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까치내는 청주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다가설까? 지금의 까치내와 옛날 까치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청주 사람들의 추억의 고향이자 천렵 장소인 까치내는 왜 그간 사람들의 머리에서 지워져 있던 것일까? 갖가지 의문을 품으며 미호천과 무심천의 합수머리에 닿았다. 수변구역에 만들어진 파크골프장엔 청년노인들이 청명한 가을 날씨 아래 골프를 즐기고 있다. 골프장 너머엔 거대한 호수가 있다. 작천보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다. 작천보는 4대강 살리기(?)사업의 일환으로 1962년에 설치 된 기존의 시멘트 고정보를 철거하고 수문개폐형으로 새로 만들어졌다. 폭은 320m이고 높이는 3.1m이다. 총 예산은 120억이 들었다.

작전보 수변구역의 파크골프장. 사대강 공사 후 세운 까치내 유래비 조형물.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빰을 스치고 지나간다. 호수에서는 빛이 반사되면서 일렁이는 물결위에 에머럴드빛 향연이 펼쳐진다. 그 주위에는 파크골프장이 생겨 남·녀 노인청년들이 레저를 즐기고 있다. 작전보를 옆으로 새로 조성된 까치내를 기억하기를 강요하듯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그곳에 까치내의 유래가 적혀있다. ‘까치내(鵲川) 유래 : 조선 현종 때 상주서생 이원조라는 젊은이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청주 합수머리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백약을 구하던 주모가 하얀 까치가 효험이 있다는 애길 듣고 덫을 놓아 까치가 걸렸는데, 느닷없이 호랑이가 까치를 잡아먹고 덫을 부쉈다. 그날 밤 악몽을 꾸던 서생이 총소리에 놀라 깨니, 꿈속에서 자기를 구해준 포수 발밑에 호랑이가 죽어 있었다. 그 역시 ‘주막에 가서 서생을 구하라’는 꿈을 꾸고 와보니 호랑이가 있어 잡은 것이다. 서생은 감사의 예를 표하고 상경하여 장원급제하였다. 그 후 이곳을 까치내(鵲川)라 불렀다.’ 또 다른 전설은 이곳에 까치가 많이 모여 들어 다리를 만들어 선남선녀가 만났다는 전설이다. 또 하나는 까치는 작자라는 의미로 설 전날을 작은설로 까치설날이라 부른데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까치내는 이곳부터 하천을 따라 신대까지를 일컫는다.

남한제사(주) 다니던 동료들과 까치내로 ‘천렵’. (김선환)사진 오른쪽으로 쪽다리(외나무다리가 보인다. -월명산으로 소풍 까치내로 천렵.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옛 사진을 한 장 들춘다. 은빛 모래사장위에 까만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처녀들이 도시락을 펼쳐 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다. 은빛 모래사장은 끝이 보이지 않고 뒤로 미호천을 건너가는 쪽다리가 보인다. 까치내는 산업화 이전까지는 물이 많고 고운 모래가 펼쳐 있어 선남선녀들의 소풍 장소였다. 민물고기와 조개류가 풍부하여 팔결과 함께 청주사람들의 최고의 천렵 장소였다. 우리가 말하는 까치내 마을은 신대동(新垈洞)이다. 신대사람들은 큰 장을 보러는 무심천을 따라 청주로 나왔고, 작은장을 보려면 오미장(옥산)으로 갔다한다. 까치내를 건너려면 작천보에 작깡다리가 있었고 밑으로 배다리마냥 쪽다리(나무다리)가 있었다한다. 사진의 뒷배경에 나무다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대리 앞 미호천 모래사장으로 여공들이 소풍 나온 듯하다.(남한제사는 사직동 구) 시내버스터미널 자리에 있었다 한다.) 신대리는 진천 오창에서 청주를 넘어오는 길목의 평야에 새로 터를 잡았다하여 신대(新垈)라 불리었다. 기독교 또한 이곳으로 들어와 1900년에 신대교회를 세우고 청주에 복음을 전파하였다.

갈대의 서걱리는 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는 탐사대원.

산업화이후 하천이 오염되고 쓰레기 매립장이 생겼다. 모래준설로 인해 하천의 모래사장은 없어지고 물고기는 종적을 감췄다. 음식물 쓰레기 악취는 주변에 진동하고 하류에는 청주시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겼다. 청주사람들 생활의 뒤처리를 품어내는 곳이 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마저 떠나갔다. 문암생태공원이 새로 생기고 파크 골프장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 까치내의 추억은 거대한 호수와 거친 개발 속에 잠겨 묻혀버렸다. 간간히 자전거가 지나간다. 이번 탐사를 함께 한 충북연구원 이경기 지역발전센터장은 “미호천은 폭과 유량으로 보면 우리나라 4대강 다음의 5대 하천으로 미호강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변한다. 하기야 보강천과 만나 국가하천이 되면서 부터는 하폭이 500m가 넘는 거대한 모래강이다. 46km의 태화강, 만경강, 동강 등도 미호천보다 작은 구간이다. 이 센터장은 “우리 지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관광자원을 활용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천보다는 강으로 부르는 것이 하천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만드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역의 신 성장 동력으로 미호강 생태 축을 중심으로 한 블루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호강 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시개발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호천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 할 것인가? 생태적으로는 건강하며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미호천! 그저 바라만 보는 미호천이 아니라 들어가 교감하고 뒹굴고 헤엄치는 미호천! 그 속에서 꿈을 키울 수 있는 미호천을 그려본다. 갈대가 바람에 일렁이며 춤을 춘다.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소리가 서걱서걱 정겹게 느껴진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면 서걱거리는 소리도 하나의 하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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