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하며>

벌레 먹은 사회

 

-부의 쏠림, 독점으로 사회 병들어
'헬 조선'에 '금수저' '흙수저'까지
잇따르는 범죄 한해 170여 만 건
범죄 예방은 정의로운 사회구조로
이 판에 웬 아프리카서 '새마을 자랑?'-

 

한 정신병자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계기로 온 사회가 또 다시 충격에 빠진 가운데 “어쩌다 세상이 이 모양이 되었느냐”는 개탄의 소리가 넘쳐납니다.

아무런 죄도 없이 한번 본적도 없는 사람에게 한 순간 죽임을 당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통탄스럽다”는 탄식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아침에 웃으며 나간 멀쩡한 자식이 날벼락을 맞아 싸늘한 시신이 된 걸 봐야하는 그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비통할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건이 나자 또 말들이 무성합니다. 사이코패스니, 소시오 패스니, 조현병이니, 여성혐오증이니 제 각기 이런 저런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소는 잃었으되 외양간은 고쳐야 하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도 한마디 씩 하는 것일 터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평소에는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들어 나기 때문에 보통 때 주변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정신질환입니다.

또 소시오패스(Sociopath)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고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시키고 후회나 죄책감을 갖지 않는 유형으로 가족 중에, 학교에, 직장에,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중에 존재합니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보다 그 수가 훨씬 많아 대략 인구의 4%가 소시오패스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주변의 25명 중 한 사람은 소시오패스인 것이 되니 놀랍습니다.

조현병(調絃病)은 환각, 망상, 환영, 긴장, 기이한 행동뿐만 아니라 사회활동과 가족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종의 만성  사고장애입니다. 조울증과 더불어 대표적인 중증 정신병으로 우울증이 감기라면 조현병은 암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로 널리 알려졌던 질병인데 우리나라에는 약 4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조현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현병이라는 공식병명은 ‘정신분열’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어감을 고려해 2011년부터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현대인들은 거의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사실은 그렇다는 것입니다. 산업사회에 들어와 사회가 복잡 미묘하게 다변화 되고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인간 본연의 순수성과 안정감을 잃은 사람들이 정신분열증에 빠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묻지마 살인’ 현장인 강남역에 젊은이들이 만든 추모광장.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에 빠져있다. /Newsis

그 옛날 맹자(孟子·BC372~289)는 “인간은 본디 착하게 태어난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고 반대로 순자(荀子·BC298~238)는 “원래 악하게 태어난다.”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자(告子·BC·420~BC350)는 “선하고 악함의 본성은 없다”고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을 주장했습니다.

고자는 “가두어 둔 물은 동쪽으로 물꼬를 트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물꼬를 트면 서쪽으로 흐른다. 사람의 본성도 물과 같아서 이쪽으로 트면 이쪽으로 흐르고 저쪽으로 트면 저쪽으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환경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것이 진리인가는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대마다 학자들의 주장이 맞서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해 경찰청이 발간한 범죄통계를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일어난 범죄는 171만2435건입니다. 전국에서 날마다 하루에 4692건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살인, 강도, 강간, 폭행, 사기 등등 그 많은 범죄가 날마다 그렇게 발생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동요도 이제 ‘흘러간 노래’가 되었습니다.

과거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절에도 이렇게 범죄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도둑이래야 밤중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쌀 아니면 고추장 훔쳐가는 것이 고작이었지, 지금처럼 사람을 죽이는 흉악범죄는 보기 드물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범죄, 부모가 제가 난 어린자식을 학대하고 죽여 암매장하고, 시신을 토막 내는 끔찍한 잔혹범죄,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묻지마 범죄, 하루가 멀다고 연이어 발생하는 이 흉악한 범죄의 배경을 무어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난감할 뿐입니다.

언필칭, ‘5천년 역사’에 ‘동방예의지국’이요, ‘군자의 나라’라고 자화자찬하는 나라에서 어쩌다가 이런 단말마(斷末魔)적인 악행이 잇따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회원국 중 여섯 번째 ‘살인대국’으로 올라있습니다.

1990년 노태우대통령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서울에서 며칠이 멀다하고 택시강도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택시를 탄 여성을 교외로 끌고가 돈을  뺐고 성폭행을 하거나 죽이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고 민심이 들끓자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범죄소탕작전에 나선 것입니다.

강남의 대로에는 100m마다 경찰이 총을 메고 경계를 섰고 그렇게 하기를 얼마, 범죄는  일시적이 나마 줄어들었습니다. 일종의 쇼크요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쟁’은 경찰력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됐을 뿐입니다. 결국 오늘의 들끓는 이 범죄들은 그때 그 범죄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범죄의 예방은 정의로운 사회구조와 도덕심으로 되는 것이지 힘으로 막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무총리가 “부정부패를 추방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는 자신이 재판정에 서는 넌센스를 국민들이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소위 출세하고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권력을 앞세워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데 힘없는 국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저보다 약한 자를 골라 무차별, 묻지마로 선량한 시민들을 해치는 것입니다. 

국세청 상속세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00~2013년 대한민국의 상위 10%계층이 갖고 있는 자산은 전체의 66%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상위 1% 계층이 전체 자산의 2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하위 50%의 계층은 전체 자산의 2%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부의 쏠림, 부의 독점이 그 정도로 심각합니다.

청년 실업률이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는데 어찌 범죄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젊은이들이 ‘금수저’, ‘흙수저’를 탄식하고  자신이 살고있는 제 나라를 ‘지옥’이라며 외국으로 떠나고 싶다고 ‘헬조선’을 푸념하는데 어찌 사회가 평화로울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한국사회를 가리켜 ‘벌레 먹은 사회’라는 젊은이들의 자조(自嘲)어린 신조어가 또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범죄는 개인이 저지릅니다. 하지만 그 책임은 국가, 사회에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사회는 범죄를 배양하고 시민이 그것을 범한다”고요. 그러기에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사회가 정의롭고 건강하다면 범죄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회가 부패해 악취가 나는데 범죄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 아닙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정(黨政)은 “여성들을 안전하게 하겠다”고 믿기지도 않는 대책이란 걸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보위기, 경제위기입니다. 거기다 사회는 범죄로 어지러운데 대통령은 외교를 한다며 아프리카 오지로 날아가 한물간 ‘새마을 선전’에 한껏 바쁘다고 언론들이 호들갑입니다. 허, 허, 참 답답합니다. 내치(內治)나 좀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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