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미호천유역은 선조들의 삶의 흔적과 현재의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구간이다. 10만~20만년 전부터 선조들은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었다. 미호천의 맑고 풍부한 물은 식수원으로, 농업용수로,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최상이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며 젊은 사람들은 농촌을 떠났다. 남겨진 빈 공간에는 공장이 생기고 집단 축산 및 대규모 농장이 생겨났다. 국가의 모든 정책이 도시로 집중되며 농촌은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이 됐다. 그러는 사이 선조들의 생명줄이었던 미호천은 썩어갔고 몇 십 만년을 내려온 선조들의 흔적마저 지워졌다.

진천군 진천읍 송두리 구석기유적 발굴지. 4차선 도로에 묻혀졌다.

미래하천 미호천 탐사대는 중기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었다는 진천군 진천읍 157번지 송두리 유적지를 찾아갔다.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찾은 송두리 유적지는 4차선 도로 한가운데다. 혹 주위에 있을 유적지 표시 및 안내판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진천군 관계자는 “송두리나 장관리 유적은 발굴 후 도로 공사를 위해 다시 묻었고, 유물 전시장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선조들의 숨결은 찬란한 조명을 받기도 전 서둘러 땅속으로 다시 묻혔다.

송두리 유적은 진천에서 진천IC 도로 확·포장 공사구간의 구석기 유적에 대한 구제발굴(산업화의 사유로 인한 발굴)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2,159점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됐다. 대부분 유적지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영맥암이나 규암질로 구성됐다. 특히 구석기 유적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주먹도끼가 다량으로 출토됐다.

송두리 유적지는 미호천변을 중심으로 한 중기 구석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지 평가를 받았다. 인근에는 중·후기 구석기 유적이 출토된 장관리 유적지가 있고, 상신리· 신정리· 가산리 지표조사 결과 구석기 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선사문화 연구원 이융조 이사장(전,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아시아 구석기학회 명예회장)은 “송두리 유적은 대단히 방대한 구석기 유적지다. 도로 개설로 인한 절개면을 살펴봤을 때 유적층이 10만년, 5만년, 3만년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미호천을 배경으로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살았던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진천의 역사 문화가 이곳 미호천 유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여 진다.”고 한다.

우리는 산업화로 미명아래 많은 흔적을 지워 버린다. 특히 선조들의 삶의 흔적은 지워 버리면 다시 찾을 방법이 없다. 이융조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발굴된 유적을 잘 보관하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주위를 대대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진천지역을 발굴하다보면 토탄층이 대단히 발달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진천의 쌀이 좋은 것은 땅의 토탄층이 잘 형성되어 그런 것이다. 진천군은 구석기 유적 및 토탄층을 발굴하여 진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걸으며 어느 곳에서도 구석기 문화유적의 흔적을 발견할 수 는 없었다. 다만 봄을 맞이하는 농군들의 손끝에서 선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명맥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

봄을 맞이하는 농부의 손끝에서 사라진 선조들의 숨결을 읽을 수 있다.

농부의 손놀림이 바쁘다. 늦가을 파종한 마늘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있고, 올 봄에 파종할 밭은 고랑이 일구어졌다. 인산리에 접어든 미호천은 농토로 개간되어있다. 그 만큼 미호천이 생명수로 적합하다는 반증이다.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조류 및 남은 곡식을 먹는 철새 등 생태계의 다양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과다한 농약 및 화학비료의 사용은 큰 숙제로 남는다. 그간 하천 부지를 이용한 농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사대강 사업을 실패한 사업이다’라고 강변하다가도 수변구역의 농업을 못하게 한 것은 정말 잘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이곳 미호천의 농토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친환경 농업으로 유도하여 사람과 동·식물이 공생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에 어렵다면 과감히 하천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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