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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남용하지 마라"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기고'
장선배 | 승인 2015.12.03 11:25

올해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조금 특이한 주제로 여론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기관장이나 단체장이 여론조사를 의도하는 대로 유도하고, 그 결과를 앞세워 반론을 잠재우면서 정책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충북도의회 감사에서는 옛 중앙초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여론조사가 논란이 됐다. 당초 도의회는 중앙초 부지에 의회 독립청사 건립을, 도는 제2청사를 염두에 뒀다.

도의회와 도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충북발전연구원에 시차를 두고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원은 여론조사를 핵심으로 연구용역을 수행했는데, 두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고 공청회에서 도에 유리하도록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에 의회 독립청사 건립을 주장하는 도의원 쪽에서는 조사와 해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연구원이 도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융단 폭격을 가했다.

부지활용 방안 결정 요인으로 여론조사를 앞세운 연구원의 연구방식에 찬성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의회나 도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려 했던 점은 마찬가지다.

일련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중앙초 부지 활용방안을 도의회나 도의 생각처럼 여론조사로 결정해야 할 사안일까? 또 1천여 명의 샘플 조사 결과가 도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까? 만약 부지활용 설문 내용 중에 도의회와 도가 의도하지 않았던 '공원이나 도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넣었다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중앙초 부지활용은 도청 청사나 도의회 독립청사를 포함해 다양한 수요를 면밀히 검토하고 타당성과 시급성, 미래지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단편적인 여론조사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여론조사는 정책결정의 참고자료이지 절대적인 의사결정 요인은 아니다.

청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CI(상징물)와 통합시 청사 건립 여론조사도 같은 범주다. 청주시는 상징물 조례 개정의 근거로 두 차례 공청회에 참여한 주민 스티커 설문조사와 CI 개선안 선호도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청회 참여자 상당수는 동원된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원래의 CI는 아예 선택할 수 없도록 대안에서 제외한 채 바뀐 CI와 그것을 수정한 CI 두 개 중에서만 선택하도록 했다.

통합시 청사 신축 또는 리모델링에 대한 여론조사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통합 당시에는 청사를 신축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이승훈 청주시장이 리모델링 방식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 시장의 여론조사를 통한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리모델링으로 답변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충분한 장단점 설명 없이 여론조사를 한다면 많은 시민들이 돈 적게 들이는 리모델링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주민들의 여론 반영도 필요하지만, 여론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도출하기 어렵고 가변성도 크다. 특히 여론조사에는 많은 결함이 있음에도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먼저 주민들에게 쟁점사안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회 등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 조사 설계와 전체를 대표하는 표본 추출, 결과 분석 등 전 과정에서 과학적인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비과학적인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설사 과학적인 여론조사라 하더라도 그에 근거한 정책결정에 타당성과 합리성까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민감한 쟁점 현안에는 어김없이 여론조사가 동원된다. 정상적인 의사결정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도 왕왕 여론조사에 떠넘긴다.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신뢰도가 낮은 비과학적인 조사를 과장해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비과학적이고 단편적인 여론조사를 악용하는 것은 주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며 범죄행위에 가깝다. 무턱대고 여론조사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중우정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장선배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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