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미호천은 한남금북정맥과 금북정맥에서 발원한 물이 모여 흐르는 큰 모래강이다. 주변의 산지 형태는 저산성구릉지이며 지질은 대보 화강암 지역이다. 제천에서 충주·청주·대전을 걸쳐 호남에 이르는 대보 화강암 벨트는 사질 풍화층이 발달되어 있다. 그 중심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래강 미호천이 있다. 미호천 유역 전체가 모래층으로 형성된 이유이다. 모래는 40%의 공극을 가지고 있어 그곳에 물을 저장하였다가 갈수기에는 물을 토해 낸다. 미호천 유역의 하천들이 갈수기에도 물이 흐르는 이유는 모래에 저장된 물이 지표면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미호천 유역은 삶의 보금자리다. 유역에 형성된 모래톱은 거대한 물 저장고로 조금만 파면 지하수를 얻을 수 있다. 갈수기에도 사람들의 삶을 부양하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모래는 최고의 자연정화필터이다. 오염원이 하천을 압박하면 공극에 오염원을 흡입해 정화를 시켜 밖으로 내보낸다. 정화를 시켜 음용수로 마실 때 모래를 통과 시키는 이유도 같은 원리이다.

병천천과 합류하는 합수머리. 하중도가 발달되어 있다.

옥산교에서 모래하천 권위자인 교원대 오경섭 한국교원대명예교수를 만났다. 오교수는 우리나라에 미호천과 내성천 두 개의 거대한 모래하천이 있는데 유역면적으로는 미호천이 제일 크며 사람의 삶의 공간을 흐르는 중요한 하천이라고 설명을 한다. 모래는 통수력이 좋아 물의 양에 따라 흐름을 변화시켜 조절하기 때문에 이 많아지면 흐름을 빨리 시키고 양이 적어지면 하중도를 만들어 흐름을 저하시킨다. 그런 하천에 “인위적으로 보를 막는 행위는 하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오교수는 “모래하천은 화강암이 사질 풍화토 상태로 깊이 풍화 될 수 있는 암석 조건과 풍화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에만 발달된 특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 설명한다. 이런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가진 하천을 인위적이며 토목적으로 관리하려 하니 수십조원의 돈을 투자해도 하천은 계속 오염이 가중되는 것이다. 흐르는 물을 막아 치수를 하겠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대강(死大江) 사업’으로 지탄받는 이유는 우리나라 하천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오염원의 압박에도 이 만큼의 수질을 지탱 할 수 있는 요인은 미호천이 스스로 복원할 역량을 가진 모래하천이기 때문이다.

바람에 물결을 일으키는 미호천의 억새.

수변의 모래위에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등 생태계 교란종인 유해 식물과 오랜 세월 미호천을 지켜오던 갈대와 억새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려는 다툼이 심하다. 확장성으로 보면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이 빠른 속도로 다른 식물들을 밀어 내고 있다. 그 아귀다툼에 모래톱도 숨을 가르며 물가 주위에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의 삶의 편리성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내준 모래는 포크레인의 발자국과 모래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은 보로 인해 육상 식물에게 터전마저 내주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에서 친구들과 물고기를 잡아먹고 멱을 감으며 성장기를 보냈다는 충청역사문화진흥원 송봉화원장은 “병천천과 합류하는 오송읍 궁평리는 물고기가 엄청 많아 미호천은 우리에게는 칼슘공장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미호천의 가치는 역시 사람의 ‘삶의 흔적’에 있다는 것이다. 미호천 유역에서 김을 메고 모를 심으며 농요를 부르고 풍년을 기원하던 민속 문화 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살아왔던 삶의 가치가 녹아 있는 곳이다.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하며 나타난 140기의 널무덤과 조개껍질은 오송이 미호천유역 집단거주지로 존재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반증이다. 넓게 펼쳐진 병천천합수머리에 드러난 모래톱 위해 한 무리의 오리가 앉아있다. 사람과 함께 북적거리던 미호천에 사람은 떠나가고 오리만이 터를 잡고 있다. 부리를 모래에 비비며 그곳에서 식사거리를 해결하는 오리들..... 그들 위로 충북선 기찻길이 이어진다.

탐사를 마치고...

충북선(忠北線)은 조치원역과 봉양역을 잇는 노선으로 일제 강점기인 1921년 첫 기적을 울렸다. 1970년대 이용객 및 화물열차의 증가로 복선화로 되었다. 1997년 전철화 공사가 시작되어 2005년부터 전기기관차가 운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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