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코로나19에 역대급 한파,
그러나 봄은 옵니다.
지금 비록 고통스럽다 해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코로나19 공포로 가슴을 졸이며 맞이한 2021년 새해는 벽두부터 몰아닥친 북극 발 한파로 전국이 냉동고처럼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날씨가 추워 땅이 얼고 전염병까지 창궐하니 국민들의 마음 또한 어둡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기상청의 분석으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은 것이 한파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하늘의 조화가 그런가 보다”할 뿐이요, 다른 무엇을 탓할 겨를도 없이 그저 고통을 감내할 따름입니다.

예년 같으면 춥다고 해봤자 한강 일부가 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전에 본적이 없던 쇄빙선(碎氷船)마저 등장해 얼음을 깨는 낯선 광경마저 보여주니 이번 추위가 역대 급으로 그 위세가 대단합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엊그제 8일 서울 관악구는 영하 23.9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가 35년만의 혹한(酷寒)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저 남녘 제주도에 내려진 한파경보는 1964년 기상청이 한파특보를 도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설상가상 대설특보까지 내려져 눈까지 쌓였다고 합니다. 부산에서도 50년만의 한파라고 비명이니 이번 추위는 예외 없이 전국을 무차별 강타한 ‘괴물’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눈이 내리면 온갖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도로가 미끄러워지니 차량정체는 물론 충돌, 추돌사고가 빈발합니다. 지하의 상수도관, 수도계량기가 터져 물을 못 쓰게 되고 이곳저곳에서 화재도 잇따릅니다.

예나 이제나 날씨가 추우면 모두가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은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고 그들 서민들이 더 힘겨운 건 피할 수 없습니다. 난방을 못하는 쪽방촌의 주민들, 기초생활 수급비로 근근 목숨을 부지하는 이들, 온 종일 차디찬 거리에서 행상으로 삶을 꾸려 가는 노점상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 구부러진 몸으로 수레를 이끌고 폐지를 줍는 노인들, 등등 우리 사회에는 가난을 떨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부지기수로 많이 있습니다.

이들의 겨울은 차라리 지옥이 낫다고 탄식할 정도로 혹독한 추위와 기아와 싸워야 하는 힘겹고 안쓰러운 인고의 계절이 되고 있습니다. 그 뿐입니까. 엊그제 신문 방송들은 간이 숙소에서 추위를 못 견디고 동사(凍死)한 동남아 노동자의 사연을 보도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전보다 긴장은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눈을 돌릴 수 없는 전방 고지와 해안선의 국군장병들, 설한풍과 맞서야 하는 그들의 노고는 아무리 칭찬을 한다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전국의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노고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의 퇴치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및 방역 요원들의 노고 역시 지대합니다. 그 모든 이들에게 마음으로나마 국민으로서의 감사와 격려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와중에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뜨거운 뉴스는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하기에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NEWSIS

지난 해 말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 9023명으로 전년 대비 2만838명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2020년 출생아 수가 27만5815명으로 전년보다 10.7% 줄어 사망자 수 30만7764명보다 적어진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예산을 쏟아 부으며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 왔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입니다.

2020년말 우리나라의 인구는 세계 28위입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국가 중 인구 숫자 1위는 역시 중국으로 14억3932만명이고 2위 인도 13억8000만명, 3위 미국 3억3000만명, 4위 인도네시아 2억7442만명, 5위 파키스탄 2억2089만명, 6위 브라질 2억1135만명, 7위 나이지리아 2억613만명, 8위 방글라데시 1억6864만명, 9위 러시아 1억4674만명, 10위 멕시코 1억2620만명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11위로 1억2596만명, 북한은 52위로 2578만명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는 242개의 나라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돼 공인을 받고 있는 나라는 193개국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1991년 8월 8일에 동시 가입해 똑같이 유엔회원국이 되었습니다.

유엔 회원국은 아니지만 241번째인 인도양에 있는 코코스제도는 2개 환초와 27개 산호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18년 총인구 538명이고 마지막 242번째인 핏케언 제도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영국의 해외 영토중 하나로 인구가 단 50명입니다.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구 감소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까. 인구 감소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이라면 몰라도, 지속적이고도 급속한 인구 감소는 결국 국가 소멸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애국심 때문에 아이를 낳을 부부도 드물고, 정부가 출산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고 행복하지 않다면 낳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가 어렵지 않고, 아이와 가족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샘솟게 해야 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가 수월하게 하려면 사회와 직장과 가정이 모두 함께 대처해야합니다. 정부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지원하고, 양육 및 교육비와 주거비 등이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등 수월한 육아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의 인식과 행동, 그리고 우리사회의 문화와 시스템이 하루 빨리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어서 인구 감소를 멈추고 아이 웃음소리가 넘치는 세상이 오도록 해야 합니다.

19세기 영국의 시인 셸리는 그의 시 ‘서풍부(西風賦)’에서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않으리―라고 노래했습니다. 겨울을 지나지 않고 오는 봄은 없습니다. 추운 겨울이 있기에 뒤따라 봄이 오는 것입니다. 설령 오늘의 날씨가 살을 에는 듯 매섭지만 그 추위는 내일의 봄을 예고하는 전령사입니다. 추위 다음에 따뜻한 봄이 오기에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것도 머지않아 반드시 악성바이러스를 추방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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