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저물다

―코로나19가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집어 삼킨 한 해,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2020년이었습니다―

한해가 저물었습니다. 2020년 12월. 일 년 동안 벽에 걸려 갖가지 일정을 알려주던 빛바랜 달력, 그 남은 마지막 한 장이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해라고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으랴마는 올해 역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악질(惡疾)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집어 삼킨 한해였습니다. 한마디로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낸 일 년이었다고나 할까.

많이 불편했습니다. 우선 마스크를 써야하는 일이 그랬고 주먹으로 악수를 대신하는 몸에 배지 않은 모든 것이 불편했습니다. 버스와 택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승차가 거부되고 기관 단체, 교회, 사찰의 예배는 물론 식당, 카페, 노래방, PC방 출입이 제한되고 그곳 마다 인적 사항을 적어야 하는 게 필수가 됐습니다. 계모임, 동창회, 결혼식, 장례식에도 참석이 제한되고 다중집회가 허용되지 않으니 공연장은 물론 운동 경기장에도 입장이 통제돼 관중 없는 경기가 펼쳐지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학교에 가야 할 학생들은 집에서 인터넷공부를 해야 했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는…등등 국민들의 생활은 옥죄임을 당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회적 거리가 일상화되고 마주 보고 대화도 자제해야했습니다. 비말(飛沫)을 예방하기 위해 밀폐(密閉), 밀접, 밀촉(密囑)을 금지했습니다. 그처럼 평상시 일상의 습관을 완전히 바꾸어야만 한 생활문화의 일대 변혁이었으니 코로나19야 말로 가위 한국판 문화대혁명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코로나19속에서도 좋은 일이 없었겠습니까. 누구인가, 로또에 당첨되어 횡재를 누린 이도 있었고 또 다른 행운을 맞은 이들도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텃세 높은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작품 ‘기생충’으로 4개 부문의 상을 휩쓴 꿈같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BTS는 전세계에 명성을 떨치며 물경 2000만장의 음반을 판매하는 대기록도 세웠습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곧장 한국으로 건너와 1월20일 첫 확진자를 냈습니다. 처음 대구의 신천지 교회에서 감염이 시작될 때만해도 오늘처럼 이렇게 심각하게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리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2차 확산이 되고 전광훈 목사의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번진 바이러스는 동시 다발로 전국 각 지역으로 마구 퍼져나가 3차 대유행으로 발전되면서 이제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위중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11월29일0시 현재 국내 누적확진 3만3824명, 사망 523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6260만 명의 확진자를, 146만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또 감염자 단연 1위 미국은 29일 하루에만 확진 20만 명, 사망 2000명을 기록해 세계의 이목을 끌고있습니다.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NEWSIS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코로나19는 국경도, 지위고하도 없습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그의 가족, 측근들도 코로나를 못 피했으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감염됐고 그 밖에 브라질, 온두라스, 도미니카, 과테말라 대통령도 확진 판정을 받았기에 말입니다.

4월 경기도 이천물류창고에서 일어 난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 역시 큰 사고였습니다. 어찌하여 우리나라는 산업 현장에서의 인명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원인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근본 원인을 찾아 고치지 않고 입으로만 안전제일을 되뇌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4월 오거돈 부산시장의 여비서 성추행이 문제가 돼 시장직을 사퇴했고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비서 성희롱이 또 문제가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동정도 받지 못하는 비극이었습니다.

대학입시의 1차 관문인 고3수험생들의 수능시험이 3일이니 그들의 고충은 또 얼마나 많을까, 안쓰럽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시험을 앞두고 긴장에 긴장의 연속인데 코로나까지 겹쳐 사회가 뒤숭숭하기만 하니 그들에게 무엇으로 위로를 건넬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

6월 초 일찍 시작된 장마는 기상 관측사상 가장 긴 50일이 넘게 계속 돼 큰 수해를 입었습니다. 폭우에 잇따른 태풍마저 겹쳐 산사태로 가옥이 매몰되고 주택가를 침수시키고 농작물을 망치는 피해를 당했습니다. 사망 45명, 실종 12명, 이재민 6,946명의 큰 피해였습니다.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 비례대표 포함 300명의 의원이 선출됐는데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 시민당이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등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평소 입을 열면 마구 비판을 하는 당에 몰표를 준 것은 어쩐 연유인지, 민심의 속내를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11월 3일 미국의 46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현 대통령인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의 경쟁에서 바이든의 승리로 끝이 났으나 트럼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몽니를 부려 전 세계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세계 제일의 초일류강대국으로 민주주의의 선진국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보인 행태라고는 이해할 수 없는 한판의 쇼였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한 해였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한 달, 시간이 없습니다. 그가 누군들 지금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제 늦으나마 지난 한해를 정리해야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언제고 희망은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가느다란 불빛이라고 하더라도 그 불빛을 쫓아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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