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하늘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을 겁니다"

교사였던 남편을 파킨슨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류덕희(70) 여사가 기쁘면서도 그리움이 묻어나는 소감을 전했다.

류 여사는 고인이 된 남편의 뜻을 기려 남편이 마지막으로 제자를 가르치던 고등학교의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2억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기부한 주인공이다.

20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류 여사는 지난달 2일 남편 최광수(2011년 작고·당시 72)씨가 교편을 잡았던 청주상당고등학교에 2억원을 기탁했다.

부부가 상고고와 인연을 맺은 것은 18년 전이다. 이 학교는 1998년 명예퇴직을 한 최씨가 마지막까지 교편을 잡았던 곳이다.

28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친 최씨는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끔찍이 생각할 만큼 제자 사랑이 넘치는 남다른 스승이었다.

어려서 장학금을 받아 어렵게 학업을 마친 탓인지 최씨는 제자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퇴직한 1998년부터 해마다 1천만원의 장학금을 상당고에 내놨다.

제자들을 위해 내놓은 장학금은 그의 퇴직금 이자와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며 받은 임금을 보태 마련했다.

최씨의 이런 마음에 상당고도 그의 이름을 붙인 '최광수 장학금'을 만들어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도왔다.

하지만 최씨가 갑작스럽게 파킨슨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 장학금 기부는 중단됐다.

2011년 최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 류씨는 남편의 뜻을 이어 매달 120만원의 장학금을 상당고에 기탁했다.

제자를 참으로 아꼈던 최씨와 그런 그의 뜻을 끝까지 이은 류씨의 남다른 나눔에 '최광수 장학금' 1억7천여만원이나 모아졌다.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만 220명에 이른다.

류씨는 "남편의 이름을 딴 최광수 장학기금이 계속 유지되려면 재정이 튼튼해야 할 것 같아 고민 끝에 전 재산인 2억원을 내게 됐다"고 전했다.

상당고 관계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서울의 한 실버타운에 사시는 류씨를 찾았는데 늘 허름한 옷을 입고 계셨다"며 "두 분의 뜻을 받들어 어려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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