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하며>

천재지변과 인재

 

-화산폭발 보다, 지진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의 광기.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모두 공멸하는 것-

 

인류 역사를 통틀어 발생했던 재앙들 가운데서 가장 끔찍했던 사건은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Pest)입니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전염되는 페스트는 피부가 새카맣게 변해 흑사병(黑死病)이라고도 하는데 발병과 함께 24시간 내에 목숨을 잃어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죽어갔습니다.

134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페스트는 프랑스를 휩쓸면서 파리에서만 시민 5만 명을 희생시켰고 영국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350년 북유럽을 거쳐 아이슬란드와 러시아로 번진 페스트는 1450년 까지 대략 3000여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는데 이 숫자는 당시 유럽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진은 천재지변으로는 첫 손가락에 꼽을 만큼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입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인류역사상 가장 컸던 지진참사는 1556년 1월 23일 발생한 중국 산시성(山西省)대지진입니다. 당시에는 계측장치가 없어 규모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지진 후의 전염병 피해까지 포함하여 83만 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20세기 들어와 가장 강력했던 지진은 1960년 칠레대지진입니다. 리히터규모 9.5의 칠레대지진은 관측사상 가장 큰 규모입니다. 사망자는 약 5700명으로 규모에 비해 많지는 않았지만 쓰나미(지진해일)가 태평양을 건너 멀리 필리핀까지 도달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망자가 많았던 지진으로는 1976년 1월, 중국 탕산(唐山)지진인데 리히터규모 7.5의 강진으로 약 25만5000명이 사망했습니다.

화산이나 지진하면 역시 일본입니다. 일본은 전 국토가 화산지대라고 할 만큼 ‘화산대국’의 불명예를 안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저 북쪽 홋카이도(北海島)에서 남쪽 규슈(九州)에 이르는 열도 곳곳에 110개에 달하는 활화산이 연중 유황 냄새와 연기를 내뿜고 있고 그중 절반은 언제든지 폭발이 가능한 화산이라서 일본 정부는 일 년 내내 긴장 속에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피해가 컸던 지진으로는 1995년 1월 17일 발생한 고베(新戶)지진입니다. 고가도로가 무너지고 고속도로가 뒤틀려 파괴되고 건물들이 주저앉아 6400명의 사망자를 낸 고베지진은 무려 1000억달러(113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를 냈습니다. 또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은 사망자 1만5878명, 실종 2713명, 부상 6126명의 피해를 낸 대재앙이었습니다. 이 지진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쓰나미가 해안을 덮치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참극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무서운 쓰나미는 지금까지 일본을 강타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고 20세기 들어 현대적 계측을 시작한 이래 전 세계에서 발생한 최대지진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워낙 규모가 컸던 천재지변이어서 살아남은 이들은 지금도 당시의 악몽에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젼의 ‘얼굴’, 이춘희아나운서가 핵실험 성공을 알리는 중대보도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9월 경주지방에서 일어 난 규모 5.8의 지진은 지진이라면 일본이나 먼 나라의 일로만 생각했던 우리 국민들에게 “이제 그것이 남의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언젠가는 우리가 겪어야 할 발등의 불”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러잖아도 걱정이 많은 나라인데 이제 지진걱정까지 해야 할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진이나 화산 폭발 같은 천재지변은 인간이 아무리 머리를 써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인공위성을 만들어 달나라에는 사람을 보내도 화산 구멍을 막고 땅을 뒤흔드는 지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피해를 덜 입는 것이 상책이라면 상책일 뿐입니다. 그러나 정작 더 무서운 것은 인간에 의한 재앙, 바로 인재(人災)입니다.

1945년 8월6일 아침8시15분 미군의 B29폭격기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자 폭탄을 투하해 34만 3000명의 인구 중 7만 명을 사망하게하고 13만 명을 부상시켰으며 도시의 60%를 파괴합니다. 이어 3일 뒤인 8월 9일 11시20분,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사망 2만 명, 부상 5만 명이 발생했고 도시의 45%가 파괴됩니다. 실로 전대미문, 미증유(未曾有)의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의아한 건 폭탄 두 방으로 전쟁은 끝났지만 누구도 가해자인 미국을 비난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1914년 일어 난 1차 세계대전은 3년 동안 총 3200만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1939년에 발발해 6년 동안 계속된 2차 세계대전 역시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5000만~7000만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이성을 잃은 인간의 잔혹성, 인간의 탐욕과 광기(狂氣)가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학자들 중에는 “지금 세계는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폭탄만으로도 지구를 폭파시키고도 남는다”고 단언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북한까지 끼어들어 경쟁적으로 핵무기자랑을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지금 세계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순간, 순간 째깍거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2013년 스웨덴의 국제평화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핵폭탄 보유기수는 미국7700기, 러시아8500기, 영국225기, 프랑스300기, 중국240기, 이스라엘80기 등 전 세계에 적게는 1만7000기에서 많게는 1만9000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발표 당시와 시차가 있으니 정확한 숫자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의 경우 그 정도라면  전 세계 인류가 멸망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온종일 전쟁얘기가 아니면 볼 것이 없다고 할 만큼 핵폭탄에, 미사일에 각종 신무기들을 재탕, 삼탕 연속해서 내 보내 그러잖아도 불안한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위기의식을 조장하려는 정치권과 언론의 합작품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러잖아도 힘든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천재지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의 광기’입니다. 히틀러가 2차 대전에서 유태인 600만 명을 죽인 것도 정신병자의 광기요, 그때마다 전쟁을 일으켜 수백, 수천만의 인명을 살상한 것도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호전(好戰)주의자들의 광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물론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발단은 북한핵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나름의 구실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가공할 무기를 어디에 쓰겠습니까? 같은 민족, 우리 대한민국 아닙니까. 그렇다고 전쟁이 나면 우리만 죽습니까? 아닙니다. 남과 북이 다 죽습니다. 공멸(共滅)입니다.

이제 북한은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로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떳떳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북한은 ‘왕따’에서 벗어나 남북이 함께, 그리고 세계인과 함께 공존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같은 민족이 왜 웃으며 살지 못하는 가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오로지 북한 자신에 달려있습니다. 그가 누구든 전쟁을 일으키면 ‘역사의 죄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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