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현대인은 편리함에 중독되어 있다. 짧은 거리도 차량을 이용한다.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근사한 인테리어 공간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이 여유로운 삶이라 생각한다. 이에 반해 자연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시멘트 길보다는 흙길을 좋아하고 정리된 것 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한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회색의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품에 풍덩 빠지고 싶어 한다. 자연과 교감하고 바람과 입맞춤을 하며 새 생명들과 진한 호흡을 한다. 두발로 걸으며 자아를 찾아가고 성찰 할 기회도 주어진다. 진천읍 가산리와 문백면 구곡리 구간의 미호천이 그러하다.

차바퀴를 피해 터를 잡은 노란민들레.

길가에는 노란민들레가 수를 놓았다. 외래종이지만 이 땅에서 정착해 희망을 전달한다. 민들레는 번식이 강하다. 꽃이 지면 씨앗을 공보다 둥글게 포말을 만든다. 바람이 불면 여기저기 흩어져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다. 민들레는 농촌의 새론 소득작목으로 각광을 받는다. 유방암, 인후염, 금성간염, 기관지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물로 묻혀 먹고 약을 내려 먹기도 한다. 다만 방사선 물질과 중금속을 흡수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어 길가의 민들레는 가급적 삼가고 재배하거나 자연의 상태가 좋은 것만 먹어야 한다.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모래섬 하중도.

모래가 쌓여 하중도를 만든 미호천은 생명력이 있다. 모래섬위에 터전을 잡은 버드나무는 모래의 유실을 막고 새들과 양서 파충류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모래를 감싸않은 뿌리는 공간을 확보해 물고기들의 먹이와 산란장소를 제공한다. 눈썹처럼 생긴 모래섬위에 꼬마물새때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리를 쩔뚝거린다. 꼬마물떼새는 포란기나 새끼를 보호하고 있을 때 천적이 나타나면 다리를 쩔뚝거리며 반대방향으로 침입자를 유인한다. 침입자는 움직임이 둔해 보이는 먹잇감을 쫓는다. 어느 정도 새끼들과 거리가 벌어지고 천적이 다가오면 꼬마물떼새는 포르르 날아가 버린다. 우리를 천적으로 오해한 모양이다. 하류로 내려 갈수록 감탄의 숫자가 늘어난다. 모래톱과 비오톱 어우러지며 경관 또한 빼어나다. 모래톱은 물을 정화하는 능력과 모래무지, 피라미, 납자류, 조개류들의 서식공간으로 안성마춤이다. 특히나 종개류들은 모래톱이 있어야 살 수 있다. 하천과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구간은 풍광도 우수하다. 오래된 버드나무는 하천의 주인으로 한 몫을 한다. 지킴이로서 모델로서 그리고 치유의 공간으로서..... 그 아래로 잉어들이 떼를 지여 지나간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두엄흙물버섯(왼쪽)과 회갈색 눈물버섯.

하천변에는 두엄 흙물버섯과 회갈색 눈물버섯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흙물 두엄 버섯은 공원 길가 노지 등에 묻힌 썩은 나무에서 나타난다. 식용이기는 하나 별 맛이 없다. 술(알콜)과 함께 먹으면 중독되어 두통, 이명, 구토,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있다. 약용으로는 항암효과와 항염제로 쓰인다. 회갈색 눈물버섯은 죽은 활엽수 근처에 무리를 지어 자란다. 독은 없지만 식용 가치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개구리.

참개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양서류로 환경 지표종이기도 하다. 참개구리는 논이나 밭 등 습기가 있는 곳에서 겨울잠을 자고 4월에 나타난다. 참개구리는 어릴 적 우리들의 식용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뒷다리를 나무에 꿰어 불에 구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흔한 참개구리가 이제는 일부러 찾아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생물의 서식 환경이 취약해 졌다. 미호천 탐사대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미호천의 생태 보전 및 이용에 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확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어우러짐.

봄은 역동적이다. 꽃을 피우고 꿀을 모으고 씨앗을 날린다. 저마다 열매를 맺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 치열함 속에서도 사람에게 밝은 웃음을 준다. 자연은 그래서 위대하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큰 물줄기는 이런 위대함마저 삼켜 버렸다. 중장비를 동원해 밀어내고 새로 짓고 시멘트로 바르면서 우리에게 자연은 떠나갔다. 수많은 고통이 오고서야 이제 중요성을 깨닫는다. 이에 보답하듯 자연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한다. 이제 우리 차례다. 우리가 미호천을 중심으로 자연생태와 어떻게 상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살 공간이니까?

백곡천 합수부.

 

백곡천과 합류한 미호천은 넓은 습지도 만들고 수량도 많아졌다. 습지는 홍수기에 물의 흐름을 가두며 유속을 느리게 한다. 물살의 흐름을 느리게 하며 하류의 큰 수해를 스스로 막는다. 그곳에 버드나무가 자라며 물과 모래를 잡아둔다. 하지만 백곡천 합수부도 나무를 베어 버렸다. 모래는 틈 사이에 고인물을 갈수기에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제2의 저수지이다. 하천제방이 높아지고 방재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70년대의 치수방재 정책에서 변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천의 나무는 새로운 경관을 창출해 관광의 효과 까지 보탠다. 이제라도 제발 특별한 목적이 아니면 자연 스스로의 능력을 믿었으면 좋겠다.

이곳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특별함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늘이 부족해 한 여름에는 한계가 있다. 둑길에 나무를 심어 많은 사람들이 미호천을 치유의 공간으로 다가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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