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국가하천의 시작점인 보강천 합수부부터 하류지역은 하천둔치가 대규모 농장이었다. 성암천 합수부부터 오창 가곡리 팔결다리까지의 미호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 이제는 자연 생태계가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개망초, 달맞이꽃, 비수리, 달뿌리풀, 억새 등이 주인 없는 밭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고, 물가에는 고마리, 부들, 버드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간 사람들의 삶을 위해 밭으로 내주었던 땅을 차지한 식물들은 사람 크기보다 크게 자라 하천둔치를 가로 질러가려는 우리의 발길을 잡았다. 물가의 시원함을 느끼며 걸으려던 우리는 억새 숲을 뚫고 둑으로 나왔다. 가마솥에 찌는 것 같은 폭염이 시멘트의 열기와 더해져 우리를 괴롭힌다. 간간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지나가는 사람이 보인다.

자전거 도로 안내판.

물가너머 입상배수지와 석화천 합수부까지 버드나무와 초지가 드넓게 펼쳐져있다. 함께 탐사를 한 윤석주 전)충북숲해설가협회 회장은 “저긴 강가엔 미루나무가 길게 숲을 이루어 볼만했죠. 이 미루나무는 한 시기에 심어진 인공 숲이며 동령숲이죠. 버드나무류가 둥굴둥굴한 터널형이라면 미루나무는 키가 훌쩍 커 멀리서도 시원스레 보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명물이었죠. 80년대 들어와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고, 씨앗을 감싸는 솜털이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꽃가루로 오인되어 한꺼번에 베어져 버린 아쉬운 숲이죠. 지금 있으면 최대의 명물이 됐을 겁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팔결의 미루나무 숲은 보이스카웃 대원들에게도 훈련장소로 꽤나 유명했던 곳이며 선남선녀들의 휴식장소로도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숲이 사라지며 추억도 낭만도 사라졌다. 팔결다리에 도착했다.

저 멀리 버드나무 숲 구간이 미루나무가 서식했던 곳이다. 좌측 뒤로 두타산이 보인다.
억새구간을 탐사하는 대원들.

 

이번 탐사구간은 ‘미호천이 꽃으로 피어나는 구간’으로 상류의 북·동쪽엔 두타산이, 하류의 남·서쪽에는 부모산이, 동·남쪽으론 상당산성이 서·북쪽으론 오창 목령산이 꽃받침처럼 둘러있다. 미호천의 꽃 팔결다리는 넓은 모래사장과 풍부한 강물로 인해 청주·오창 사람들에게는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이자 추억의 장소였다. 모래사장에서 씨름을 하다 배가 고프면 물가에 들어가 모래무지 등 민물고기를 잡아 가마솥에 펄펄 끓여 굶주림을 채우며 여가를 즐기던 곳이다. 그 매운탕에 미호종개가 함께 펄펄 끓고 있었다. 갈퀴로 모래를 끌어내면 모래무지 등 종개가 나오고 물을 때리면 물고기가 잠깐 기절한 사이 잡아서 끓여먹었다는 무용담을 들을 수 있는 곳도 팔결 다리이다.

외화동과 오창읍 가곡리를 잇는 팔결교.

미호종개는 이번구간에서 1984년 처음으로 발견된 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금강 지류인 미호천에 대량으로 서식하던 어류다. 현재는 천연기념물 454호로 보호를 받고 있으며 미호천 본류에서는 절멸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기름챙이라 물린 그 흔한 민물고기 미호종개는 다른 어류들과 함께 심각한 하천오염과 수중보 등으로 인한 하천의 모래 감소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미호종개는 우리가 보전하지 않고 사라지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없어지는 종으로 매우 귀중한 유전학적 생물자원이다. 미호천에서 사라진 미호종개는 현재 백곡천 상류 일부와 충남 공주의 유구천 등에 존재한다. 사라진 미호종개 복원은 충남의 순천향대 방인철 교수팀에서 해 왔으며 증식된 종개는 유구천에 대량 방류했다. 그러다 보니 미호천이 아닌 유구천이 천연기념물 미호종개의 서식지로 지정됐다. 서원대학교 변화근 교수는 “미호종개는 미호천에 있는 종개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복원이 아니라 증대이다. 복원은 의미와 상징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사업으로 진정한 의미의 복원은 원래 서식하던 미호천에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미호종개의 입장에선 고향을 잃고 타향이 서식지로 지정된 안타까운 실정이다. 미호천유역에 거주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관계기관의 소극적모습이 아쉽다. 미호천이 미호천의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미호종개의 복원은 필요 불가결이다. 민간차원에서는 미호종개 복원을 위해 청원서를 준비하고 있고 서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제 관계기관이 함께해야 할 시기이다. 미호종개의 복원은 다른 어족자원을 풍성하게 만들 것이며 미호천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풍족해진 미호종개 및 어류는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호종개가 가마솥에서 끓는 그날을 그리며 ‘미래하천 미호천’탐사대는 다시 발길을 옮긴다.

미호종개의 모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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