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의 미래하천 프로젝트 '미호천 탐사'

우리나라 마지막 과부 황새의 서식지는 어디일까? 미래하천 미호천 탐사대는 미호천 인근 마을에 황새의 마지막 서식지 마을을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음성군 대소면 삼호 1리 마을을 찾았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촌로는 우리 마을이 마지막 황새의 서식지라며 마을회관 처마 밑을 가르킨다. 확인해보니 현관 좌측 처마 아래 천연기념물 제 20호 음성학번식지(陰城鶴瀿殖地) 비석이 서있다. 뒷면에는 조선총독부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일제 강점기에 세운 비석이다. 현재는 천연기념물 199호다. 학은 두루미를 뜻하는 한자어로 황새와는 구별된다. 하지만 교원대 황새복원연구원이 유종민 박사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의 옛 자료를 살펴보면 ‘학이나 두루미를 구별하지 않고 학(鶴)이라 칭했다’며 이곳이 황새 번식지였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고 했다.

조선총동부에서 세운 음성학번식지 비석(마을회관 처마 밑에 있다.)

마지막 황새가 둥지를 쳤다는 물푸레나무를 찾아갔다. 개인주택 뒤뜰 울타리 안에 자리한 물푸레나무는 수령이 400년은 족히 되 보였다. 가운데 기둥이 썩어 초라한 모습이지만 예전의 위세를 추측할 수는 있다. 황새는 주변의 가장 튼실한 나무에 둥지를 만드는 습성이 있다. 나무는 보호 받지 못하고 이었다. 병환중인 주인할머니는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해 좋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 어디서든 황새가 서식했던 나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위세는 꺽였지만 집안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금껏 생명력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이제라도 행정에서 제대로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 황새가 둥지를 쳤다는 물푸레나무(강성옥씨댁 뒤뜰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서 만난 권섭인 할머니(82세)는 “20살에 이곳에 시집와 62년을 쇠머리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권할머니는 황새에 대해 똑똑히 기억을 하고 있다. “저 물푸레나무가 예전에는 실했어. 거기에 황새가 집을 짓고 살았지. 이곳의 황새와 내가 어릴 적 살던 삼성(?)강당말 황새와 싸우는데 그 기세가 대단했어. 황새가 사라지고 이 나무도 쪼그라들었지. 사람이나 나무나 다 나이가 들면 똑같은가봐” 할머니는 삼성면 권성리 강당말 뒷산 소나무에 황새가 집을 짓고 살았다 했는데 권성리는 찾아 볼 수 없고 강당말은 대소면에 있어 확인이 분명치 않다. 다만 이 지역에 황새가 많이 서식했음은 확인 할 수 있다.

세계적 희귀조 황새는 우리나라 충청도와 황해도 등에 번식하는 텃새로 1968년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됐다. 6.25정변이후 자취를 감춘 황새는 71년 4월 1일 한 언론사의 천연기념물 실태조사반에 의해 음성군에 한 쌍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효고현 도요오카 황새가 자연으로 돌아가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

당시 '황새는 암수 한 쌍이 길이 85㎜가 되는 두개의 알을 부화 중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보도가 나간 후 ‘서울에서 내려온 밀렵꾼에 의해 알을 품고 있던 수컷 황새가 사살됐다.’고 4월 4일자로 보도했다. 먹이 활동을 위해 미호천에 나갔다 돌아온 암컷 황새는 부화 중이던 알을 부리로 쪼아 대를 잇지 못했다. 과부 황새가 된 암컷은 미호천으로 날아온 철새 황새와의 짝짓기에 실패하고 혼자 수절하다가 83년 농약에 중독 돼 창경궁동물원으로 옮겨져 무정란 알을 품다가 94년9월 숨을 거두며 국내 텃새 황새는 절멸했다.

텃새 황새가 죽고난후 마지막 서식지가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라 확인하고 있다. 관성리는 충주군 무극면 지역이었으나 1906년에 음성군에 편입되었고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진동·무수동·관촌·병산리 일부를 병합해 생극면에 편입되었다. 자연 마을로는 관성1리에 관말(관촌), 관성2리에 무술(무수동·무수리)과 새말, 관성3리에 마날미(마날뫼), 관성4리에 진골(진동·피난골) 등이 있다. 무술은 천연기념물인 황새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일본효고현 도요오카 황새 번식장.

텃새 황새가 사라지고 1996년 충북 청원군과 교원대 황새 복원센터는 러시아로부터 황새 두 마리를 도입해 인공 번식과 자연부화를 성공시켰다. 황새의 자연 방사지로 당시 청원군 미원면이 고려 됐으나 개발을 못할 것을 우려한 행정과 주민의 반대에 충남 예산으로 장소를 옮겼다. 2015년 9월 3일 15시 예산 황새 공원에서 황새는 힘찬 날개짓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갔고, 이후 선조들의 고향 미호천으로 돌아와 백곡천 주위에서 여름을 보내다가 홀연히 떠났다.

미호천 유역은 황새의 번식지로 명성이 높다. 진천군 이월면과 음성군 중산리는 황새번식지로 지정되었던 곳이다. 또한 1972년 시배리아에서 찾아온 진객 황새도 강내면의 미호천 변에서 한 달여 생활하다 돌아갔다. 황새복원센터 박시룡(한국교원대) 교수는 청풍명월21에서 주관한 미호천유역공동체 포럼에서 "하천둔치에 인공습지를 조성해 먹이 서식지를 만들어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면 황새를 미호천에 머물게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효고현의 토요오카 황새마을도 생태중심의 환경 및 인공습지를 만들어 황새의 먹잇감을 확보하고 황새가 머물 수 있는 인공 둥지를 만들어 황새 복원에 성공을 했다. 이제 미호천에 황새가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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