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비로인해 물이 탁해 보인다. 중간중간 튀어나온 바위 위에 왜가리들이 다리쉼을 하고 있다. 물 건너 어우러진 청벽이 경관을 뽐낸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 하얗고 노란 인동초가 인사를 한다. 인동초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 서식하는 넝쿨식물로 겨울에도 말라죽지 않고 생명력을 유지해 겨우살이 넝쿨‘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꽃은 흰 꽃으로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노란색으로 변한다. 이처럼 먼저 피어난 노란색과 방금 피어난 흰색 꽃이 같은 마디에 붙어 있어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린다. 꽃모양이 해오라기가 모양의 넝쿨식물이라 노사-등(鷺鷥藤)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정치적 탄압을 끝까지 이겨내고 대통령을 역임한 故)김대중 대통령이 본인의 삶을 인동초에 비유하여 많이 알려진 식물이다.

인동초. 뒤에 노란 꽃이 함께 피어있어 근은화로 불린다.

忍冬草(인동초) - 김상훈

                          살을 에는 매운 바람 몰아쳐 와도
                          깃 같은 잎을 세워 한결 푸르리.
                          아슬한 벼랑 온통 얼음 깔려도
                          쉬지 않고 그 위로도 뻗어 오르리.
                          이 겨울 다 하도록 뼈가 아려도
                          끝끝내 인동하고 살아 남으리.
                          봄이 오면 金銀花(금은화) 곱게피워서
                          回靑(회청)의 하늘 가득 향기 뿜으리.
                          내 오늘 인동초로 산다.

농다리 하류 절경.

가장자리 버드나무 사이로 바위병풍이 둘러쳐있다. 물 위에 솟아난 바위 위에 왜가리가 다리쉼한다. 청벽을 향해 왜가리가 비행을 한다. 동료들이 함께 비행을 한다. 벽에서 솟구쳐 오르더니 다시 바위위에 내려앉는다. 버드나무숲과 청벽사이에서 자유를 만끽한다.

모내기 끝난 논에서 우렁이 알을 살피는 대원들.
곡식 심을 준비를 마친 밭.

물가 가장자리에 터를 잡은 버드나무는 숲을 이루고 있다. 둔치에 모내기를 끝낸 논에 우렁이가 알을 낳았다. 물을 가두기 위해 쌓은 논둑은 스펀지보다 푹신하다. 겨울을 이겨내고 농부의 손끝을 만난 밭은 벌건 황토 흙을 드러내고 씨앗을 받을 준비를 한다.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망초가 주인인양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겨울의 동토를 절망이라 표현하지만 새 생명을 잉태하려는 처절한 몸놀림의 시간이다.

길게이어진 틈과 아래 박쥐 똥 잔해물이 일정하게 늘어진다.

문백면 평산리 통산마을 중부고속국도 다리아래 박쥐 똥이 일자로 길게 줄을 섰다. 위로 교각을 살펴보니 길게 이어진 틈과 나란히 줄을 맞추고 있다. 틈사이로 박쥐가 서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화 되면서 삶의 공간을 잃어버린 생물들은 또 다른 삶의 공간을 만들어 종족을 번식하고 있다.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인 인간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지구의 운명이 결정된다. 사람이 그 만큼 중요하다.

중부고속국도 아래 통산리에서 바라본 미호천의 경관.

다리아래는 걸으며 쉼터로 최적이다. 강한 햇볕을 피 할 수도 있고 비를 피할 수도 있다. 흘린 땀을 닦을 수도 있다. 경관 또한 빼어나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이 찾아오고 어김없이 쓰레기가 넘쳐난다. 내가 편히 쉬고 또 다시 찾을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자연에 한풀이라도 하려하는 것인가. 행정의 무관심만 탓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고 양이 많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다리에서 이어지는 산의 웅장함과 천의 조화로움은 과히 절경이었다. 기암절벽과 수목 그리고 하천의 조화로움에 자리를 잡은 왜가리는 산수화의 절경이다. 농암모설을 상상하게 만드는 풍경사이로 둔치에는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농토가 함께 어우러졌다. 둔치와 하천사이의 버드나무 숲은 또 다른 생태 공원으로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계도 명확하다. 물은 여전히 탁류다. 오염원을 처리하고 수질을 깨끗이 한 후 농다리 둘레길을 확장해 걷는 길을 이어나가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