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동토의 계절 겨울을 이겨내고 얼음위로 새 생명을 싹틔우는 봄은 희망이다. 매서운 겨울바람도 봄기운엔 고개를 숙인다. 대지를 덮고 있던 두꺼운 얼음도 이내 사그라진다. 그 기운을 타고 꽃망울을 터트리고 새순을 피워낸다. 봄을 시기하는 꽃샘추위도 이내 자취를 감춘다. 그럼에도 봄바람의 끝은 매섭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의 하순 이월면 중산리에서 진천읍 가산리까지 미호천을 살펴보았다. 만첩홍매화는 탐스런 꽃망울을 터트렸다. 버들강아지는 고물고물 빨간 꽃과 솜털을 드러냈다. 메마른 대지에도 작은 생명의 꽃이 피어났다. 큰 개불알풀, 냉이, 꽃다지, 별꽃, 광대나물 등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에는 작고 소중한 생명들이었다.

만첩홍매화(왼쪽)와 버들강아지.

수량이 늘어나고 모래톱이 형성되고 어류자원이 풍부해지자 도처에 낚시꾼들이 터를 잡았다. 그 자리마다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메마른 대지를 뚫고나온 새 생명들이 쓰레기 더미에 묻혔다. 봄기운의 희망도 쓰레기와 함께 절망으로 바뀌었다. 어느 곳 하나 깨끗이 정리된 곳이 없다. 생활쓰레기마저 하천으로 가지고 나와 태워 버린다. 장양교에서 중산교까지 쓰레기 천국이다. 진천 이월면으로 접어들면서 경관을 뽐내던 미호천은 다시 오염배출구가 됐다. 눈으로 들어난 빈병, 부탄까스, 비닐 등 오염원이 낚시꾼에 의한 것이다.

낚시의 유래는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4대왕 석탈해가 낚시로 고기를 잡아 부모님을 공양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 말 이제현(李齊賢)은 어기만조(魚磯晩釣)에서 낚시와 안개를 통해 자연에서의 여유로움과 자연과의 교감을 그려냈다. 조선 효종 때 윤선도(尹善道)는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서 어부의 생활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중국의 고대국가 하·은·주(夏殷周)시대에 강상(姜尙)은 은나라 하급관리로 낚시를 드리우며 때를 기다리다 문왕(文王)을 만나 그의 스승이 되었다. 문왕은 그를 태공망(太公望)으로 칭했다. 문왕이 죽고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나라 주(紂)왕의 군대를 물리치고 주(周)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의 낚시는 바늘이 굽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일직선으로 만들었는데 이유는 ‘낚시는 미끼를 끼워 물고기를 속여 잡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스스로 낚이고자 할 때 비로소 물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낚시애호가를 강태공(姜太公)이라 부른다. 낚시는 때를 기다리며 자연과 하나 되어 동화되는 작업이다.

漁磯晩釣(어기만조) 益齋 李齊賢

魚兒出沒弄微瀾(어아출몰롱미간) 어린고기 몰려나와 잔물결 희롱하고
閒擲纖鉤柳影間(한척섬구유영간) 한가롭게 가는 낚시 버드나무 그림자 사이로 던지네
日暮欲歸衣半濕(일모욕귀의반습) 해가 져서 돌아가려니 옷이 반쯤 젖어있고
綠烟和雨暗前山(록연화우암전산) 앞산에는 푸른 안개와 비가 몰려와 어두워지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을 살펴보면 하천변이나 저수지 어디를 가도 낚시터는 쓰레기 불법투기 및 소각 흔적이 남아있다. 하천오염의 주범이다. 몇몇 낚시꾼의 이탈행위라기엔 너무 많은 곳에 불법투기가 횡횡하고 있다. 충남의 보령댐은 낚시꾼으로 몸살을 앓자 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낚시금지구역을 만들었다. 그곳에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쏘가리는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여수의 여자도섬은 낚시꾼으로 섬 구석구석 쓰레기와 톳 양식이 문제가 되자 섬 주민들이 낚시금지를 선포하여 섬 전체를 지켜 냈다. 지금은 낚시다리를 만들어 그곳에서 낚시를 할 수 있게 했다. 주민들이 적극 나서면 지켜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쓰레기장이 된 낚시터.
하천에서 태워진 생활 쓰레기.

낚시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1. 미끼를 꿰어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작은 쇠갈고리. 흔히 끝이 뾰족하고 꼬부라져 있다. 2. 이득을 얻기 위하여 다른 이를 꾀는 데 쓰는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표현되어 있다. 즉 미끼를 이용해 물고기를 속여 낚거나, 사람을 꾀어내는 나쁜 수단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 연유로 자연과의 합일보다는 생명의 수탈이나 속임수의 단어로 쓰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터전에서 행해지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낚시의 정의를 “자연과 하나 되어 수자원 및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함을 우선하며 바늘 및 다른 기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행위”로 고치면 어떨까 제안한다. 또한 낚시 허가제 또는 면허제를 시행해야 한다. 얼마 전 남해안의 무인도가 불법 낚시꾼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는 방송이 나왔다. 국립공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곳에서 불 피운 흔적과 취사흔적 그리고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이제 ‘불법으로 낚시꾼을 무인도로 태워주는 선주까지 단속을 하겠다.’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빨리 낚시면허제 및 낚시 지정장소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생태계 오염의 주범인 밑밥을 던져 하는 낚시를 지양하고 루어 낚시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국민 스포츠란 이유로 시행을 미루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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