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칠장천 합수부.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에 들어서면 미호천은 비로소 하천다운 모습을 보인다. 미잠리는 미호천과 칠장천의 합수머리에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예전에는 누에를 많이 치던 곳 이다. 마을 이름에 아름다울 미(美), 누에 잠(蠶)자를 쓴 것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칠장천과 합류한 미호천은 더러운 물을 씻어내 바닥의 모래까지 투명하게 보였다. 먹을 것이 생기기 시작한 이곳 모래사장 위로 수달의 발자국도 보였다. 칠장천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장산(491.2m)과 칠현산(515.7m) 사이에서 발원한다.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면 실원리·광혜원리를 지나 대소면 대풍리 강당말 삼호리를 지나 이월면 사당리·미잠리에서 미호천에 합류한다.

이월면 사당리의 드넓은 모래사장.

모래사장은 강수욕을 할 수 있을 만큼 넓게 형성되어 있다. 아직 녹지 않은 얼음 아래 물고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꽃샘추위를 이겨내려 몸을 비비고 있다. 고라니 발자국, 너구리 발자국이 선명하게 모래위에 남아있다. 물가 옆으로 은사시나무 숲이 어우러진다. 물고기가 많은 곳에는 오리 떼들도 먹이활동을 위해 많이 나타난다. 오리 떼가 비상을 한다. 대장 새를 따라 대오를 형성해 날아가는 모습은 장엄하여 가슴이 벅차면서도 정겹다. 이렇듯 자연으로의 비상은 아름답다. 상류에서 흘러내린 오염수를 모래가 힘겹게 붙들고 가능한 맑은 물만 흘려보낸다. 미호천이 아름다운 하천인 것은 모래가 하천의 주인임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형성된 물웅덩이와 자연이 빚어낸 낚시터 - 그 주위에 난무한 쓰레기.

하폭이 넓어지고 수량이 많아지면서 물고기의 개체수도 늘어난다. 자연은 물고기의 삶을 위해 자연스레 모래 웅덩이를 만들어 큰 고기들도 살 수 있는 터전을 일군다. 나무는 뿌리는 하천으로 뻗어 관찰 테크를 만들었다. 그곳에 낚시꾼이 자리하면서 쓰레기를 마구 버렸다. 물과 인접한 바닥에 버린 쓰레기는 조금만 비가와도 다 쓸려내려 갈 것이다. 낚시꾼이 지나간 자리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소주병에 부탄가스통, 비닐 등 낚시를 하며 가져온 온갖 쓰레기들을 버려놓고 집으로 간다. 자연에 역행하는 것은 우리 사람들뿐이리라. 낚시허가제 및 면허제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라니 사체를 관찰하는 탐사대원들.

하천 숲에 뼈만 남은 고라니 사체와 털이 널려있다. 삵이 고기를 뜯어먹은 것으로 추측된다. 후에 새들도 성찬을 즐겼을 것이다. 하천이 넓어지고 자연형 상태를 유지하면서 생태계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역동성은 생성과 소멸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지속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욕심을 내지 않고 조화롭게 순응하는 미호천의 아름다움이다.

여유로움을 즐기며 걷는 대원들.

하천이 아름다워지고 주변에 새소리가 들리면 탐사를 하는 사람의 마음도 상쾌해진다. 자연은 사람의 행복과 상통한다. 사람의 편리성을 위해 자연을 파헤치면 사람의 삶도 피곤해진다. 개발과 편리성이라는 양 칼날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지속가능한 개발이냐 아니면 파괴적 개발이냐를 나눈다. 자연은 사람에게 받은 치명적인 상처마저도 묵묵히 수용한다. 다만 과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자숙의 기회를 준다.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재앙을 남겨주지 않으려면 우리가 더 많은 성찰을 해야 한다. 이제 이 아름다운 미호천과 어떻게 상생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장양교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아직 겨울잠에서 깨지 않았지만 미호천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생명의 파릇함을 색칠하면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장양교에서 바라본 미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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