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김 춘 길(충북사회복지신문 편집고문 겸 주필)

 

▲ 김춘길(충북사회복지신문 편집고문 겸 주필).

문고리는 문을 걸어 잠그거나 여닫는 손잡이로 쓰기위해 문에 다는 고리로, 쇠고리. 가죽고리 등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문고리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권력과 상징적으로 결합해 ‘문고리 권력’으로 등장, 갖가지 파문을 일으킨다. ‘문고리 권력’이란 권력의 핵심과 연결시켜주는 중간 매개체적 존재라고 하겠다. 정치권에서는 최고 권력자, 경제계나 사회단체 등에서는 최고 CEO 가까이 있으면서 각종 정보와 의사(意思) 등을 양방향으로 전달하거나 소통을 제한 및 차단하는 권력이 ‘문지기(Gate Keeper) 권력‘이다. 이것은 시쳇말로, 권세가에 빌붙어 권세가의 견마(犬馬) 노릇을 하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똘마니‘라고 할 수 있다.

◆ 왕조시대 문고리 권력 '선(善)과 악(惡)'

역사적으로 볼 때 왕조시대의 문고리 권력은 환관들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그리고 그 문고리 권력은 드물게 선(善)으로, 대부분은 악(惡)으로 존재했다. ‘선한 문고리 권력’의 대표적 존재로 조선조 세종에서 연산군까지 활약했던 환관 김처선을 들 수 있다. 1505년 김처선은 연산군이 기생들과 음란이 극에 달하는 처용희(處容戱)를 즐기자 목숨을 걸고 간했다.-“늙은 저는 지금까지 네 분의 임금을 섬겼으나 경서와 고금의 역사를 통하여 어느 나라 임금도 전하처럼 음란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연산군은 김처선의 가슴에 화살을 쏘았다. 화살을 맞은 김처선은 피를 흘리면서도 말하기를 그치지 않았다.-“조정의 대신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저같이 늙고 천한 몸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연산군은 김처선의 입에서 바른 말이 나올 때마다 다리와 팔. 혀를 잘랐고, 김처선의 숨이 끊어지자 시체를 훼손하여 범에게 던져주고 처(處)자를 쓰지 못하게 했다. 연산군의 만행은 더욱 기승을 부려 김처선의 가족들을 모두 참수시키고 부모들의 묘도 파헤치게 했으며, 김처선의 집을 철거, 못을 파고 죄명을 돌에 새긴 후 담을 쌓도록 했다. 김처선의 명예회복은 그가 죽은 지 250년만인 1751년 영조(英祖)대에 이루어졌다. 영조는 “김처선이 충간을 하다가 운명을 했다는 것은 일찍이 지난날에 아주 익숙히 들었다. 마땅히 포양해 권면해야 할 것이니, 정문을 세워주게 하라”고 명하고 양자를 들여 김처선의 가문을 계승토록 했다. 김처선 같은 선한 문고리 권력에 비해 ‘악한 문고리권력’은 차고 넘친다. 이들은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자신들의 기준과 입맛대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의사전달과정을 왜곡하고 마음대로 조정, 실질적으로 최고 권력을 행사했다. 그 결과 부패와 비리가 만연하고 국정을 망치는 일이 허다했다. 그 대표적 존재가 중국 진나라의 조고, 한나라의 십상시라 하겠다. 진시황제의 환관으로 막강한 권세를 행사하며 횡포를 부리던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성어의 장본인이다. 그는 진시황제가 죽은 후 등극한  2세 호해황제를 시해하고 자신의 손으로 3세 자영을 왕위에 앉혔지만 그 자영에 의해 죽고 말았다. 조고는 후세 역사가들에 의해  진나라가 천하통일 15년 만에 멸망토록 한 '망국간신‘으로 지탄받고 있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기 국정을 농단했던 10명의 환관들이다. 이들은 부패한 권력을 휘두르다 황건적이 창궐할 정도의 국정문란을 초래, 결국 원소와 조조에 의해 2000명의 환관들이 하루 만에 도륙을 당한 끝에 소멸됐다.

◆ 우리나라 현대사의 문고리 권력들  

그러면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문고리 권력의 존재는 어떤가. 이 파트에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고 그 ‘핵심적 문고리들’만 예시하겠다. 본고(本稿)는 지방차치시대의 충북 도내 ‘지역’문고리 권력‘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기 때문이다. 8.15 광복 후 역대 중앙정부의 문고리 권력들도 어김없이 명멸(明滅)했다. 초대 이승만 정권에서는 이기붕 부통령, 박정희 정권에서는 이후락 비서실장. 박종규. 차지철 경호실장, 전두환 정권은 장세동 대통령경호실장. 3허씨(허화평. 허문도. 허삼수), 노태우 정권은 박철언, 김영삼 정권은 김현철 차남, 김대중 정권은 권노갑은. 박지원 비서실장. 노무현 정권은 문성근 노사모 회장. 문재인 비서실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문고리 권력들은 한 때를 주름잡다 주군이 사라지자 극히 일부만 정치적으로 생존하고 나머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현 박근혜 정권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의 세칭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이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정약용이 우려한 지방 문졸(門卒)의 권한 악용

이제는 지역(지방)에서의 문고리 권력 관계를 보자. 다산 정약용은 200여 년 전 저술한 ‘목민심서’에서 문고리 권력의 문제점과 그 대책을 적고 있다. 다산이 거론한 지방 문고리 권력은 일수(日守). 사령(使令). 나장(羅將). 관노(官奴). 시동(侍童) 등을 거론하지만 그 대표적 용어(존재)는 아무래도 ‘문졸’(門卒)이었다고 하겠다. 다산은 “문졸이란 교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는 혼권(閽權). 장권(杖權). 옥권(獄權). 저권(邸權). 포권(捕權) 등 5권을 지니고 있어 아래 백성들은 그들을 승냥이처럼 두려워한다. 목민관이 제멋대로 하는 그들을 내버려두니 이에 백성들이 괴로움을 더 당하게 된다”고 했다.<吏典六條 중 第二條 어중(馭衆)> 혼권은 문에 지켜서 사람을 들여보내고 금지하는 권한, 장권은 매를 실제로 치는 권한, 옥권은 죄수에게 나무칼이나 수갑. 족쇄 등을 채우고 벗기는 권한, 저권은 외촌(外村)의 저인(邸人)으로서 보수를 천민에게서 받는 권한, 포권은 범죄 혐의자를 체포하는 권한이다. 다산은 문졸들이 이같은 다섯 가지 권한을 최대로 악용하여 갖은 악독한 방법으로 백성을 괴롭히고 재물을 침탈 하므로, 수령은 이것을 엄밀하게 살펴서 법을 어기는 자는 엄중한 처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충북지역의 문고리 권력 행태

그렇다면 현하(現下) 충북 지방자치단체들의 문고리 권력들 존재와 그들의 행태는 괜찮은가?. 이를 요약해서 말한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문고리들은 공식 조직에서는 공복(公僕)으로, 비공식 조직에서는 측근으로 활동하면서 사실상 사병(私兵)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조직 상의 문고리’들은 비서실장. 특별보좌관. 보좌관 등의 직명을 갖고 각종 정책 자료와 여론을 수집하여 단체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단체장의  문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부는 단체장 선거 시 공직에서 나가 사인으로 단체장 선거운동을 한 후 주군(主君)이 당선되면 다시 자치단체 공직자로 복귀하여 주민의 혈세로 생활을 이어간다. 단체장이 자신의 선거를 위해 공조직 내에서 자기의 사병(私兵)을 지방정부 예산으로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공직 내 문고리 중에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의  여론을 오도하고 자신의 개인적 의도가 담긴 내용을 사실에 기초한 정보인양 단체장에게 보고함으로써 단체장이 사안을 오판하여 단체장 자신의 지지 세력을 적으로 만드는 우(愚)를 범하게 하고 있다. 더욱 못된 행태는 특정 분야에서 자신이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상대를 짓밟기 위해 모해적 작태를 함으로써 갈등을 유발시켜 그 분야 인사들로부터 공분(公憤)까지 사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모시고 있는 단체장의 위상을 해치고 차기 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당 단체장은 자기 측근들의 일방적인 말만 신뢰, 비판적 여론에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어서 단체장을 아끼는 국외자들은 “저러면 안 되는데..”하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비공식 조직에 있는 측근들은 오히려 내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말썽이 오히려 적다는 세평이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