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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다시 추석을 맞으며
김영회 | 승인 2020.09.29 10:09

다시 추석을 맞으며

―2천년을 이어 온 민족의 명절
코로나19 심술에 부모님은
“얘들아, 오지마라,”말리고 
자식들은 대답합니다.
“불효자는 옵니다”라고―

코로나19 와중에 2020년 추석을 맞았습니다.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양대 명절중의 하나인 추석은 멀리 신라시대로 부터 2천여 년을 변함없이 전해오는 민족 고유의 축제입니다.

추석은 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로 부르기도 하는데 한가위의 ‘한’이란 ‘크다’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데 길쌈을 가배라 부르다가 가위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가위는 8월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 3대 유리왕 9년(琉璃王 AD32) 추석 한 달 전, 경주의 여자들을 궁궐에 모아 6부를 두 편으로 나누어 왕녀 두 사람이 각각 한쪽씩을 맡아 베 짜기 경연을 벌이고 보름 날 승패를 가려 진편이 이긴 편에 음식과 춤으로 보상하는 잔치를 벌였다고 합니다.

이때 진편의 여자가 나서서 “회소! 회소!”하고 춤을 추며 탄식을 하였는데 그 소리가 너무나 구슬프고 아름다워 후세 사람들이 노래를 지어 ‘회소곡(會蘇曲)’이라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회소란 오늘 말로 “아서라, 말아라”라는 “마소, 마소”의 뜻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합니다. (민족문화대백과)

그러나 추석에 오늘 날과 같이 차례를 지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조상에 대한 제사 풍습은 오래 뒤인 고려 말 중국에서 들어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농경시대 해마다 이 무렵이면 더위도 물러가고 산과 들에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먹을 것이 풍성해 집니다. 추석이 오면 집집마다 술도 담구고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가족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정겨운 모습은 우리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풍속도였습니다.

옛날에는 추석날이면 조상의 묘에 성묘를 하고 강강수월래, 소싸움, 길쌈, 달맞이행사, 씨름, 윷놀이, 제기차기 등의 놀이를 즐겼지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그런 것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난 시절 명절이면 가장 좋았던 것은 모두 다 늘 배가 고팠기에 맛있는 음식을 실컷 배불리 먹는 것이 즐거움의 첫 번째였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구호는 가난한 백성들의 흡족함을 표현하는 불멸의 명구였습니다.

동물의 세계에는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는 게 있습니다. 온 종일 산과 들을 헤매던 짐승들이 해가 지면 제 굴을 찾아 들고, 공중을 날던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때가 되면 자신을 낳고 길러준 고향을 찾아가는 것 또한 귀소본능의 발로이니 동물과 하등 다르지 않습니다.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는 하나 인간 역시 동물은 동물인 것입니다.

중국의 한시(漢詩)에 호마의북풍(胡馬依北風) 월조소남지(越鳥巢南枝)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북방에서 온 말은 눈보라치는 엄동설한에도 북쪽을 향해 서서 즐겨 찬바람을 맞고 따듯한 남쪽 월나라 새는 유독 남쪽 가지를 골라 앉는다는 뜻입니다. 말이든, 새이든 제가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인간이나 짐승이나 원초적인 회귀, 즉 귀소본능은 똑같은 것이 아닌 가 생각이 됩니다.

추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커다란 둥근 달을 떠 올립니다. 쟁반 같은 둥근 달은 곧 추석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대 보름의 둥근 달은 일 년 열두 달 달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보름달은 한 달에 한 번 뜨기 마련인데 그 달이 가장 크려면 달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야합니다. 그러나 추석에 뜨는 보름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울 때도 있지만 가장 멀 때도 있기 때문에 추석달이 가장 큰달이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년 추석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고약한 괴질로 미리부터 분위기를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아홉 달이 넘도록 전 세계로 계속 번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현상은 방역(防疫)을 체계적으로 잘 했다하여 국제적으로 칭찬은 받고 있으나 명절의 즐거움은 사실상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자녀들의 귀향을 말리는 부모들의 속 깊은 마음. 광주광역시의 송정역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에 토속적인 사투리가 더욱 정감을 안겨주고 있다. /Newspim

모든 사람이 상시 마스크를 써야해 호흡이 답답하기 짝이 없는데 교회도 가지마라, 여럿이 식당도 가지마라, 노래방도, 영화관도, 유흥주점도, PC방도 가지마라 등등, 하지 말라는 금지일색에 명절 귀성마저 자제하라고 캠페인을 벌이는 판국이니 모처럼 부모형제 혈육들이 만나 살을 부딪치며 시끌벅적 즐겨야 하는 명절의 해후가 오히려 고통이 되는 게 이번 추석의 실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해마다 명절이 되면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집단적인 장면을 연출해 왔습니다. 총 인구의 70%나 되는 3천여만 명이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는 장면은 인공위성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하니 남의 나라에서 볼 때 그 광경이 얼마나 신기하고 감동적일까, 상상으로 나마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그 때문일까, 올 추석은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도 눈에 띕니다. 고향에 가지 말라는 정부의 권유에 지방의 부모들은 “얘들아, 오지마라!”라고 플래카드를 내 거는가 하면 도시의 자녀들 또한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나란히 걸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습니다. 해외토픽에라도 소개 될 우리 국민들의 아름다운 정서를 그대로 말해주는 신문화 현상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명절이면 즐겁기는커녕 오히려 더 쓸쓸하고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향은 있어도 갈 수 없는 수백만의 이산가족들이 있고, 형편이 어려워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라는 부자가 됐는데도 벌이가 없어 곤궁한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남들이 다 즐거운데 나만 즐겁지 않다면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한 즐거운 명절 연휴에 땀 흘리며 국가, 사회를 지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후방의 국군 장병들, 주민의 안전과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관, 소방관들, 또 코로나 방역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 공직자들, 그들이 있기에 지금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나마 명절을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주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잘한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웬, 날벼락? 서해상에서 어업 지도를 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의문의 죽음을 당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명확한 진상조사와 함께 원만한 사태 수습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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