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흐른다

―코로나19 광풍속에
투표를 합니다.
천태만상의 후보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선택해야합니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제 전국 253개 지역의 유권자들은 오는 15일 각기 자기 지역을 대표 할 국회의원을 선출합니다.

1948년 5월 31일 제1대 제헌국회가 개원 된지 72년만이요, 스물한 번째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이번 선거는 지난 해 12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포함해 300명을 선출합니다.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 등록결과를 보면 전국에서 총 1.118명이 후보등록을 마쳤습니다. 평균 경쟁력은 4.4대 1입니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천태만상(千態萬象)이란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다양하고 다채롭습니다. 83세의 노령이 있는가 하면 25세의 청년이 있고 2천 억대 부호가 있는가 하면 거꾸로 빚을 가진 사람도 있고 전과를 갖고 있는 사람도 세 사람 중 한명 꼴인 37%나 되고 있으니 온갖 경력을 가진 이들의 면면이 만화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후보자들의 재산을 보면 평균 15억2.147만원이며 그 중 가장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은 경기 성남 갑에 출마하는 더불어 민주당의 김병관후보로 2.311억을 신고해 최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당별 평균 재산 신고액은 민주당 22억 9043만원, 통합당 26억7474만원, 민생당 12억7681만원, 정의당 3억4325만원입니다. 그런가 하면 재산을 '0원'으로 신고한 후보도 15명이었습니다. 또 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후보도 44명이었습니다.

직업별로 보면 정치인이 409명으로 전체 후보자의 36.6%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국회의원 182명, 변호사 61명, 교육자 49명, 상업 37명, 회사원 34명, 약사·의사 25명, 건설업 20명, 농·축산업 11명, 종교인 9명, 금융업 5명, 무직 16명, 기타 247명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후보자들의 전과경력입니다. 전체 1,118명 중 419명이 전과기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총선에 출마할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전과자인 셈인데 그 중 전과 3범 이상이 86명입니다. 가장 전과가 많은 후보는 한국경제당의 비례대표 4번인 최종호후보로 사기·사문서위조·재물손괴·음주운전·무면허운전 등 무려 전과 18범입니다.

이번 선거에 후보자를 낸 정당은 더불어 민주당을 비롯해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우리공화당, 민중당, 친박신당, 가자!평화인권당, 공화당, 국가혁명 배당금당, 국민새정당, 기독자유통일당, 기본소득당, 노동당, 미래당, 민중민주당, 새누리당, 충청의미래당 등 37개 정당으로 일일이 당명을 열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가운데 처음 이름을 알린 ‘충청의 미래당’은 ‘충청아! 깨어나라, 충청아! 일어나라’라는 표어를 내 걸고 지난 2월 21일 창당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후보를 낸 정당은 37개입니다. 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으로 신생·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문턱이 낮아진 데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천결과에 불복한 현역 의원 상당수가 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데 따른 결과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15일 앞둔 3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설치된 아름다운 선거 조형물 앞에서 투표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 NEWSPIM

8개 선거구의 충청북도는 청주 상당 5명을 비롯해, 서원 4명, 흥덕 4명, 청원 4명, 충주 4명, 제천·단양 3명, 보은·옥천·영동·괴산 4명, 증평·진천·음성 3명 등 31명입니다. 경쟁률은 3.9대 1입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스폿은 서울 종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이낙연,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두 사람은 같은 전직 국무총리라는 공통점에 여야를 대표하는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 때문에 전국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지,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만약 승자가 된다면 2022년 대권의 교두보가 될 것이지만 패자가 된다면 대권의 꿈은 수포로 돌아 갈 것입니다. 두 사람에게 이번 4·15총선이야 말로 일생일대 건곤일척(乾坤一擲), 운명의 결전이 될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받아 볼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는 총선 역사상 가장 긴 51.9cm나 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결과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낸 데 따른 것입니다.

공천을 놓고 번복을 거듭하는 등 심한 불협화음을 낸 미래통합당은 김종인이라는 ‘선거전문가’를 영입함으로서 그의 역할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김씨는 취임 일성으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이 구호는 1956년 5월15일 치러진 3대 대통령 선거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사용했던 선거구호였습니다. 자유당의 이승만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의 신익희 후보가 맞섰던 당시 이 구호는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민심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당황한 자유당은 “갈아 봤자 소용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로 응수했습니다. 결국 자유당 정권은 1960년 대규모 부정선거를 자행하다 4·19혁명을 맞았고 이승만 대통령은 권좌에서 내려와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습니다. 김씨의 발언에 박지원의원은 “그 양반 맛이 좀 간 것 같다”고 능청을 떨었다고 합니다.

선거는 이제 눈앞에 다가 왔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누군가를 찍어야 합니다. 투표는 국민의 고유한 권리입니다. “선거는 최선을 선택하고,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선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다.

코로나 광풍에 휩싸여 노심초사(勞心焦思), 전전긍긍하다 보니 도처에 만발한 벚꽃도 구경할 겨를이 없이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올 봄은 망쳤지만 세월은 예외 없이 흘러갑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봄날은 무정하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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