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즌2는

―뜻을 이뤄 기라성이 될지,
아니면 신기루가 될지,
그것은 자신의 연출에 
달려있습니다.
과연 귀추는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2022년 3월 윤석열 전검찰총장을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호칭을 바꿔 부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검찰총장직을 물러나자마자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 여야 대선후보군 중 단숨에 1위에 뛰어 오르는 기염을 토했기에 미리 상상으로 해 본 생각입니다. 성급한 판단 아니면, ‘경망한 망상’일지 모르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 할 수도 없습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동물과 같고 ‘사람 팔자는 시간문제’라는 전래의 속담도 있기에 말입니다.

윤 전총장은 지난 5일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2.4%로, 24.1%를 얻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8.3%포인트 차로 제쳤습니다. 그것도 1월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14.6%였던 지지율이 총장직 사퇴 직후에는 17.8포인트나 급등하면서 2배 이상으로 수직 상승한 것입니다.

또 7일 문화일보의 대선주자선호도 조사에서도 윤석열 전 총장(28.3%)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22.4%), 이낙연 민주당 대표(13.8%), 홍준표 전자유한국당 대표(5.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1%), 오세훈 전서울시장(3.3%), 정세균 국무총리(3.1%)를 제치고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총장의 지지율 급등이 정치적 이벤트 직후 여론이 치솟는 ‘컨벤션 효과’로 분석하는 시각이 중론입니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은 법치말살”이라는 이례적인 국민일보 인터뷰에 이어 4일 사퇴 선언 자리에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총장직을 던진 윤 전총장의 행보는 표면상 검찰 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윤 총장의 사퇴 선언이 나오자 청와대는 1시간 만에 “사퇴의사를 수용했다”고 발표했을 만큼 신속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파격적으로 발탁해 준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대립각을 세우던 사람이 스스로 제 발로 물러나겠다고 하니, 아마도 앓던 이가 빠진 듯한 기분이 아니었던 가 짐작됩니다. 아마 고맙기까지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사사건건 윤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못마땅해 하던 민주당은 ‘정치검사,’ ‘과대망상 수준’, ‘염치없고 값싼 사람,’ 등 인격모독적인 단어를 동원해 입을 모아 비판을 쏟아 냈습니다. 그리고는 “잘 나간다”고 시원하다는 표정들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력한 대선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구심점이 없던 국민의힘은 윤 전총장이 기라성처럼 급부상하면서 일단 반기는 기색이고 보수진영 전체가 활력을 얻어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 전총장은 정작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선 판을 흔들 정도의 지지세를 기록한 만큼 향후 그의 행보에 대한 여론의 주목은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대검찰청 로비에서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면서 기자들에게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가장 큰 고민은 뚜렷한 대선 주자급 인물이 없다는 점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각종 여론 조사에선 지지율 5%벽을 넘지 못하는 형편이고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전대표가 있으나 복당이 안 된 상태에다가 지지율 또한 바닥권이라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런 딱한 상황에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 1년을 앞두고 윤석열 돌풍이 정치권을 휘몰아치니 그야말로 기다렸던 ‘단비’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이 난건 당연합니다.

2019년 7월 25일 42대 검찰총장으로 취임 한 윤 총장은 올 3월 5일까지 1년7개월7일 재임하는 동안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만큼 뉴스를 양산해냈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 한마디는 곧 기사가 되어 반문 보수언론들의 지면과 브라운관을 장식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총장이 전격적인 사퇴를 통해 내년 대선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별의 순간’은 독일어권에서 ‘운명의 순간’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윤 전총장은 지금 건곤일척(乾坤一擲), 일생일대의 호기(好機)를 만났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이제 4월7일의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의 지형이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곧 내년의 대통령 선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민주, 국민의힘 등 여야당은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칠 것입니다.

그러면 윤석열 전총장은 어떤 길을 택할까. 국민의힘에 입당해 후보 경선에 나설까? 아니면 제3지대를 구축해 야권 통합에 나설까? 그것은 전적으로 윤 전총장 자신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운이 잘 풀려 승승장구해 뜻하는 자리에 오를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그건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 국민들은 ‘윤석열’을 잘 모릅니다. 그가 검사로 법률을 운용하며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 어떤 철학과 경륜을 가지고 있는지, 국가 경영의 비전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아는 게 있다면 1960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몇 차례의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계속 검사 생활을 해왔고 51세이던 2012년 늦 결혼한 아내 김건희씨가 전시 기획사인 코바나콘텐츠 대표로 상당한 재력가라는 것, 그리고 별명이 ‘강골,’ ‘독종,’ ‘재계 저승사자,’ ‘칼잡이’라는 것을 통해 그의 일면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툭툭 던지는 단편적인 말들이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나 할까.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비롯해 ‘헌법의 가치’니 ‘자유민주주의 수호’니 ‘국민만을 보고 일한다’느니 하는 것 말고 아는 것이 없습니다. 꼭 할 말은 안하고 “어느 위치에 있던 국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보려한다”는 뜬구름 잡는 선문답을 되풀이 하는 것이 일반 국민이 아는 전부입니다.

윤 전총장은 이제 자신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제 그는 검찰총장이라는 무시무시한 권력자가 아닙니다. ‘자연인 윤석열’입니다. 대권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면 기자들을 통해 이미지 선전만 할 것이 아니라 윤석열의 진면목(眞面目)을 보여줘야 합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꿈을 가졌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요!”하고 다 보여주면서 당당하게 나와야 합니다. 그게 대인의 금도(襟度)요, 공인의 도리입니다.

윤 전총장은 앞으로 서울 서초동 집에서 고양이와 강아지를 돌보며 지낼 것이라고 측근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고양이와 강아지? 웬 고양이와 강아지? 지금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온통 지쳐있는데 웬, 고양이 타령인가요.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서울시민들은 그가 대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4.4%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이제 ‘윤석열 시즌2’는 시작됐습니다. 과연 현 추세대로 뜻을 이뤄 밤하늘의 기라성이 될지, 아니면 봄날의 신기루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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