 들끓게 될 터인즉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박대통령은 인격적으로 갈기갈기 찢겨 만신창이가 돼 국가원수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있는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그러할 진대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순리이지만 본인이 그걸 마다하고 이런, 저런 구실을 내세워 몽니를 부리고 있으니 글쎄, 그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지금 박대통령은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 앞에 홀로 서 있습니다. 그것을 거스를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탄핵이든, 아니든 올해는 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12월19일에 선거가 있어야겠지만 탄핵이 가결될 경우 2개월 안에 선거를 하게 되어있어 여름이전에 치러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선거라고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있을까 마는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작금의 정치상황을 본다면 이번 대통령이야 말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이 올해 2016년의 국민적 과제입니다. 잘못 찍은 내 한 표, 잘못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만드는지 두 눈으로 보고 있기 까닭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국내외적으로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벌여야 하는 줄타기 외교, 북한 핵에서 비롯된 안보불안,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제,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의 불공정에서 오는 사회 갈등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더미가 되어 앞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그 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던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헝클어진 국정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 또한 시급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1천만의 촛불이 보여준 민심을 하나로 묶어 그를 바탕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루어 낸다면 어떤 위기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국가경영의 힘은 청와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조항은  바로 그것을 의미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국민 대통합’이 국정운용의 제1조가 돼야합니다.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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