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하며>

20대 국회개원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의 본산이 돼야한다.
그럴 때 민주주의도 완성된다-

 

신록이 무르익고 아카시아 꽃향기 그윽한 5월 30일, 제20대 국회가 개원합니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개원한 제헌국회 이래 햇수로 68년의 연륜을 쌓았으니 가위(可謂) 역사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임기는 2020년 5월29일까지 만 4년입니다. 

이번 출범하는 20대 국회의 의원 총수는 지역구 253명, 전국구 47명으로 총 300명입니다. 선거 결과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되어 집권당인 새누리당 122명, 더불어민주당 123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이 11명인데 그중 여성의원이 51명입니다. 

국회의원은 법률상 개인, 개인이 ‘헌법기관’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주요임무는 구체적으로 법률 제·개정권, 중요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 헌법개정에 관한 권한, 예·결산 심의 확정권, 긴급재정경제명령권, 예비비지출 승인권, 국정감사, 국정조사, 국회임명동의, 국회공직후보 선출권, 탄핵소추권 등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특권’이 200여 가지가 된다고 합니다. 헌법상 부여된 이 많은 특권은 국회의원의 책임 또한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의 특권 가운데는 ‘불체포 특권’이 있습니다. 현행범인 경우가 아니면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고, 회기 전 의원이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해야 한다(헌법 제44조)는 것입니다. 또 ‘면책특권(免責特權)’이 있습니다. 국회 안에서 직무에 관련된 발언과 표결에 대해서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헌법45조)입니다. 이러한 특권조항은 민주주의 종주국인 영국의 헌법에서 따 온 것인데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 훈련을 면제받는 조항도 들어 있으니 국회의원이 좋긴 ‘좋은 자리’이긴 합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 4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20대 국회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있다. /Newsis

국회의원에 당선돼 임기가 시작되면 ‘세비’라는 명목의 수당을 받게 됩니다. 그 내역을 보면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매월 일반수당 646만4000원, 관리업무수당 58만1760원, 정액급식비 13만원,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 특별활동비 회기 중 1일당 3만1360원 등 총 1031만1760원이 지급됩니다. 또 기타수당으로 정근수당 646만4000원, 명절휴가비 775만6800원이 따로 나옵니다. 이를 1년 연봉으로 따지면 총‘1억3796만1920’원입니다. 

참고로 행정부의 장관은 년 1억5591만원(월1299만2500원)을, 차관은 1억3576만5000원(월1131만3750원)을 받습니다.

주요 선진국의 의원 보수는 미국의 경우 1억9844만원, 영국은 약 1억1619만원입니다. 일본은 연봉 2억3698만원, 프랑스는 약 1억2695만원, 독일은 1억4754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경제규모가 우리나라보다는 월등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직원은 총 9명입니다. 4급 보좌관 2명, 5급비서관 2명, 6급비서1명, 7급비서 1명, 9급비서 1명에 인턴비서 2명이 있습니다. 이들 보좌진에게 지급되는 보수총액은  연간 약 3억6795만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국회를 만악(萬惡)의 본산(本山)처럼 백안시 하는 게 현실입니다. 신문, 방송들이 연일 정치인들을 향해 동네아이들 나무라듯 비판기사를 쏟아내니 국민들도 덩달아 험담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는 게 일상처럼 되어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한 때 시중에 회자(膾炙)되던 유머가 있습니다. 한강물에 연약한 수녀와 국회의원이 빠졌습니다. 누구를 먼저 구했겠습니까? 국회의원을 먼저 구했답니다. 국회의원이 권력자라서? 아닙니다. 국회의원은 너무 많이 부패해서 강물이 오염될까봐 빨리 먼저 구했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가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제헌국회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에게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여 왔기에 이제는 낯을 들기조차 민망한 존재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대통령마저 국정파트너인 국회를 “심판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모든 국회의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누가 보아도 깨끗한 생활과 성실한 원내 활동으로 모범을 보인 의원들도 있습니다. 

1960년대 6대국회 때 공화당의 한 의원은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검소한 생활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과 쿠데타를 같이한 장군출신으로 얼마든지 넉넉한 생활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그것을 마다하고 검소한 생활을 고집했습니다. 서울 변두리 친지의 집에서 하숙생활을 하면서 국회를 오고 갔고 해진 구두를 신고 다니고 거의 날마다 무교동 설렁탕 집에서 가까운 기자들과 점심을 드는 것이 정해진 일과였습니다. 그의 선거구 시골집은 머리를 숙여야 방에 들어 갈 정도의 오래된 초가삼간이었는데 부인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날마다 들에 나가 밭일을 하는 촌부생활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해인가, 국정감사를 위해 지방에 내려갔던 동료의원들이 인사차 들러 그 모습을 목격하고는 모두가 숙연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의원의 청빈한 생활을 전해들은 박대통령이 그를 청와대로 불러 “국회의원이 그렇게 불편하게 살아서야 되겠느냐”면서 “집이나 마련하라”고 300만원을 주었습니다. 그는 동대문근처에 270만원을 주고 조그만 국민주택을 한 채 마련하고는 남은 30만원을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되돌려 주려한 일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의 대꼬챙이 같은 강직한 성품은 박대통령의 특별한 신임을 사 여섯 차례나 공천걱정 없이 연속 당선이 됐고 ‘한국의 간디’라는 별칭마저 얻었습니다. 오래 전 고인이 된 그의 이름은 ‘이종근(1923~2003)입니다.

정치에는 돈이 들기 마련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이고 사람들을 만나야 무엇인가가 이루어 질 수 있고 조직을 관리하는 기본이 돈이기 때문에 정치인에게 돈은 절대 필요불가결한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원활하게 정치를 하자면 돈이 있어야하고 그것, 정치자금을 만드는 것이 곧 정치인의 능력인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정치자금을 마련하다가 잘못돼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돈 때문입니다. 법안이나 발의하고 회의에서 발언이나 잘 한다고 유능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야당 중진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원내 진입에 실패한 어떤 의원의 “사회서 존경받는 사람도 국회에 들어오면 죄인이 된다”는 실토는 우리 국회의 풍토가 어떠한 가를 짐작케 하는 말로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6년만의 여소야대에 20년만의 3당구도. 20대 국회는 이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정국을 이끌어야 할 집권당이 제2당으로 추락하자 집안싸움에 휩싸이고 있으니 새로운 국회상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당쟁으로 영일(寧日)이 없는 국회가 구제불능의 오명을 씻으려면 이제야 말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만 하겠지만 어쩐지 그런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 고질적인 정쟁과 부패의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국회상을 정립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입니까. 

국민들 또한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손으로 뽑아 보낸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생각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미우나마 따뜻한 애정으로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20대 국회는 초선의원이 132명으로 전체의원의 44%나 됩니다. 그만하면 심기일전, 새로운 바람도 기대할 만 합니다.

국회의원 세비가 많다고들 하지만 변호사가 사건 한 두 건에 50억, 100억을 받는다는 뉴스에는 국민들의 억장은 무너집니다. 국회의원도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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