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하며>

전쟁의 비극을 아는가

 

성서는 말한다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라"고
그러나 세상은 거꾸로
보습으로 칼을 만들고 있다

 

한바탕 눈보라가 치려나,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습니다. 영국의 시인 셸리는 ‘서풍의 노래’에서 ‘겨울이 오면 봄이 머지 않으리…’라고 읊었는데 이미 입춘, 우수를 지나 봄을 목전에 두고 구름이 몰려오니 미상불(未嘗不) 시절이 수상쩍기만 합니다.

휴전 중이지만 피차 전쟁 할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있으니 어느 쪽이건 먼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싸움은 순식간에 다시 시작될 형국입니다. 한반도에 감도는 전운(戰雲)말입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요 며칠 사이 이 나라에 조성되고 있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마치 열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발 빠른 신문들은 ‘신냉전시대(新冷戰時代), 이미 안전핀은 뽑아졌다’고 섣불리 보도하는가 하면 TV들은 포탄이 마구 날아가는 살벌한 장면을 연이어 내보내며 공포분위기 조성에 ‘신바람’이 났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박근혜대통령 고고도미사일 사드(THAAD) 한국배치 공개언급,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부대 한국도착, 미 의회 북한제재안 통과, 국회 대북규탄 결의안 채택, 중국 사드한국배치 강력반발, 러시아 한국에 엄중항의, 박대통령 개성공단 가동중단 선언, 북한 개성공단폐쇄, 남북통신선 완전절단, 주식시장 쇼크 주가폭락, 여당 원내대표 핵무장 주장, 미 B-2스텔스전략폭격기, 최신예전투기 F-22기 랩터, 핵잠수함, 핵추진항공모함 등 미국의 4대 첨단전략무기 대거 한반도 집결, 한․미 키리졸브 훈련 실시 등등….

최근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국내외 사태는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러다 전쟁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들이 국민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 한반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미국의 각종 최첨단무기들의 각축장이 되어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학자들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인류는 역사의 93%를 전쟁을 해왔고 나머지 7%만이 평화시대였다”면서 “그러나 그 7%도 다음전쟁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개탄했습니다.

전쟁은 대부분 정권, 영토, 자원, 종교, 인종,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이 그 주 원인 입니다. 이들 요인이 집단간, 국가간 이해가 상충될 때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 관행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의 참혹한 장면, 장면들.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를 낸 동족상잔의 전쟁을 다시 겪어서는 안된다. /Newsis

전쟁하면 20세기에 들어와 벌어진 1, 2차 세계대전이 역사상 가장 큰 전쟁으로 꼽힙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나라들이 동맹으로 편을 갈라 참전하고 과학의 발달과 함께 신무기들이 등장함으로써 피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18년까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의 연합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의 동맹국 사이에 벌어진 식민지 쟁탈을 위한 제국주의적 전쟁이었습니다.

총 25개국이 참전한 이 전쟁은 뒤에 일본과 미국이 연합국에 참전하면서 결국 독일과 동맹국들이 항복했고 독일은 이 전쟁의 패전으로 1320억 마르크라는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물고 해외식민지를 모두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4년에 걸친 전쟁으로 대략 1000만명의 병사와 민간인이 사망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전 세계 곳곳에서 6년동안 지속된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낸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었습니다.

나치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화민국 등의 연합국과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일본  등이 참전해 혈전을 벌여 1945년 일본이 항복함으로서 연합국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이 전쟁으로 연합국 측에서 군인 1600만명이 전사했고 민간인도 4500만명이 사망해 총 6100만명이 희생됐습니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서도 군인 800만명, 민간인 400만명 등 총 1200만명이 죽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본군으로 끌려가 목숨을 잃었고 징용으로 끌려간 민간인들도 거의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역사에 큰 상처를 남긴 이 전쟁에서 나치독일은 ‘인종청소’라는 명목으로 600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했고 일본군 또한 중국 난징(南京)에서 수십만의 시민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34만명을 희생시켰습니다. 이 폭격으로 전쟁은 끝이 났지만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살상으로 세계전쟁사를 피로 물들였습니다.

한국전쟁은 역사상 우리민족이 치룬 전쟁가운데 가장 큰 전쟁입니다. 이 전쟁은 이데올로기로 맞서 동족끼리 총구를 겨눈 남부끄러운 전쟁이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53년 7월 27일 휴전이 될 때까지 3년 1개월 동안 진행된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쟁이었습니다. 38선을 넘은 북한인민군은 3일 만에 서울을 함락시켰고 파죽지세로 낙동강까지 남진해 대한민국의 운명을 풍전등화로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미국을 비롯한 16개 유엔회원국의 지원으로 누란(累卵)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남북한 모두 국토는 모조리 폐허가 되었고 군인, 민간인 할 것 없이 수 백만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통계를 보면 한국은 국군, 민간인 합쳐 52만 2600명이 사망했고 부상 94만400명, 실종44만명으로 총 189만 8500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습니다.

북한 또한 군인 민간인 합쳐 70만명이 사망했고 부상 182만명, 실종 80만명, 총 332만명이 사망하거나 부상, 실종되었고 미군 전사도 3만 7000명이나 되었습니다.

또 한국전쟁은 20만명의 전쟁 미망인과 10만명이 넘는 전쟁고아를 양산했고 1천만명의 이산가족을 낳았습니다.

한국전쟁은 핵무기를 제외한 최신의 살상무기가 총 동원된 전쟁이었습니다. 미군은 전쟁 중 폭탄 46만톤, 네이팜탄 3만2357톤, 로켓탄 31만 3600발, 연막로켓탄 5만6797발, 기관총 1억6685만 3100발을 전쟁에 쏟아 부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과 맞먹는 양입니다.

3년에 걸친 한국전쟁은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특히 평양은 미군의 융단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1955년 11월 1일부터 1975년 4월 30일까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월남(越南)과 월맹(越盟)간의 19년 5개월간 진행된 싸움입니다.

전쟁은 공산주의의 도미노현상을 우려한 미국이 1964년 참전하면서 국제전 양상을 띄게 되었고 한국도 이때 역사상 처음 해외파병을 했습니다.

이 전쟁에서 월남군 32만명, 미군 5만 8000명 등 총38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월맹군은 총 48만명이 사망했습니다. 65년에 참전한 한국군은 종전까지 5500명이 전사했고 1만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베트남전쟁은 제공권을 장악한 미군이 매일 1억달러(1천억원)에 달하는 폭탄을 쏟아 부으며 공세를 취했으나 월맹의 끈질긴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참전 11년만에 미국의 패배로 끝이났습니다.

이 전쟁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반전(反戰)여론이 들끓었고 아무리 강대국이라 할지라도 전쟁에 꼭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쟁은 잔혹합니다.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무차별적인 살상과 파괴, 약탈, 방화, 겁탈 등 온갖 반인륜적 범죄를 수반합니다. 기존의 질서는 와해되고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세계가 되고 맙니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것이 전쟁의 법칙. 그러기 위해 나라마다 더많은 살상력을 가진 신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그치지 않는 것은 강대국들의 군수산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군수산업 마피아들이 지구상 어디에선가 전쟁을 부추겨 일으키고 무기를 팔아 챙긴다는게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절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전쟁이 나면 남이고, 북이고 공멸(共滅)합니다. 우리는 반만년을 이어 온 민족입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지도지가 이성을 잃으면 역사의 죄인이 됩니다.

성서에는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고 창을 녹여 낫을 만들라"고 하였습니다. 보습은 소가  밭을 가는데 쓰는 쟁기 끝에 붙이는 쇠붙이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나라마다 보습을 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보습을 녹여 칼을 만들고 있습니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좋은 전쟁’은 없습니다.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의 냉철한 이성과 민족의 자각이 오늘처럼 필요한 적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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