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맞으며

―신축년 ‘흰 소띠해’가 시작됐습니다.
새롭게 맞이한 새해,
코로나19 물러가고 
산적한 어려운 일들을
국민적 지혜로 풀어야 합니다―

서기(西紀) 2021년 새해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역(曆)으로는 단기(檀紀) 4354년이요, 불기(佛紀)로는 2565년입니다. 엎드려 절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예년 같으면 나라마다 축포를 터뜨리면서 환호성으로 맞이했을 첫 새벽인데 올 해는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매우 조심스럽게 한 해를 시작합니다. 간지(干支)로 신축년(辛丑年), 띠로는 소띠 해, 그것도 보통 소가 아니라 ‘흰 소’띠 해입니다.

소는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긴밀한 동물입니다. 중국의 역사서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따르면 부여(扶餘)에서 육축(六畜), 즉 소, 말, 양, 돼지, 개, 닭을 사육하고 이것들의 이름을 관명(官名)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김해(金海)의 조개더미에서 출토된 소의 턱에 붙어있는 이빨, 고려 때 삼국유사에 3~4세기 농기를 제작해 논밭을 갈고 수레를 만들어 탔다는 기록이 있고 고구려 고분(古墳) 안악 3호분 벽화에도 누렁 소, 검둥 소, 얼룩소가 여물을 먹는 외양간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소는 우리 선조들과 한 집에 함께 살아 온 가족 같은 존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는 천성적으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강한 힘과 우직한데다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강합니다. 소는 근면하고 성실하며 평화로운 동물입니다. 소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순한 천성으로 사람과 가까이 지냅니다. 그 옛날 시골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꼴을 뜯기던 흔한 모습은 소가 얼마나 순한 동물인가를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이른 봄날 농가 양지 짝에서 큰 눈을 껌벅이며 끝없이 반추(反芻)를 거듭하고 있는 늙은 소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노라면 “저 소는 속으로 무엇을 생각할까, 참으로 천성이 착한 짐승이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농사를 삶의 근본으로 삼고 살던 시절, 소는 재산목록 1호였습니다. 농촌에서 소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이동수단으로 오늘 날의 화물차였을 뿐 아니라 논과 밭을 갈아엎는 경운기요, 트랙터였습니다. 산업화 시대에 들어 와서는 도시로 유학 간 자녀들의 학비까지 뒷바라지를 한 가문의 재산이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서울의 우람한 대학 건물을 가리켜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던 때가 있었습니다.

소는 살아서는 노동력으로 인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일생을 바치고 또 죽어서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온 몸을 남김없이 인간에게 바칩니다. 참으로 고마운 헌신적인 동물입니다.

근현대사에서 소의 해에 일어 난 역사적 사건으로는 1937년 정축년(丁丑年) 일제가 한민족의 문화 말살정책을 강행, 학교에서 일본어 교육을 시작했고 1949년 기축년(己丑年)에는 미국이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승인했으며 1961년 신축년(辛丑年)에는 박정희 소장의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2021년 올해의 주요 행사로는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범과 4월 서울특별시장, 부산광역시장의 보궐 선거가 있고 국제 행사로는 7월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있습니다.

공수처야 말로 역대 정권들이 앞 다퉈 공약을 거듭했을 정도로 정치권의 해묵은 숙제였던 만큼 정식으로 출범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기념비가 될 것입니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는 공교롭게도 두 도시의 시장이 똑같이 여직원 성희롱으로 낙마해 후임자를 뽑는 선거라서 사실 낯 뜨거운 행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혹한에 이 웬, 날벼락!” 제주도 앞바다에 풍랑경보가 발효된 30일 밤 제주항 북서쪽 약 2.6㎞ 해상에서 해경이 32명민호(39t)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한림선적 저인망어선 32명민호는 지난 29일 오후 7시44분께 제주해경에 전복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NEWSIS

이 선거는 임기 1년을 남겨 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 4년을 평가하는 계기이기도 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7월의 도쿄올림픽은 원래 2020년에 열려야 했지만 코로나19로 연기 한 것 인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열리게는 될지, 의문입니다. 한일 관계가 껄끄럽기는 하지만 4년에 한번 열리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축제인 만큼 별 탈 없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2021년 올해도 우리에게는 많은 소망이 있습니다. 우선 가장 시급하고 중차대한 문제로는 발등의 불이 되어있는 코로나19의 극복입니다. 이미 2020년 한해 전 세계적으로 8,310만 여명이 확진되었고 181만 여명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 60,740명, 사망 900명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전염병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대 재앙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반드시 퇴치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재난이 없어야 합니다. 2017년 포항지진에서 보았듯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진, 태풍, 홍수, 가뭄 등 천재지변이야 말로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평소 대비를 철저히 하여 만일의 경우 피해를 최소화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쟁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입니다. 북·미가 어쩌니 하지만 결국은 민족끼리 전쟁을 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북한의 핵이 해결돼야 합니다. 남과 북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민족이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1990년 동·서독의 통일에서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는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이 진보, 보수로 갈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된 사회 분열의 문제, 발등의 불이 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경색된 한일 관계의 복원, 냉각 된 남북관계 등 수많은 문제들이 앞에 가로 놓여 있습니다. 빈부 격차 해소문제, 저 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고령화 대책 등등 하나같이 풀기 어려운 난제들입니다.

경제가 큰 문제입니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였습니다. 경기가 다시 회복되지 않고는 그 무엇도 풀기 어렵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기다가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환경공해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입니다.

단, 길이 있다면 국민적 통합으로 난국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 사회 구성원들이 주변을 배려하는 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팔을 걷고 나설 때 얽히고 설 킨 실타래를 풀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우선 정치권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여당은 숫자를 앞세워 힘으로 마구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야당의 입장을 헤아려 인내심으로 타협의 정치를 이끌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추고 여당의 입장을 살펴 감시하고 견제하되 대의를 위해 협력할 건 흔쾌히 협력하는 ‘큰 정치’를 보여주면 좋을 것입니다.

그처럼 정치가 제 구실을 할 때 코로나도, 그리고 다른 모든 난제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2021년을 시작하는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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